[259호 시각 문화와 정치

<프롬 헬>, 앨렌 무어, 에디 캄벨 지음,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

많은 비평가들이 지적하듯이, 묵시론과 메시아주의는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1) 신자유주의 시대 불확실한 '삶들'은, 세계의 끝을 앞당겨서 상상함으로써, 혹은 구원을(혹은 구원에 대한 확신을) 미친 듯이 갈망함으로써, 그리고 ‘다시 오실’ 메시아를 기다림으로써 스스로의 공포를 냉각시키거나 지연시킨다. 그 배경에는 재난, 자원 고갈, 핵과 방사능, 전쟁, 생물학적/사회적 불임, 그리고 자본주의와 진보적 시간의 끝이 있다. 한편으론 ‘그렇게 살다간 천벌을 받기를’ 바라는, 적들에 대한 극악한 저주와 ‘죽을 듯이 노력해 봤자’ 뛰어넘지 못하는 신분의 벽에 대한 체념을 담아 신의 폭력을 요청하는 기도가 있다. 또한 종말론은 문화 현상이다. 재난영화와 SF영화가 끊임없이 2000년대 스크린에서 재생되며2), 여기에는 멸망한 세계의 이미지가 횡행한다. 또한 디스토피아를 묘사하는 소설들이 한국문학의 어떤 경향을 지시한다.3) 만화, 게임 등 하위문화에서도 자주 튀어나온다.4) 즉, 신학적 언어로 세계를 설명하게 될 때, ‘아편으로서의 종교’의 마비 기능을 목도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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