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호 오두막에서 만난 사람들]

▲ ⓒ정영란
많은 출소자들을 이모저모 돕고 말씀도 전하곤 했지만, 그들에게서 돌아오는 모습들은 겉치레에 불과했습니다. 그들과 진심으로 하나가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더욱 명료하게 각인될 뿐이었습니다. 그 벽이 꽤 높고 두텁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좀 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우리의 사랑이 아직 모자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함께 사는 것’만이 답이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간헐적으로 도와줄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삶을 함께 나누면서 나아간다면 애정과 신뢰가 형성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진실한 관계가 맺어져야만 실질적 변화를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한 것이지요. 실제로 그들은 우리가 잠시 자기들을 도와주다가 사정에 따라서는 사라질 수 있는 존재들이라 여겨, 마음을 놓지 않았고 안전하다 느끼지도 않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룹홈을 만들어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재정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습니다. 모자라는 재정을 메우기 위해 아내 소유였던 아파트와 내가 물려받은 집까지 다 팔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아내는 모자라는 선교책자 발행 비용과 공동체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금은방과 세공업체를 연결해주는 일을 하면서 매월 수백만 원의 비용을 감당했습니다.

이런 생활이 10년쯤 계속되자 지칠 때로 지친 아내가 반기를 들었습니다. 이 일을 그만두든지, 아니면 이혼까지 심각하게 고려해봐야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쯤에서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군요. 이번 ‘오두막에서 만난 사람들’은 바로 좌절과 실패의 밑바닥에서야 하나님과 마주한 우리 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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