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호 오두막에서 만난 사람들]

▲ ⓒ정영란
모성의 길을 따라 공동체를 찾은 사람들
공동체 구성원의 다양성이 필요한 것을 깨닫고 드렸던 기도의 첫 열매는 J 권사와 그 아들 E 군입니다. 도시 아파트에서 살 때 E 군은 매사에 소극적인 한편, 가끔은 폭력적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멕시코에서 살기도 했는데 거기서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하여 어머니인 J 권사가 아들만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아들을 위해서였지만, 자기 하나만 희생하면 모두가 편안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던 것이지요.

E 군은 우리에게 오기 전 몇 개월을 외가에서 지내면서 어머니를 폭행하기도 했고, 외할머니 휴대폰을 잘못 갖고 놀아 요금이 250만 원이 나오는 큰 사고를 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공동체에 아들만 데려다 놓고 어머니는 다른 일을 하려던 것인데 아들이 적응하기까지 잠시 함께 생활하는 동안, 여성 봉사자가 없어 힘겨워하는 우리를 보고 ‘건강만 회복시켜 주시면 이 공동체에 남아 섬기겠다’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가 바로 응답되는 바람에 공동체에 남아 함께한 세월이 벌써 7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우리가 E 군에게 특별히 해준 것은 없었지만, 대자연 속에서 함께 살면서 적당한 노동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가끔 불거지곤 하던 폭력성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것을 통해 관계하는 법을 배워가면서 점차 자신감과 자존감도 높아졌습니다. 그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지적 부진은 오히려 그의 언행들을 순수하고 거침없게 해 공동체에 선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친절과 아낌없이 주는 그의 미소가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합니다.

힘이 센 E 군은 오랜 시간을 통해 제법 고난도의 기술까지 익혀 웬만한 숙련공만큼 질 높은 노동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덤으로 보여주는 코미디까지 친다면 ‘정상인’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도시의 핵가족 아파트에서는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였음에도, 본디 하나님께서 주신 삶의 방법이라 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이고 유기농적인 공동체 삶을 통해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하나님이 베풀어 두신 사랑의 퍼즐 안에서는, 아무리 깨어진 조각 같을지라도 결코 실패작일 수 없는 것이지요.

이 같은 깨달음을 비롯하여, 공동체 삶을 통해서만 해석될 수 있는 복음의 기쁨으로 충만해진 J 권사는 아들이 아니었으면 얻을 수 없었을 이 엄청난 축복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드리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들을 자랑하느라 침이 마를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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