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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권 연기로 통일은 더 멀어졌다

기사승인 [289호] 2014.11.26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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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9호 시사 프리즘] 보수 정치학자가 바라보는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지난 10월 23일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은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전시작전권) 환수 연기를 발표했다. 이 새로운 합의문에는 언제까지 연기한다는 명확한 날짜는 명기되지 않았고 ‘한반도의 안보환경과 대한민국의 군사력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고 판단된 이후’라는 조건만 명시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글은 대한민국에 반드시 전시작전권이 필요한 이유를 원론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특별히 국토 통일의 과업을 완수해야 할 우리민족에게 전시작전권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이란?

한국전쟁 초기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은 작전지휘의 일원화와 효율적인 전쟁 지도를 위해 유엔군사령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하여 국군의 작전지휘권(작전통제권)을 이양했다. 자국 군대의 지휘권을 유엔군,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군에 양도한 것이다.

그 후 1970년대에 미국의 유엔 통솔력이 약해지고 유엔군사령부의 법적, 실질적 유효성에 문제가 제기되었다. 게다가 한반도에서 유엔군과 전쟁을 벌였던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고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상임이사국으로 자리 잡게 되자, 한미 양국 정부는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해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유엔군사령관에서 다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하는 형식을 취했다. 물론 한미연합사령관은 미군이 맡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미국에 귀속된 것은 변함이 없었다.

1980년대 말, 구 소련의 새 지도자 고르바초프가 대서방 화해 정책을 펴게 되고 같은 시기 미국의 대 소련 정책도 긴장 완화로 전환되자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북방외교를 추진했다. 자연스럽게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논의가 시작되었고 마침내 1992년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전시작전통제권’과 ‘평시작전통제권’으로 구분하여 평시작전통제권을 1994년 말 이전까지 한국군에 이양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마침내 1994년 12월 1일 평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이 가지게 되면서, ‘전시’작전통제권만이 한미 연합군사령관에 귀속되었다.

한미 협약에 의하면 전시 작전 준비 단계, 이른바 ‘데프콘 3’이 발효되면 작전통제권은 대한민국 합참 의장에게서 한미연합사령관에게로 넘어간다. 그런데 한국은 ‘데프콘 4’의 상태에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국군의 작전통제권은 한국 합참의장에게 있다. 아직 ‘데프콘 3’ 선포의 권한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는지 대한민국 합참의장에게 있는지 확실치 않지만 전선의 상태가 전시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권한은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 즉 미군 사령관에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이는 미국은 언제라도 자기가 원할 때 한국군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뜻이다.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과의 오랜 교섭 끝에 전시작전지휘권을 환수할 토양을 마련하게 된다. 군부를 포함한 보수 친미세력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7년에 이 협약을 얻어 내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국 역시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야 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2007년 말 집권한 이명박 정권은 전시작전권의 이양 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했었고 이때도 다시 연기는 없을 것임을 합의문에서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2012년 말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에는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이양할 것을 공약하였으나, 결국 파기하고 2014년에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를 연기하였다. 이번에는 기한도 확정하지 않고 ‘자주국방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는’ 시기까지 연기한 것이다.
 
전시작전권의 법적 문제
이승만 대통령이 작전통제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넘길 당시, 국회 인준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 서한으로 그 절차를 완료하였다. 당시는 전쟁 중이었고 서울을 비롯한 대한민국 영토 대부분이 북한군에게 점령당하고 있던 때였기에 ‘국회 동의 없는 국군작전 통수권의 양도가 합법적인가 아닌가’를 논의할 겨를이 없었다.

평시작전권 환수는 노태우 대통령이 합의하고 김영삼 대통령 때 이뤄졌는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전시작전권을 2012년에 환수하기로 합의할 때에도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양국 행정부의 합의로 이루어졌다. 다만 이 합의에 의한 후속 조치인 용산기지 이전으로 인한 토지 사용에 관한 한·미 간의 조약은 국회에서 용산기지 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의 이름으로 비준되었다. 전시작전권 환수의 연기가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함은 이명박 정권 때 당시 진보계열의 정당 국회의원들이 헌법재판소에 제소함으로 문제가 제기되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함께 “대통령이 작전지휘권 이양에 관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국회 동의 없이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 시기를 늦춘 것은 국회의원이 지니는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 및 조약 비준동의안 심의 표결권을 침해한다”며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개별 국회의원으로는 국회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며 기각해버렸다. 올해 10월 24일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대표는 국회 연설을 통해서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용산기지 이전계획과 연합토지관리계획 조약들의 변경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언급되어야 할 것은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의 관계이다. 유엔군사령부는 1975년 30차 유엔총회에서 해체 결의안이 통과되었음에도, 휴전협정을 관리하는 주체로서 그 기능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실체도 없는 기구가 아직도 서류상 존재하고 있다. 또한 유엔군사령부라는 서류상의 존재는 미국이 한국 정부의 결정에 쐐기를 박을 때면 사용되어 오곤 했다. 예컨대 올해 3월 말에 우리 국방부가 중국에 한국전쟁 당시의 중공군 유해를 송환하려고 할 때도 주한미군으로부터 “유해 송환은 정전협정 사항이므로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견제를 받았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어떻게 기능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한국과 미국 합동참모부의 공동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한국 국회는 단 한 번도 한미연합사령관을 국회에 출석하게 하여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한국이 미군 주둔에 분담금을 주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단 한 번도 미군에 대한 회계감사를 해본 적이 없다. 한미연합사의 운영이 미군이 주도권을 쥐고 실질적으로 한국 정부의 통제 밖에 있음은 연합사에서 근무했던 한국군 장교들의 입을 통해서도 증언되고 있다.

연합방위체제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많은 사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 방위조약(NATO)이다. 이 조약에 의하면 전시에 작전지휘권은 미국인 장성이 맡는 나토사령관이 갖게 되는데, 나토 회원국은 자국 군대의 얼마만큼을 나토사령관 지휘로 예속시킬지를 정할 수 있어서 나토 참여의 강도를 참여국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도 일종의 공동방어체제다. 일본 자위대의 지휘권은 일본 정부에 있고, 미국 정부는 일본주둔 미군만을 지휘하게 되어있다. 한국처럼 전투 병력의 대부분을 실질적으로 타국 지휘권에 일방적으로 예속시키는 예는 아주 드물다.  

이렇게 한미연합사령부는 실질적으로 미국의 통제를 받지만, 북한군이 남한을 침략할 때 미국의 참전이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법적 조항이 없다.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보면 대부분의 남한 사람들이 믿는 바와는 다르게 미국의 자동개입조항은 없다. 북한이 침략하면 그때의 상황에 따라 미국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미국의 개입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건 미국 대통령의 판단이 늦어져 우물쭈물하거나, 아니면 미국은 개입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개입한다는 결정이 내려질 때 전시작전지휘권을 갖고 있지 못한 한국군은 당황하고 혼돈할 것이 뻔하다. 자국의 방어를 외국에 맡기는 데서 오는 위험부담은 절대 작지 않다.

심리적 문제
남한 보수 정부가 아직도 전시작전권을 스스로 갖기를 원치 않는 이유는 남한 사람들이 갖는 북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보수 세력의 상당수는 미국이 한국을 언제든 방기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이러한 공포심은 한국전쟁을 치른 한국인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결집력이 큰 병영국가를 이루고 있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남한의 주민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특별히 북한이 핵무기 보유에 다가선 상황에서 남한이 북한에 비해 군사적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런데 앞서 말한 대로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갖는다는 사실이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전시작전권 소유가 우리 국민의 공포를 없애준다는 감정은 현실이 아니라 기대와 환상에서 나온 것이다. 오히려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음이 한국군의 국토방위와 한국 국민들의 안전을 방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예컨대 미국은 북한과의 전투 작전을 세울 때 미군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남한 국민들을 북한군의 위협 앞에 노출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면 바로 그이유 때문에라도 한국은 자주국방의 길로 가는 것이 합리적인 생각이며, 그런 담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북한이 도발할 경우 즉시 응전하겠다는 말을 미국이 몇 번씩 반복하더라도, 미군이 참전할 수 없는 국내외 여건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한다. 자주국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등이 비현실적인 의존감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

국제 정치적 문제
아시아에서 중국이 대국으로 성장함에 따라 중국의 군사 규제 필요성이 명백해졌다. 여기에 미국은 일본, 한국, 필리핀, 심지어는 호주, 미얀마, 인도까지 포함하여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미·중 간의 새로운 냉전이 다시 아시아에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미·중 간의 갈등에서 스스로 입지를 세우기 위해 군사적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한에 전시작전권이 없는 한 한국군은 미국의 대 아시아, 대 중국 견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는 외교 안보에서 단순히 미국 의존도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정책 결정과 협상에서 한국을 배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도 대한민국을 상대로 공들여 외교를 펼칠 명분과 실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만 협의하면 대한민국은 자연히 따라오는 구조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지적해야 할 것은 미국은 아시아에서 군사적 헤게모니를 유지할 만한 충분한 국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 부담이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한국에 돌려주고자 했던 주요 이유임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그러니 이번에도 한국 정부는 미국 무기의 도입 등 갖가지 경제적 보상을 약속함으로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에 미국의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가지는 한 계속 한국에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요구를 할 것은 명확하고 당연히 한국 정부는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의 군사 분쟁 시 미군이 참전하더라도 미국 불패의 신화는 이미 예전에 사라졌다는 것은 월남전 이래의 미국 전쟁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전시작전권과 통일 문제
군사 작전권이 없으면 북한이 한반도의 장래를 논의할 때, 특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에 대해 의논할 때 대한민국을 동등한 협상 상대로 여기지 않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휴전협정에서 대한민국 의사가 철저히 무시되었듯이 북한은 모든 중요한 협상은 미국과의 직접 담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여겨 왔다. 2013년 초 북한이 휴전협정의 무효화를 선언했을 당시 대한민국 통일원 장관이 북한이 법적으로 휴전협정을 무효화할 수 없다고 언급하자 북한은 휴전협정의 당사자도 아닌 대한민국은 말할 자격조차 없다고 대꾸하였다.

그뿐 아니라 북한은 남한이 미국의 허락 없이는 군사행동을 할 수 없기에 아무런 군사 보복을 못하리라고 확신하고 계속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 때에도 일방적으로 폭격을 당한 남한은 이렇다 할 군사적 대응조차 하지 못하는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당시 합참 의장의 지휘를 받는 한국군이 미군 지도부를 짜증나게 만들 만큼 ‘북한을 향해 발사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자주 했다는 후문이다. 평시작전권이 한국군에 있다 하더라도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할 때에 한국은 군사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행사하고 있지 못하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가 원점타격을 한다고 해도 뒤이어 북이 미사일 등으로 반격하면 수위를 높여 반격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그때는 곧 ‘데프콘 3’이 발효되어 작전권이 미군에게로 넘어갈 것이 뻔한다. 어떻게 미군의 승인 없이 원점타격을 할 수 있겠는가?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은 자기 나라를 방어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도, 자기 민족과 평화를 이루어 갈 자유도, 자기 나라를 공격하는 나라와 전쟁할 수 있는 자유도 없다. 이처럼 군사적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북한과 협상을 통한 통일은 몹시 어렵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이 한국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미국을 설득하거나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일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한국의 대북한 긴장완화정책이 부시 행정부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음을 경험하였다.

둘째, 통일을 위해서는 중국과 소련 등 주변의 열강들을 설득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러시아나 중국은 모두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는 나라다. 그들이 한반도의 통일에 시큰둥한 이유는 미국과 직접 한반도에서 대치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군의 통수권을 미국이 쥐고 있는 한,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통일을 필사적으로 막을 것이 분명하다.

셋째, 이미 몇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은 민족통일의 방향을 외세의 간섭 없이 자주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나간다고 천명한 바 있는데, 대한민국이 자국 군대의 전시작전권조차 없이 통일 협상에 나간다면 명분상 열등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히 통일을 위한 군사문제는 의논할 수도 없다.

넷째, 북한과의 통일을 위한 협상이란 북한과 상대할 수 있는 힘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이때 힘이란 정치력, 외교력, 군사력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력을 우리의 군사력으로 착각하여 힘의 균형을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한반도에서 미국의 이익과 대한민국의 이익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주국방의 필요는 공감하면서도 지금은 남한이 준비가 안 되었으니 일단 전시작전권을 미국에 주어 시간을 벌고 한국군의 병력 증강을 위해 노력하자는 논리에 상당수 한국인들이 공감하는 듯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전시작전권이 없는 것이 자주국방을 준비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핵무기를 갖고 싶어 했을 때 미국이 얼마나 집요하게 반대했는지를 우리는 알고 있고, 오늘날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상황이 와도 남한이 핵무장을 하나의 선택가능성으로도 삼지 못함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섯째,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는 상태에서의 통일이란 북한의 붕괴로 인해 남한이 북한을 점령하는 형태의 흡수통일인데, 이때도 북한의 장래에 대한 정책 결정자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이 될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유엔에 가입한 주권국가로 대한민국과 별개의 국가”이기 때문에 “한반도 북단에 대해 대한민국은 관할권이 없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전시작전권이 대한민국에 있어도 북한 내에서 대한민국의 주권행사가 쉽지 않은데, 전시작전권마저 없으면 대한민국은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아무런 지렛대를 갖지 못하게 된다. 어떤 형태의 통일이든 전시작전권 환수의 연기는 한반도 통일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전시작전권의 환수가 평화통일의 전제조건
이미 전시작전권의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모두 전작권 환수를 위해서 제대로 노력도 한 번 하지 않았고 국론을 모으지도 못했다는 데 있다. 이 문제가 야기된 것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이고,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 시에는 이미 방향 설정이 끝났다고 보아야 하는데 그 어떤 반대 여론 형성의 노력도 없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는 결코 이렇게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특히 통일 대업을 성취해야 할 젊은 세대들은 전시작전권의 환수가 평화통일의 전제조건임을 자각하기 바란다.

“그들이 바로의 세력 안에서 스스로 강하려 하며 애굽의 그늘에 피하려 하여 애굽으로 내려갔으되 나의 입에 묻지 아니하였으니 죄에 죄를 더하도다”(이사야 30:2)  
 
박문규
서울대학교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학, 아이다호주립대학에서 공부한 정치학자이다. 오랫동안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에서 가르쳐 왔고 지금은 학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남한의 현대 정치를 논한 《뜻으로 본 한국정치》가 있으며, 최근엔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변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메일은 ciumkp@yahoo.com

박문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날 대학 학장 goscon@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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