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호 오두막에서 만난 사람들]

▲ ⓒ정영란
‘오두막’을 찾은 알코올 중독자들
어느 날 갱생보호공단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무기한 단식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A를 퇴소 시켜야 하는데, 마땅히 보낼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좀 부담스러웠지만, 보낼 곳이 없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우리 공동체가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알코올로 인한 우울증이었습니다. 병원치료의 효과가 있어 다시 자살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술은 끊지 못해 자주 술주정을 했지만,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습니다.

B는 친구가 자기를 죽이려 하니 며칠 동안 보호해달라며 찾아왔는데 역시 중증 알코올 중독이었습니다. 치료하기에는 너무 늦어 보였지만, 일말의 희망을 품고 받아들여 치료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증세가 점점 악화되어 마침내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폭행해 죽게 함으로 체포되었습니다.

C도 빈번한 자살 시도 때문에 우리에게 오게 되었는데, 팔목 혈관을 면도날로 긋곤 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술만 취하면 파출소에 들어가 기물을 파손하는 바람에 또다시 교도소에 가야 했습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그를 알코올클리닉에 입원시켜 집중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다행히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은 첫 겨울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C는 노숙이 힘든 겨울엔 고의로 파출소 기물을 파손시켜 교도소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였던 거지요. 치료가 잘되어 종종 외출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만취 상태로 병원 정원에 있는 나무에 목을 매달고 말았습니다.

D는 알코올 중독이었지만 매우 착실하게 우리의 지도와 치료에 호응하며, 정부로부터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를 우리에게 맡겼습니다. 그렇게 천만 원 정도 저금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돈이 조금 필요하다 해서 별생각 없이 내어주었는데 그 길로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 횟수가 늘어가는 걸 보고, 더는 돈을 줄 수 없다고 했더니 우리를 고소하겠다고 윽박지르는 통에 그의 돈을 다 주어버렸습니다. 술집에서 아가씨들과 즐기며 돈을 다 날려버렸습니다. 불과 며칠 만에 말입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아무 대책이 없는지 한 번 더 병원에 입원시켜 달라 사정하기에 다시 입원시켜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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