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호 커버스토리] ‘전병욱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한국교회의 일베스러움

   
▲ 평양교회 전병욱 목사 면직 재판 중 피켓 시위를 하던 이진오 목사(맨 왼쪽)와 권대원 집사(중앙)를 홍대새교회 교인들이 둘러싸고 조롱과 폭언을 퍼붓고 피켓을 찢어버렸다. 3차 재판 대는 재판에 출두하는 전병욱 목사를 언론의 취재와 시위대로부터 숨기려고 홍대새교회 교인들 수십 명이 출동해 폭력을 휘둘러 경찰도 출동했다.(사진: 지유석)

최근 몇 년간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켜온 ‘일베 현상’을 보면서 낯익은 기시감을 느꼈다. 일베들은 왜곡된 성(性) 의식으로 여성을 비하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그들을 조롱하며, 오직 체제수호의 극우적 논리를 이용해 비뚤어진 강자의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 내가 지난 몇 년간 생생하게 봐온 한국 기독교인들의 보편적 모습이었다.

작년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나는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대다수 기독교인의 태도에서 ‘전병욱 목사’ 면직운동을 하면서 봐왔던 낯익은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목격하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마 나도 내 신앙에 커다란 균열과 혼돈을 가져온 이 사건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지 않았더라면, 대다수 기독교인들과 같이 강자의 논리로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피해자는 조용하고 잠잠하라고 외쳤을지 모른다.
 
부끄럽게도 나는 마흔이 다 되어갈 때까지, 직장생활 충실히 하고 교회 일만 헌신하면 ‘신앙인으로서 올바르고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것으로 생각했다. 교회 밖의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세상 일’이라는 단어로 간단히 무시하며, 세상 일을 무시하는 신앙이 더 경건한 신앙이라고 여겼다.

내 주변의 사랑하는 후배들이 충격적 성범죄의 피해자들이었고, 내가 존경하고 따랐던 목사가 가해자였다는 잔인한 현실을 마주하지 않았다면, 난 아마 계속 그렇게 ‘경건한 신앙인’으로 살았을 것이다.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