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호 커버스토리]

   
▲ "한 달간은 근육통으로 인해 자다가 몇 번씩 깼다."(사진: 김도성 제공)

2년 전, 서른한 살 때였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호주로 가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다소 우발적인 결정이었다. 학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중이었다. 문자가 한 통이 왔다. 카드 이자 때문에 돈을 빌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발신자는 아버지. 앞으로의 진로를 위해서 차곡차곡 모으고 있던 돈을 보내드렸다. 잔고는 언제나처럼 제로(0)에 가깝게 되었다. 그 순간, 호주에 가 있던 선배가 권유해준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떠올랐다. 단 일말의 지체도 없이 가기로 결정했다. 오래도 버텼다. 돈 없이 공부만 하면서.

참 못났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나가 하나님께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애면글면 어떻게 이렇게 저렇게 살아왔는데, 아 물론 나의 어리석고 비겁했던 행동들을 인정하지요, 하지만 내가 많은 것을 바라나요, 도대체 내가 필요할 때 무엇 하나 도와준 적이 있나요, 돈이 그렇게도 중요한 것이니 좋아요, 내가 직접 해결할게요.’ 뭐 이런 식으로. 뜨겁게.

나에게 돈은 현실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리키는 기호였다. 20대 초반까지도 경제적 욕구를 충분히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래서였나. 남들은 취업 준비한다고 난리였는데, ‘여유’를 부리며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었으니…. 어릴 때는 착하게 행동하면 우리 집 잘 살게 해주신다고, 대학 때는 열심히 공부하면 유학 보내주신다고 믿었다. 물론 그때는 내가 그런 믿음을 갖고 있는 줄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돈과 거리를 두는 순수성을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불쑥불쑥 욕구 불만이 터져 나올 때마다, 하나님을 탓할 수는 없으니, 부모님을 탓할 수 없으니, 나 자신을 탓하는 게 가장 편했다. 그러다가 지치면 허무감에 젖었다. 세상은 두려운 곳이었고, 난 겁쟁이였다. 내면의 세계로 도피했다. 그래도 그때는 순수한 겁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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