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호 독서선집] 한국전쟁과 기독교 / 윤정란 지음 / 한울 펴냄

토지개혁으로 공산당에게 땅을 빼앗기고 학교와 집을 포기한 채 월남한 서북지역 출신의 기독인들에게 소련 군정과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공산당 세력은 666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렸던 도미티아누스(Titus Flavius Domitianus) 황제처럼 잔혹한 용이었다.

왜 아니었겠는가. 서북 출신이 아니더라도 한국전쟁을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산당은 끔찍한 사탄처럼 여겨지지 않을 수 없다. 6·25 때 우리 아버지에게도 공산군은 끔찍한 공포였다. 큰아버지는 당시 경찰이셔서 정부를 따라 부산에 계셨고, 아버지께서 할머니와 고모를 데리고 피난을 다니셨다고 했다. 당시 14살이던 아버지는 인민군이 지나간 자리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나름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며 집으로 오셨는데 며칠 뒤에 인민군이 다시 돌아왔단다. 군경 가족은 발각되면 죽었기 때문에, 아버지와 할머니, 고모는 땅에 파묻어 놓은 항아리에 아침부터 밤이 될 때까지 숨어 계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땅속 항아리 안에서 보낸 시간은 가늘고 위태했으리라. 할아버지는 전쟁 중 총에 맞아 돌아가셨는데, 인민군의 총이었는지 국군의 총이었는지 본 사람이 없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박정희의 쿠데타 직후에 경찰이 되신 우리 아버지에게도 6·25전쟁을 일으킨 공산당은 사탄 마귀와 다름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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