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호 잠깐 독서]

우치무라 간조의
영적 순례기

구안록
우치무라 간조 지음 / 양현혜 옮김
포이에마 펴냄 / 12,000원

《회심기How I Became Christian》(1895)와 더불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우치무라 간조의 대표 저작, 회심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기독교 신앙과 사상의 기초가 되는 속죄 신앙을 논한 대표적인 신학 저술로, 1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죄에서 벗어나 평안을 얻기까지의 자기 인생 이야기를 중심으로, 2부는 ‘죄의 원리’ ‘기쁜 소식’ ‘신앙 이해’ ‘낙원 회복’ ‘속죄 원리’ 등 속죄론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평안을 얻는 길을 알았다. 그러나 길을 안다고 반드시 그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은 나를 죄에서 구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앙 또한 하나님의 선물이다(엡 2:8). 나는 믿어서 구원을 얻을 뿐 아니라 믿어졌기에 구원을 얻었다. 여기까지 이르니 내게는 스스로를 구할 힘이 전혀 없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내 믿음마저도 하나님께 구해야 한다. (197쪽)

 

 

 

여성은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가

사려 깊은 수다
박정은 지음
옐로브릭 펴냄 / 14,000원

재미영성학자 박정은(소피아) 수녀가 여성을 위한 피정 ‘지혜의 원’을 지도하며 여성의 자기발견과 성장에 관해 쌓아온 통찰이 책으로 나왔다. 그는 여성들이 자신의 아픔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다시 읽어낼 수 있도록 이끈다.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가부장적 사회 구조를 이해하고 자신의 개인사를 새롭게 해석하면서 여성들은 상처와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고 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이 세상에서 평생을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 것일까요? 싫든 좋든 우리 여성들이 살아가는 삶은 ‘여성의 삶’으로 규정되어 있고 문화적으로도 일정한 형태로 빚어져 있으며, 그 안에서 적응하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하면서, 사랑하기도 하면서 주어진 우리의 삶을 살아갑니다. 바로 그 안에서 여성인 우리가 고유한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또 자신이 연주하는 삶의 멜로디를 이해하는 작업은, 건조하고 메마른 일상에서도 사막 한가운데서 만나는 샘물처럼 우리를 촉촉이 적혀주고 새로운 길을 떠날 힘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8쪽)

 

 

 


 

“사회는 끊임없이 재탄생한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 나현영 옮김
포도밭 펴냄 / 13,000원

인류학은 곧잘 옛날 얘기로 치부되고, 아나키즘은 자주 순진하고 낭만적인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이 비전을 얘기하면, 이를테면 갈등이 고도화되고 이전 시대의 상상을 초월하는 자본주의를 경험한 인류에겐 그런 순진한 비전이 무소용이라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삶이 질적으로 변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자기 삶을 자유롭게 통치하는 세상을 이룩하려는 이들”을 위한 사회 이론의 조각들을 펼쳐 보인다.

아나키스트 이론은 다른 사람의 기본 가정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대신 서로를 강화하는 기획을 찾으려 한다. 어떤 점에서 통약불가능한 이론들이라 해서 존재할 수 없거나 서로를 강화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유일무이하고 통약불가능한 세계관을 가진 개인들이라 해서 친구나 연인, 공통의 기획에 힘쓰는 동료가 되지 말란 법은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아나키즘에 필요한 이론은 고급 이론보다 오히려 ‘낮은 이론’이라 부를 만한 것일지 모른다. 변혁을 위한 기획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론 말이다. (46~47쪽)

 

 

 


 

어렵고도 모호한, 성령

성령님은 누구인가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 양혜원 옮김
성서유니온 펴냄 / 8,000원

성서유니온의 ‘모든 사람을 위한 기독교 시리즈’ 네 번째 책. ‘성령께서 그리스도인과 교회에 생명을 주시고 이들을 회복시킨다’는 다소 모호한 표현은, 책을 읽어가면서 더 명확해지고 사실로서 다가온다.

지금까지 사실 인간 본성에 대한 기독교의 이해는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 창조의 교리에 대해 생각할 때 논의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그 개념을 성령과 연관해서 생각해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숨을 불어넣으셨다’라는 주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창조 때만이 아니라, 하나님은 우리 삶 전체에 숨을 불어넣으신다. 기독교 신앙에서 영성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하나님과 관계를 맺기 위해 인류가 창조되었다는 사상과, 그 관계를 가능하게 하시고 유지시키시는 성령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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