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성경의 대화, 버나드 램 지음, 박지우 옮김

                                            
                                                     
“보수 기독교는 단순한 즉성적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현대 과학은 즉성적 창조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초정통주의자 상당수는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교착상태를 벗어날 길은 … 점진적 창조론의 형태를 통해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한 사람의 복음주의자로서 내가 지닌 신념이다.” (134쪽)

▲ 버나드 램 지음 / 박지우 옮김 / IVP 펴냄 / 22,000원

저자가 말하는 ‘점진적 창조론’은 “창조의 기본 양식이 점진적 창조”라고 보는 입장이다. (저자의 분류에 따르면 우주의 기원과 관련한 이론은 네 가지다. 즉성적 창조론, 점진적 창조론, 유신 진화론, 자연주의적 진화론.) 즉성적 창조론의 자의성은 비판하지만, 그들이 견지하는 하나님의 초월성 교리는 지키고자 한다. 유신 진화론의 균일성은 비판하지만, 그들이 지닌 진보·발달 개념은 받아들인다. 과학과 성경, 둘 다 존중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이 책의 중점이다. 주로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인류학 등이 성경과 어떻게 엮이는지 담아냈다. 

1954년 출판된 이 책(원제: The Christian View of Science and Scripture)은 무려 60여 년이 지났음에도, 오늘날 한국 기독교에 큰 시의성을 지닌다. 과학과 신앙(성경)이 극단을 향해 갈라져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간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았던 이들이라면, “창조론”이라는 단어를 견지하면서도 ‘복음주의자’로 남고픈 저자의 성실한 연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저자가 원한 제목은 ‘The Evangelical Faith and Modern Science’다). 과학과 성경의 대화를 이끌며 그가 지키고자 했던 ‘복음주의 신앙’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유추하며 읽는 것도 큰 인상을 남길 것이다. 

최근 출간된 ‘스펙트럼: 과학과 신앙’ 시리즈의 첫 책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한국교회탐구센터 편저, IVP)도 반갑다. 특별 좌담, 북 리뷰 등이 포함된 잡지 형태의 기획물로,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있어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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