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 커버스토리] 9·12 지진 한 달 후 경주를 다녀오다

▲ 황성공원에서 산책하는 시민 ⓒ복음과상황 이범진
   
▲ 월성 원자력본부 내에서 찍은 신우러성 1·2호기 제 3발전소 ⓒ복음과상황 오지은

불안한 지반 위의 ‘안전한’ 원전?
지난 9월 12일 오후 7시 44분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시 남남서쪽 8.2km에 위치한 내남면 부지리에서 5.1 규모의 전진(前震)이 있었고, 다시 오후 8시 32분 경주시 남남서쪽 8.7km에 위치한 내남면 화곡리에서 5.8의 본진(本震)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국내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로 분석됐다.

진앙지로부터 27km 떨어진 곳에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4기와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1, 2기가 운전 중이었다. 경주에 본사를 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날 지진 발생 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경주 지역 지진에 의한 원전 영향 없어”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렸다. 그리고 자정께 월성 원전 1~4기 가동을 순차적으로 수동 중단했다.

지진 발생과 원전 운전 중단 사이에는, 지진으로 인한 월성원전 부지에 대한 충격이 원전 정지 기준값에 미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 지진 충격이 원전에 도달했을 때 강도인 최대지반가속도(PGA:Peak Ground Acceleration, 단위 g)와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 원전 내부가 아닌 실외 측정값인 운전기준지진(OBE, Operating Basis Earthquake) 계측 작업이 그것이다. 내진 설계의 기준으로 볼 수 있는 PGA의 경우, 현재 가동중인 국내 원전은 6.5 지진에 해당하는 0.2g까지 견딜 수 있다. 그리고 지진 시 OBE 값이 기준치를 넘으면 원전의 이상 유무와 관계없이 원전 운전을 중단한다. 월성 원전 OBE는 0.1g다.

9·12 경주 지진으로 PGA 값은 기준치를 넘지 않았으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측정한 월성원전 부지 OBE 값은 0.12g로 기준치를 넘겼다. 이에 한수원은 추가 검증을 거쳐 원성 원전 운전을 멈췄다. 추가 검증값이 정지 기준값을 넘겼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지진으로 인한 원전 영향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 중에 일단 “영향 없다”는 보도자료부터 내놓고는, 이후 OBE 기준값이 넘자 운전정지를 한 셈이다. 안전을 일단 확언하는 한수원의 태도는 오히려 지진으로 인한 공포에 떠는 시민들의 혼란과 불신을 가중시켰다.

경주 지진 이후 원전 지역들의 활성단층 논란이 주요 이슈로 등장하며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국내 원전 지역의 지질 불안정성 문제는 이미 보고되어 왔다.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이 2009년 5월부터 2012년 8월까지 ‘활성단층 지도제작’과 ‘국가지진위험지도 제작’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지질자원연구원이 수행한 연구 결과 보고서에는 당시 신규 원전인 신고리 5, 6호기 부지가 활성단층으로 분류됐다. 한수원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일자 한수원 측은 해당 연구 결과를 알 수 없었다고 해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주에는 특히,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도 운영 중에 있다. 2014년 8월 말 준공하여 운영을 시작한 경주 방폐장이 1년여 만에 지하수 염분으로 인해 배수 펌프가 누수되는 등의 결함을 드러낸 것 역시, 부지 선정 및 공사 과정 이후로 환경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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