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 스무 살의 인문학]
▲ 희생양은 존재 그 자체로 폭력을 정당화한다. 윌리엄 홀먼 헌트의 <희생양>(1854) |
폭력의 재학습
중학교 시절을 돌이켜 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선생님들이 체벌을 ‘집도’하는 순간들입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던 해에 체벌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중학교 생활에 대한 기억은 더더욱 체벌로 생생하지요. 당시 선생님들의 체벌은 참 무서웠습니다. 70년대의 그 우악스럽기 짝이 없는 선생님들만큼은 아니었겠지만, 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학생들을 어지간히 무식하게 패기로 유명했습니다. 복도에서는 엉덩이나 뺨을 두들겨 맞는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었지요. 그 친구들은 그저 선생님들께 ‘맞을 짓’을 했다는 이유로 맞았습니다.
교회 중고등부나 청소년 단체, 심지어 신학대학원에서도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제게 가장 영광스러웠던 강연은 모교 도서관에서 했던 강연입니다. 작년 겨울, 저를 아껴주시던 선생님께서 저를 초청해서 3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거든요. 바뀐 듯 바뀌지 않은 학교 교정을 걸으면서 선생님과 후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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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림 철학을 좋아하는 20대 인문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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