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호 세상읽기]

   
▲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도널드 트럼프. (사진: 백악관 페이스북/위키피디아)

트럼프 등장의 배경
미국에 극우 인종주의적 국가주의가 득세하리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측되었던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으로 이 예측은 들어맞았다. 단지 많은 지식인의 예측보다는 그 시기가 일렀고, 그 주인공이 천박하고 난폭한 자본가라는 것이 다소 특이할 뿐이다.

미국 극우정권의 탄생은 미국이 1960년대 후반부터 겪어온 경제적 쇠락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복지정책과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인해 국가경제의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제 미국 국민들은 제조업 분야에서 신흥공업국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비품들이 중국 등 제3세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미국의 무역수지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과도한 양의 달러화와 달러 표기 채권들을 제3세계의 국가와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 유사시에는 미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다.

미국 정부는 엄청난 재정 적자에 처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군사비를 대폭 줄이거나 복지 예산을 깎아야 하는데 국제사회의 안정적 관리와 국민들의 생활 안정을 유지해야 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뾰족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 오죽하면 연방정부를 며칠 폐쇄해야 하는 일조차 벌어지겠는가?

그뿐 아니라 1981년에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서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빈부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들고 중산층은 줄어들게 했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이제 저소득층에게는 공허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특히 백인 저소득층들은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 것이 자유무역정책과 소모적인 군사·외교정책 그리고 기득권을 가진 무능한 정치인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차지함은 물론 그들의 근면성으로 인해 백인들이 원하는 직장까지 빼앗기고 있다는 인식이 생기자, 미국 내에서는 반이민자운동, 반아시아운동, 반중국 정서가 확대되었다. 특히 저학력 백인 빈곤층에게 호소력을 지니고 번져가기 시작한 것이 트럼프 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 어려움을 처절하게 겪은 독일 국민이 히틀러의 나치즘을 지지했고 독일 민족 최우선 정책을 썼으며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음을 생각한다면,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 그리고 이민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매우 유사하다. 트럼프의 등장이 예삿일이 아니며, 그의 정책과 정치 행보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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