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호 시사 잰걸음]

   
▲ "장애인도 평등하게 차별없이 투표하고 싶습니다."

‘장애인도 투표하고 싶습니다’
2017년 5월 9일, 광화문 광장으로 갔다.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탄핵, 대통령 보궐선거로 이어진 한 시대의 마무리를 꼭 그 자리에서 보고 싶었다. 보슬비를 맞으며 서 있던 사람들은 시간이 오후 7시 59분 50초를 지나가자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열을 다 세고 나니 화면에 세 부류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각각 파란색, 빨간색, 연두색 ‘드레스 코드’를 한 사람들. 그중에 오직 파란색 집단만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질렀다. 그 모습을 본 광장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데 마치 기분이 오미자차를 마시는 것 같다고 할까? 달고 시고 쓰고 맵고 짰다. 오묘한 감정을 느끼며 잠시 광장을 서성거리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길 건너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 보니 장애인들이었다. 계단에는 엄청 긴 현수막이 놓여 있었는데  ‘장애인도 투표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투표는 국민이 주권을 발휘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이번 선거도 그랬다.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보수를 새롭게 하기 위해,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서 자신의 주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서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에 장애인들이 있다. ‘2017 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대선연대’)는 5월 4~5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투표소 3,516곳 중에서 18.3%에 해당하는 644곳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고 밝혔다. 지체장애인은 투표장소가 1층이 아닌데다 엘리베이터 등 이동수단이 없어서, 청각장애인은 수화통역사가 없어서, 시각장애인은 장애인용 보조 용구가 없거나 사용이 불편해서, 발달장애인은 특별 제작된 투표 안내문이나 그림 안내가 없어서 불편을 겪었고 심지어 투표를 할 수 없었다. 이 문제는 대통령 선거 당일인 5월 9일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5월 9일, 대선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선관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했다. △모든 투표소의 장애인 접근성을 확보하라 △투표 과정에서의 모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 △선거 사무원 등 관련자들의 장애인 지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라 △모든 투표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직접 참여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라 △장애인 거주시설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라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수립하라 등이었다. 장애인 유권자들이 무슨 편의를 봐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과 똑같이, 갖고 있는 권리대로 투표를 하려는 것뿐이다.

우리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6조 ①항은 “국가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 ②항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 및 설비, 참정권 행사에 관한 홍보 및 정보 전달, 장애의 유형 및 정도에 적합한 기표 방법 등 선거용 보조 기구의 개발 및 보급, 보조원의 배치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한마디로 장애인이 투표를 함에 있어 불편을 겪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기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고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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