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호 커버스토리]

세월호 사건으로 온 국민이 침통하던 2014년의 어느 봄날. 스마트폰 즉석 메신저의 팝업 메시지가 1초가 멀다 하고 뜨기 시작했습니다. 전화번호에 등록한 이름이 아닌 메신저 아이디로 연이어 올라오는 메시지가 궁금하여 확인한 순간, 저는 순간적으로 현실 감각을 잃고 폰을 떨어트릴 뻔했습니다. 1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초대된 그룹 채팅방에 여러 사람들이 세월호 피해 가족들을 모욕하고 사실이 아닌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퍼트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후’ ‘종북’ ‘좌파’는 물론 ‘유족충’ 같이 일간베스트저장소(약칭 ‘일베’)에서나 볼 법한 끔찍한 단어들도 보였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들이 막대한 보상금, 특례 입학, 의사자·의상자 지정, 공무원 시험 특혜 등을 받는다면서 눈에 담기도 힘든 욕설들도 올라왔습니다. 저는 사실 확인을 한 뒤 반박 자료를 올리기도 했지만, 이들은 나름의 논리와 조작된 근거 자료로 대응했습니다. 이념과 사상을 넘어 진실과 인간애를 추구해야 할 텐데, 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믿어온 체계가 곧 기독교의 전부라고 여겼고,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대했습니다.

그 채팅방의 제목을 보고, 제가 어떻게 초대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2010년 군 전역 직후 고등학교 선배를 따라 보수-신사도 계열의 단체에서 몇 개월 일한 적이 있는데, 당시의 제 연락처가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채팅방에는 정치인, 교수, 변호사, 모 연합이나 모 봉사단 또는 모 청년단 같은 시민단체 활동가, 인터넷매체 기자 등이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대치하거나, 보수 집회의 연사로 나와 TV나 인터넷 기사를 통해 눈에 익은 사람들, 그리고 예전 단체에서 활동하던 시절 어깨 너머로 본 목회자들이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들은 그 단체의 수련회에서 일명 ‘십자군알바단’(십알단)의 단장과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대표격 인사들이 막말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이 채팅방이 ‘개신교발 루머의 부화장’이라는 것은 자명했습니다.

채팅방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사상을 퍼트리려고 초대한 사람들을 메신저 친구로 추가하여 새로 채팅방을 개설하곤 했습니다. 보통 수백 명부터 천 명을 헤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동 메시지 전송 프로그램으로 채팅방을 도배하는 사람 때문에 퇴장한 몇 개를 제외하고, 2017년 현재 제가 남아있는 채팅방만 40개 가까이 됩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을 초대하는 게 목적인지 별의별 사람들이 초대되어,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메시지들이 참호전의 포탄처럼 오갔습니다. 심지어 일베 회원, 안티 기독교인, 온갖 이단과 자칭 재림주, 다단계 판매원까지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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