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앵무새 / 스캇 맥나이트 지음 / 전의우 옮김 / 성서유니온 펴냄 / 2018

   
 

1세기 갈릴리 사람이고, 길에서 사람들을 가르쳤으며, 십자가에 달려 죽었으나 부활한 것으로 선포된 예수라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였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모델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단지 사람 모습으로 보였던 신으로 전제하고, 그위에 그의 삶을 겹쳐 놓는다. 그들에게 예수의 기적과 부활은 전능하신 이의 일상적 활동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무모한 혁명가로 보기를 즐긴다. 그들에게 예수는 계란으로 바위를 침으로써 다른 이들의 열정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다.


20세기 이후 어떤 사람들은 조금 더 입체적인 모습의 예수를 그리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1세기 유대와 갈릴리의 분위기를 읽어내기 위해 당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예수라는 변수를 그들의 정치, 사회, 경제, 종교, 문화 속에 집어넣어 본다. 이들의 노력을 통해 우리는 예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그들은 그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었고 어떤 말을 할 수 없었는지, 그의 행동이 지도자들의 분노를 샀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를 따랐던 사람들은 그에게서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예수 신경》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스캇 맥나이트 역시 예수를 입체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1세기 유대인들의 종교 생활을 세심히 살피고, 예수가 거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려 했는지, 또한 그 노력이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너무 무겁지도 아주 가볍지도 않은 말투로 들려주는 좋은 이야기꾼이다. 그에 따르면 예수는 제자들을 모았고, 유대인들이 모두 알던 신조인 ‘쉐마’―네 마음과 성품과 힘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라!―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를 결합한 새로운 신조를 가르쳤으며, 유대인들의 일상 기도문인 ‘카디쉬’를 편집하고 거기에 이웃을 위한 기도를 추가하여 ‘주의 기도’를 만든 종교 지도자였다. 예수는 새로운 신조와 기도문으로 제자들의 삶과 신앙을 모두 양육하려 했다는 것이다.

스캇 맥나이트는 《파란 앵무새》에서 예수의 제자 양육법이 우리 시대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예수는 구약성서 전통에 흠뻑 젖은 분으로 그를 자양분 삼아 자라났으나, 거기에 매이지 않고 자기 시대를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말했다. 바울 역시 교회로부터 예수의 가르침을 충실히 배웠으나 새로운 상황 앞에 섰을 때 새로운 말들을 해야 했다. 저자는 이 과정을 ‘분별’이라 부른다. 분별을 통해 우리는 기독교 전통이 가진 구원의 능력을 누리는 동시에 전통을 넘어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통을 얼마나 충실히 복사하느냐가 아니라, 성경의 공통적 주제인 창조에서 시작해 완성으로 가는 우리의 여정을 얼마나 잘 담고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물론 맥나이트는 보수적인 교단(미국·캐나다 성공회에서 동성애 주제에 대한 불일치로 분리된 이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교단인 ‘북미성공회ACNA’)의 성직자고, 어떤 이슈에 대해서는 특히 보수적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를 넘어설 수 있는 도구를 우리에게 쥐어 준다. 이 도구는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성경 저자들이 이미 사용하던 것이라면서.

“본질적으로, 교회는 늘 이렇게 가르쳐 왔다. 시대는 변했으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분별하는 양식을 신약성경에서 배워 왔다.” (167쪽)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예수 신경》에서 ‘영성 형성을 위한 성경 읽기’라고 부른 방법의 구체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읽기가 주는 유익의 구체적인 사례를 더 알고 싶다면 《예수 신경》과 《배제의 시대 포용의 은혜》를 함께 읽으면 좋다. 

 

여정훈
대학원에서 신약성서를 공부하던 중 공부에 재능 없음을 느끼고 기독교 시민단체에 취직한 후 자신이 일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을 만들었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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