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우주를 만나 / 김경아 지음 / IVP 펴냄 / 2018

   
 

결혼 전, 남편과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입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아… 자신 없어” “어떤 자신이 없어?” “입양한 아이를 내 자식처럼 사랑할 자신이 없어.” “부담 가지지 말고 가족이 없는 아이에게 울타리가 되어준다고 생각하면 어때?” “그게 쉬울까? 모르겠어, 현재로서는 힘들 거 같아.”

대화를 대충 마무리한 이날 이후에도 종종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가볍게 접근한 나와, 생각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남편의 대화는 대부분 평행선을 이루었다.

인간은 망각의 존재여서인지 절대라는 개념을 지키기가 참 쉽지 않다. 두 딸을 낳은 후 이제 우리 집에 아이는 절대 ‘끄읕~!’을 외쳤었다. 그러고 얼마나 되었다고 입양에 대한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아닌가! 살만해져서 그런 건지 이유는 알기 어렵지만, 추측하기로는 어린 아기들과 함께 살다보니 절대적 애정과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들에 대한 감각이 자극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여러 번 대화를 통해 막연한 지식이 입양을 가볍게, 혹은 무겁게만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런 무지가 우리를 입양에 다가가기 더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닐까?

“인생의 울타리를 넓히는 행복한 선택, 입양”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너라는 우주를 만나》는 입양에 관한 책이다. 불편한 몸 상태에도 이미 두 딸을 출산하여 양육하고 있었던 저자는, 어떠한 인과인지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상황들에 마음이 이끌려 입양을 결심한다. 그리고 입양 과정에서부터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까지 담담히 나누며 누구나 겪는 일상으로써 입양을 이야기한다. 특히 입양이 ‘엄청난 계시’를 받은 훌륭한 사람들만 하는 일이 아님을 알리고 싶어 한다.

내가 아이를 키우기에 얼마나 부적합한 사람인지……. “좋은 일 하셨네요. 훌륭하십니다”라고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그다지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이고 싶었다. (11쪽)

저자와 가족들은 ‘공개 입양’을 했다. 사실을 숨기기보다 ‘진실에 근거한 자유로운 대화’와 서로를 돌보는 일에 에너지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입양에 대한 우려와 편견에 대한 입양 당사자 희은이의 대응은 도리어 주변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희은이는 친구들의 질문에 씩씩하게 잘 대답했다.

“근데 엄마, 진짜 웃긴 질문이 뭐냐면요, 애들이 ‘그 엄마가 너를 사랑해줘?’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 “얘들아, 집에서 나는 막내야. 막내가 제일 사랑받는 거야. 그리고 사랑해 주려고 입양하는 건데 당연히 사랑해 주지, 안 사랑하겠어?”(100쪽)

그밖에도 책은 미혼모(부), 낙태, 난임, 해외입양 등 입양과 연결되는 이슈를 다양하게 다룬다. 입양에 대해 서도 아는 것이 힘이다.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새로운 우주를 탐험하는 일 만큼 아득하고도 엄청나다. 그리고 두렵다. 하지만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쫓는다’ 하지 않던가. 입양이라는 우주탐험에 사랑으로 임했을 때 편견의 두려움 너머 아름답고 경이로운 반짝임을 우리는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남편과 함께 읽어봐야겠다.


심에스더
성을 사랑하고 성 이야기를 즐겨하는 프리랜서 성과 성평등 강사이자 의외로 책 팟캐스트 〈복팟〉 진행자. SNS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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