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호 시사 잰걸음]

   
 

“2월 14일, 특검은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본지 2017년 3월호 ‘시사 잰걸음’ 맨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당시 이재용은 박근혜, 최순실에게 수백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1월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뇌물죄의 요건인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서울지법 조의연 판사) 법이란 게 어떨 때는 엄한데 어떨 때는 묘하다.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삼성, 그 총수가 이재용이다. 그가 불구속된다면 중요한 증거들이 사라질 우려가 매우 커 보였다.

슬프고 분했다. 북받치는 마음으로 이재용에 대해 썼었다. 막판에 특검이 보강조사를 통해 ‘안종범 수첩’ 등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며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반갑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마지막 저 문장을 썼다. 1년여 만에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 그럴 사정이 생겼다.

이재용은 2017년 2월 17일 새벽에 구속 수감됐고, 8월 25일 열린 1심 판결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도 징역 4년에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먼저 특검이 구형한 징역 12년에 비하면 낮은 형량이었다.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위증 등 혐의 대부분이 인정됐지만 각 혐의에 적용된 금액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재용 변호인 측은 “전부 인정할 수 없다”며 즉시 항소를 진행했다.

항소심은 해가 바뀌어 2018년 2월 5일에 열렸다. 해만 바뀐 것이 아니라 결과도 바뀌었다. 이재용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곧장 석방됐다. 최지성, 장충기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심과 달리 재판부(서울고법 정형식 판사)는 이 사건을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사실이라면 불쌍한 삼성이다. 심지어 “이 부회장을 위한 경영권 승계 작업은 존재하지 않고, 이 부회장이 도와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까지 했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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