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호 3인 3책]

교회 너머의 교회
알렌 락스버러 / 김재영 옮김
IVP 펴냄 / 2018년                                 

존 로빈슨 주교는 1963년에 《신에게 솔직히》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유명한 책에서 초월적 신이 다스리는 세계가 끝나버렸으니 기독교 신앙 역시 새로운 언어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1980년대부터 미국 성공회 주교로 활동한 존 쉘비 스퐁은 그의 논지를 이어받아 교회는 처음 경험하는 세상에서 ‘유배’를 경험하는 중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여전히 책과 글을 통해 합리적 신앙을 원하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스퐁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존 윔버라는 사람은 사태를 조금 다르게 판단했다. 그는 교회가 힘을 잃게 된 이유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초자연적 능력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와 그의 제자들은 부단히 성경에 나오는 기적들을 재연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어느 정도의 교회 성장을 보여주었다. 그의 후예들은 지금도 기적과 은사를 구하며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고 있다.

스퐁과 윔버는 서로 반대 진영에 선 것처럼 보이지만 기독교인 대중에게 비슷한 역할을 했는데, 교회의 쇠락을 극복할 길을 제시하는 영웅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영웅들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세속화된 사회에서 교회는 여전히 쇠락하고 있다. 유럽 교회들이 텅 비어 모스크나 레스토랑으로 팔린다던 20년 전 유럽 교회의 괴담은 이제 한국 교회 이야기가 되었다.

최근 나온 《교회 너머의 교회》를 쓴 알렌 락스버러는 1970년대에 신학을 공부했으니 앞서 언급한 목회자들보다는 좀 젊다. 그는 교회의 위기를 어떻게든 타개해 보려고 40년 정도 힘을 써 본 결과 북미의 ‘선교적 교회’ 논의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40년의 경험을 종합하여 ‘유배’에 대해 나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에 따르면 이제 ‘유배’라는 단어는 큰 의미가 없다. 새로운 세대는 유배지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락스버러는 ‘유배’라는 프레임이 과연 현재 기독교 교회가 마주한 쇠퇴 상황을 다루는 데 유효한지를 반문한다. 유배 프레임에 따르면 포로가 되어 남의 땅에 살게 된 시기는 언젠가 끝난다. 하나님의 백성은 유배된 땅에서 옛 땅에서의 생활 방식을 잘 지키고 살아남으면 유배가 끝난 후 다시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락스버러에 따르면 이와 같은 판단이 교회의 패착이었다. 찬양예배, 셀교회, 이머징교회 등을 통해 교회는 옛 제도를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려 했다. 그러나 변화는 더 근본적인 차원이었기에, 이와 같은 방법 중 그 어느 것도 교회를 부흥시키는 데 결정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교회를 다시 살리려는 시도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면, 시온은 머나먼 땅이라 새로운 노래를 불러야 한다면 교회로 부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은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교회 너머의 교회》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여기까지 온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실제로 공동체가 시도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을 제시한다. 물론 한국 상황과 다른 부분들도 있겠지만, 자신의 질문을 잊지 않고 읽어 내려간다면 경청에서 실험으로, 또 다른 적용으로 이어지도록 인도하는 그의 안내에서 오랫동안 교회를 사랑한 그의 애정과 노하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여정을 시작하는 세 가지 요소에는 서로에게, 하나님께, 이웃에게 경청하기가 있다. … 경청을 통해서 관찰하고 발견하고 듣는 이야기들을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누는 방법들이 중요하다. (131쪽)   

 

여정훈
대학원에서 신약성서를 공부하던 중 공부에 재능 없음을 느끼고 기독교 시민단체에 취직한 후 자신이 일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을 만들었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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