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호 3인 3책]

습관이 영성이다
제임스 K. A. 스미스 지음 / 박세혁 옮김
비아토르 펴냄 / 2018년
                                          
친구 혹은 지인들과 대화할 때 나오는 단골메뉴 중 하나는 ‘습관’에 대한 이야기다. 좋은 습관, 나쁜 습관, 기르고 싶은 습관, 버리고 싶은 습관 등을 각자 쏟아 내며 한탄하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그때마다 우리는 ‘왜 습관을 잘 버리지도, 잘 기르지도 못할까’와 같은 자조 섞인 질문을 던지는데, 재밌는 건 대답이 다들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아우-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안 따라줘!“

머리가 아무리 옳은 가치와 깨달음을 팡팡 터트려대도, 가슴이 ‘어쩌라고!’ 식으로 반응하면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가슴이 원하는 대로만 살기엔 용기가 부족하고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근대에 들어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존재’로 강조되었고, 성숙한 인간 행동의 동기부여에 ‘이성’이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믿음은 정보와 교육의 중요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인간 행동과 삶의 변화를 위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고 교육을 통해 지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해도 그것이 구체적인 “삶의 방식으로 전환”되지 않는 경험을 우리는 자주 한다.

예수님과 맺는 관계에 있어서도 비슷한 고민이 이어진다. 성경을 배우고 말씀을 깨달아 알기 원하는 교회의 가르침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예수님과 관계가 깊어지고 제자다운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기독교 철학자 제임스 스미스 역시 비교적 읽기 쉬운 저서 《습관이 영성이다》에서 인간을 지성적 존재로 상정하고 예수님의 제자도를 ‘전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식만으로 삶이 변화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예수님은 정보로 우리 지성만 채우시지 않고 우리 사랑을 빚으시는 선생이시다. 그분은 그저 우리 머릿속에 새로운 사상을 저장시키는 데 만족하지 않으신다.(14쪽)

우리는 제자도를 일차적으로 교훈에 관한 문제로-마치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이 대체로 지적 활동, 지식 습득의 문제인 것처럼-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15쪽)

우리는 생각을 통해 거룩함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아직 더 습득해야 할 다른 정보가 있는 것일까? …인간이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면 어떨까? (19쪽)

저자는 진짜 변화를 이끄는, 알게 모르게 형성되는 ‘습관’의 바탕에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통전적 의미로)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당신이 생각하는 바가 바로 당신’”이 아니라 “당신이 사랑하는 바가 바로 당신이다”라는 새로운 전제를 확신하며 ‘아는 바’가 아니라 ‘사랑하는 바’에 집중하길 권한다.

좋은 가치를 마음이 원하게 하여 삶을 바꿔 나가자는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내가 사랑하는 바가 나를 말해준다”는 메시지는 이상과 실제 사이의 괴리를 단단하게 메워 줄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 역시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식보다 마음을 살피고 상상하며 마음을 움직이길 바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또 다른 엄청난 노력과 변화를 요구처럼 느껴지는 건 내가…, 너무 삐딱한 걸까? 이것도 다 머리론 책이 좋은 줄 알겠는데 마음이 안 따라 줘서 이러는 거다!


심에스더
성을 사랑하고 성 이야기를 즐겨하는 프리랜서 성과 성평등 강사이자 의외로 책 팟캐스트 〈복팟〉 진행자. SNS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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