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338호 평화를 살다]

   
 

얼마 전 종로 3가역에서 환승을 하던 때였다. 바빠 보이는 사람들 틈에 끼어 뛰다시피 승강장에 도착했는데 마침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다행이었다. 그 열차를 놓치면 5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줄이 좀 짧은 칸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나는 바닥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의 등을 보았다.

바닥에 동그마니 앉은 뒷모습은 왜소했다. 종로 3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르신의 인상, 모르긴 몰라도 대낮부터 술에 취한 노숙인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열차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열차에 타려다가 그분이 계신 쪽을 바라보니, 사람들은 그가 거기 앉아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놀라움이나 주저함이 없이 그를 비껴 지나가고 있었다. 열차 문이 닫혔다. 나는 열차에 타지 않았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사라진 승강장은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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