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호 다르거나 혹은 같거나] 이주노동자 소리야 이야기

▲ '솨이잔디' 열매 앞에 앉아있는 소리야 씨의 조카 (사진: 소리야 제공)

#01
플라스틱 사출공장에서 비누 냄새가 난다고 했다. 비닐 플라스틱 제품을 제작하는 곳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분명 좋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무궁화 비누를 담는 비누봉지를 만든다면서, 냄새가 좋다고 했다. 사출공장에서 포장까지 하진 않을 텐데, 소리야(Sorn Soriya) 씨는 거듭 좋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완성된 견본품을 기억하는 것이겠지만, 사출공장에서 향기가 난다는 소리야 씨의 말 속엔 사실 너머 진실이 있지 싶다. 소리야 씨는 비누의 향기를 기억하는 정도가 아니라, ‘진실로 진실로’ 비누봉지에서 향기를 맡는 걸 거다. 설탕봉지도 만들고, 치킨봉지도 만든다는데, 설탕봉지에선 달달한 내가 나고, 치킨봉지에선 기름내가 날까.

소리야 씨는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다. 스물아홉 살이다. 2015년 경북 성주군 월향 농공단지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야간작업이 없어서 직장을 옮겼다. 지금은 김포 오리정에 있는 사출공장에서 일한다. 아침 8시 30분에 일을 시작하면, 밤 9시에 끝난다. 거의 매일 공장에서 12시간씩 일한다. 하루 12시간 씩 일하면 한 달에 270만 원을 받는다. 매월 150만 원을 적금하고, 고향 집에 생활비로 25만 원을 보내고, 20만 원으로 생활한다. 캄보디아 가족이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되면, 50만 원에서 100만 원씩 더 보내야 한다.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더 바짝 돈을 벌어야 해서, 야간작업이 없는 날이면 기운이 없다. 일할 수 있는 기한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한 시간이라도 더 일하는 날이 좋다. 일하는 한 시간 한 시간이 좋기 때문에 소리야 씨가 만드는 비닐봉  지에선 담겨져 있지 않은 비누의 향기가 나는 걸까. 비닐에서 향기가 나다니, 한국말은 떠듬거리면서 거짓말은 유창하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공장 노동자 소리야의 진심어린 거짓말이 다행스럽다.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