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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제협력이 바꿀 한반도의 미래

기사승인 [341호] 2019.03.29  14: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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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1호 커버스토리]

   
▲ 고층 건물이 늘어선 북한 여명거리(사진: SBS 뉴스 화면 갈무리)

베트남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 결국 하노이 선언은 무산되었다. 핵폐기 대상 지역과 경제제재 해제 범위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1차 원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전 협의된 낮은 수준에서 하노이 선언이 이뤄진다 해도 청문회 국면을 타개할 정도의 큰 성과는 기대하지 못하리라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이 차라리 반전을 모색했다고나 할까.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등장해야만 할 상황이다. 이것은 오히려 한국에게는 기회다. 더 이상 북핵 문제의 ‘중재자’로 한발 물러서 있지 말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한반도의 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북한과 미국을 이끌어가야 한다.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제재 해제, 북한 경제 성장 방안 등을 논의함은물론 중장기적 로드맵을 포함한 일괄 타결이추진되기를 기대한다.

평양의 고층 건물들
자, 그럼 이제 북한의 핵 문제가 잘 해결된 이후의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자. 정부는 3.1절을 맞아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발표했다.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와 경제협력공동체를 구성하여 미래의 한반도를 남북한이 함께 주도해 나가자는 것이다. 신한반도체제는 기존 북-중 협력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남북 경협을 통해 미래 한반도의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북한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는 계기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평양의 건물들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순안공항에 도착한 후 숙소인 백화원으로 가는 길, 북한 경제 발전의 상징과도 같은 이곳을 전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평양의 자부심과변화의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카퍼레이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고층 건물로 새롭게 조성된 여명거리가 아니었을까.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북한은 도시 설계와 건축을 통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건축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건축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은 무척 특별하다. 2012년 집권한 직후 평양건설건재대학을 평양건축종합대학으로 승격시켰으며, 해외에서 수집한 방대한 분량의 건축 관련 정보를 이 대학에 전달하면서새로운 방식의 건축 설계를 독려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국가의 건축 설계를 담당하는 설계사업소와 평양건축종합대학의 공동 작업을 통해 학생들의 아이디어를신도시 설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도시개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신도시 개발과 남북 협력
최근 몇 년간 평양에서는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고 거리를 조성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미지 정치를 위한 공공시설이나 기념비적 건축물을 세우는 일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도시개발이 계속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북한의 경제적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조금씩 호전되고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UN 경제제재 조치가 지속됨으로 인해 최근에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등 대규모 건설공사 프로젝트의 준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온다.

평양에는 최근 새롭게 조성된 ‘뉴타운’ 개발 지역이 몇 군데 있다. 2012년 완공된 창전거리에는 주상복합 형태의 고층 아파트단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그 지하에는 상점, 백화점, 식당, 목욕탕, 이발소 등의 상업시설과 편의시설뿐 아니라 학교, 유치원, 탁아소 등의 교육시설과 공공시설도 갖춰져 있다.

2015년 11월에는 중구역 대동강변에 미래과학자거리가 준공되었다. 과학기술자들이 거주하는 수천 가구의 초고층 아파트를 포함하여 150여 개의 상업시설,김책공업종합대학 자동화연구소, 기상수문국, 백화점, 탁아소 등이 이 지역에 들어섰다.

가장 최근 조성된 여명거리는 2017년 4월에 완공되었다. 이곳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육자들을 비롯한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살게 될 주거시설과 그들을 위한 편의시설, 교육시설 등이 포함되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여명거리 건설 당시 직접 현장에 여러 차례 방문하여 작업을 독려했으며, 도시개발을 사회주의 이념의 실현이라고 표현하는 등 도시 건설에 상당한 관심과 정성을 기울였다.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은 시내를 둘러보고 “싱가포르가 듣던 바대로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건물마다 특색이있다.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귀국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은 그동안 중국의 개혁·개방과 도시개발 사례도 눈여겨 보아왔다. 특히 홍콩과 선전을 포함한 주장(珠江) 삼각주 경제권의 발전은 세계적인 수준인데, 북한이 경제특구·개발구 모델을 통해 경제 개발을 추진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점이 많다.

북한의 눈높이는 이처럼 선진 도시개발 사례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단순히 북한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도약적인 경제개발을 통해 선진화된 도시를 건설하기 원할 것이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는 도시개발에 대한 남다른 야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개최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 서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 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전체 인민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련”해주기 위해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단지 ‘이밥에 고깃국’ 먹는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만족하지 않고, 북한을 동북아의 선도적 산업국가로 발전시키겠다는 꿈을 피력한 것이다. 그 꿈을 실현하는 데 있어 남북한이 협력할 방법은 무엇일까.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가 다니는 나라?
북한의 성장 방식이 기존 개발도상국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혁명으로부터 한반도의 미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에 따라 삶을 담는 그릇인 도시의 모습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한반도에도 이러한 변화를 담아낼 새로운 도시 모델이 필요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스마트시티를 남북한이 함께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스마트시티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센서들을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물류·교통·에너지 등의 공급망을 가장 효율적인 상태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첨단기술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혁신적인 도시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한반도의 도약적 성장을 이뤄낼 무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은 신도시 개발 경험이 풍부하고 스마트시티의 기반이 되는 IT 기술 분야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남한의 도시들은 이미 모든 면에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기존의 것을 해체하지 않는 한 혁신적인 도시 모델을 실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에 북한은 현재 낙후되어 있는 인프라를 거의 모두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미래에 남북한이 통합될 것이라고 가정하면 북한에 첨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투자와 다름없다. 따라서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았을 때 북한에 첨단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투자이다.

또한 여러 가지 면에서 북한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것이 남한보다 유리하다. 북한은 남한과 달리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토지 수용과 보상에 따른 문제가 복잡하지 않고, 일단 정책이 결정되면 일사불란하게 집행할 수 있다. 남한에서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업성을 최우선시해야만 하지만, 북한에서는 사업성은 낮아도 이상적인 도시 모델을 시도할 수 있다. 게다가 원격교육, 원격의료, 자율주행차 등 첨단 시스템과 서비스를 도입하더라도 이해관계자나 기득권의 반대가 거의 없다. 첨단 기술을 위한 시험대(test bed)로 남한보다 북한이 훨씬 적합한 이유이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유발 하라리 교수가 저서 《호모데우스》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는 곳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북한의 스마트시티 건설은 남북한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분야 중 하나다. 한국의 산업은 이제 정점에 달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북한을 시험대로 삼아 스마트시티 개발 및 경영을 미래 한반도의핵심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 중국 선전의 발전이 30년 걸렸던 것을 북한의 해주와 개성은 10년 내에 이룰 수도 있다. 남북한의 상호보완적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허들을 잘 넘어야겠지만, 한반도의 주인인 우리는 미래를 미리 구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통일 비용’은 없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논의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있다. 통일 비용 포비아, 바로 통일 비용에 대한 공포감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항상 여기에 짓눌려 있는 듯하다. 남북 화해 무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한편으로는 통일을 위한 세금을 또 걷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눈치다.

그러나 우리 젊은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단언컨대 통일 비용은 없다! 흔히 말하는 통일 비용은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다. 더구나 독일 통일 과정에서 서독의 경제적 부담이 과장되기 일쑤이다. 과거 ‘햇볕정책’에 대한 보수정부의 반감으로 인해 여러 미디어를 통해 오해와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어 온 측면이 적지 않다.

독일 사례에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통일 비용 중 철도·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구축에 사용된 비율은 약 12%에 불과하다. 50% 이상은 모두동독 주민의 소득 보전을 위해 사용된 금액이다. 어느 날 갑자기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흡수통일이 되다 보니, 동독 주민에게 서독과 동일한 수준의 소득과 복지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남북의 정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선언 하고평화와번영의길로나아가려하고있다.이제실질적해결과정이진행되 면 국제사회의 북한 경제제재도 풀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흡수통일은 그야말 로 망상에 불과하다.

게다가 만약 흡수통일이 가능한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그것은 남북한의 공멸을 의미한다. 남한의 경제적 부담은 말할 것도없고, 사회·문화적 격차를 서로가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바람직한 남북한 통합 과정은 우선 평화적 교류와 협력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통해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격차를 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 세대가 통일을 논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결정권을 넘겨주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흡수통일이 아니라고 해서 남북한의 경제협력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없다는 뜻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북한 SOC를 개선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을 통일 비용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그야말로 오해다. 그럼 남북한의 경제협력 과정에서 과연 어떤 비용이 필요한지 한번 따져보자.

우선, 개별 기업의 투자부터 살펴보자. 이것은 그야말로 이익을 예상하고 들어가는 투자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과 베트남에 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과 같다. 이러한 방식의 투자를 두고 어느 누구도 해외에 ‘퍼주기’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기업은 이익이 되는 곳에는 어디든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개별 기업의 투자는 문제가 될 수 없다.

어떻게 투자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하지만 이러한 투자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도시와 산업단지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인프라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개별 기업이 투자하기 전에 최소한 산업단지에 전력과 용수, 교통, 통신 등이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기업 및 국제 자본이 함께 진출하는 컨소시엄도 해법이 될 수 있다.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초기 투자 비용 부담만 감당할 수 있으면 기업 입장에서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초기 인프라 비용까지 투자하고 진출하는 기업에게는 상당 기간 사업의우선적 권리를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따라서 도시의 인프라 구축비용도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 초기 투자 시점과 이익 창출 시점 간의 시간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패키지딜’을 구성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제일 큰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한반도 대동맥 구축이다. 철도, 도로, 에너지, 항만 등 주요 SOC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대기업 차원에서도 혼자서 부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그러면 이것은 과연 통일 비용일까? 나는 이 비용을 한국의 ‘유라시아 대륙경제 접속 비용’ 또는 ‘섬나라 신세 탈출 비용’으로 해석한다.

남북한을 관통하는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것은 유라시아 대륙세력과 태평양  해양세력의 접점에 놓인 한반도에 지리경제학적 대전환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과 동남 아시아 국가들이 배를 타고 부산항과 목포항에 와서 기차로 갈아타고 서울, 평양, 북경, 모스크바, 유럽까지 여행하는 것을 상상해보자. 이제 한반도의 항만 도시들은 유라시아의 관문으로서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복합 물류 거점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 비용은 한반도의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씨앗을 심는 것이며, 미래의 우리  자신에 대한 투자이다. 한국 경제의 자체 역량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의 부담을 조금 더 완화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주도하는 ‘북한개발은행’(가칭)을 투자의 플랫폼으로 설립하고 여기에 국제금융기구가 참여하는 형태도 구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하지 않으면 반드시 국제 자본이 물밀 듯이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투자 수익을 노리는 탐욕적인 자본에게한반도의 주요 기간시설을 넘겨서는 안 된다. 따라서 북한 경제개발 전략을 관장하는 콘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며, 여기에는 남북한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갖추도록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경험이 없는 북한이 무분별한 외국자본의 공략에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한국의 교훈을 전달해주어야 한다. 남한은 우호적인 조언을 줄 수 있는 가장 믿을만한 파트너임을 북한에 이해시켜야 한다.

이제 우리는 한반도의 미래가 달린 매우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통일 비용 포비아’에 현혹되어 한반도의 원대한 꿈을 상실하는 어리석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통일 비용은 없다!

   
▲ 한중일 3국이 협력하는 북한 경제개발 구상 (민경태 제공)

한중일 3국이 참여하는 북한 경제개발
앞으로 북한 핵 문제 합의와 실행이 순조 롭게 진행된다면 북한 경제 제재 해제와 함께 경제개발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방향으로 누구와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해양을 연결하는 접점으로서 한반도의 지경학적 경쟁력을 되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를 관통하는 대동맥, 즉 북한의 SOC 인프라 연결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를 단지 북한에 대한 투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대륙과 해양의 연결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로 인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변 국가들이 참여하는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지경학적 대전환이 일어나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그들과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북핵 문제 6자회담 당사국 중 북한 SOC 인프라 건설과 투자에 실제로 관심이높은 나라는 한중일 3국이다. 그동안 ‘섬나라’ 신세였던 한국은 북한을 지나는 육상교통망을 통해 비로소 유라시아 대륙 경제와 직접 연결됨으로써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북한과 가장 넓은 접경지역을 마주하는 중국은 북한 개발이 중국 동북지역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적극적이다. 북일 관계 개선을 원하는 일본도 전쟁 배상금 문제가 합의되면 일본 기업의 북한 투자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한중일 3국의 투자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좋 을까? 철도,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구축과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3국이 책임과 비용을 분담해서 협력하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우선 교통망은 평양을 중심으로 뻗어 나가는 3개의 축으로 나누어 한중일 3국이 북한과 협력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한국은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평양 이남의 경의선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구간의 건설을 담당하고, 중국은 접경지역 단둥에서 신의주를 지나 평양까지 연결되는 평양 이북의 경의선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구간의 건설을 담당하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원산에서 평양까지 연결되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하게 한다.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북한은 인근 도시와 산업단지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한중일 3국에 우선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신(新)경의선 고속철도가 통과하는 개성과 해주를 중심으로 남북협력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인천공항을 포함한 서울·경기권과 연계하여 이 지역을한반도 경제의 핵심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한강 하구 접경지역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남북한의 물류와 교통을 연결하는 것이다. 해주-개성-인천 삼각벨트는 중국 주장 삼각주나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에 버금가는 광역경제권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

중국은 단둥과 신의주를 연계하여 북·중 경제협력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신도시 지역을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를 완공하고개통만을 기다리고 있으며, 새로운 해관 건물과 호시무역구(互市貿易區)를 건설하여 북중 무역이 활성화 될 것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은 원산항과 일본의 주요 항구를 잇는 해양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유라시아 대륙에 연결되는 접점을 얻게 된다. 원산 주변에 일본 기업의 산업단지와일본인 거주 지역을 조성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원산항을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항만으로 개발하기 위해 싱가포르, 미국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검토할 수 있다.

북한은 한반도의 미래이자 동북아의 미래
이처럼 한중일 3국이 협력하여 북한 경제개발에 참여하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 절실한 투자 재원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에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않아 국제정치적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경제개발구의 투자 및 경영을 한중일 3국에 위탁할 경우 운영 노하우를 습득하고 선진 시스템을 배우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투자에 참여하는 국가의 입장에서도 부담을 줄이면서 북한 경제개발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혹자는 이런 제안에 대해 한반도에 대한 주변 열강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위험한 발상이라고 염려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왜 우리는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스스로 결정짓지 못하고, 북미 정상회담이 잘 풀리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 결국 ‘우리민족끼리’만으로는 이 매듭을 풀기 어렵다는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의 접점이다. 양쪽 세력이 대립하던 곳을평화적 교류와 번영의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발상을 전환하자. 북한을 중심으로주변 국가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리고 얽혀서 발전할 수 있다면 실질적인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북한을 다자간 경제협력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은 더 나아가 동북아 경제공동체로 발전하는 첫 단추가 될 수있다.

북한은 한반도의 미래이자 동북아의 미래다!


민경태
국가미래전략 및 동북아 미래 변화를 위한 정책 및 인력을 개발하는 재단법인 여시재의 한반도미래팀장이다. 연세대 공과대학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MBA)를 거쳐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박사)를 공부했다. 삼성건설 싱가포르 현장 프로젝트 엔지니어, 삼성물산 본사 해외건축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2017-2018년에는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국제관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북한연구학회 이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으로 있다. 《서울 평양 메가시티》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 등을 썼다.

민경태 goscon@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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