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호 커버스토리] 통계로 본 2018년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 활동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지난 3월 7일 광화문 센터포인트에서 ‘2018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 실태’(이하 ‘NKDB 조사’)를 발표했다. 2005년부터 매해 진행되는 이 조사는 북한이탈주민의 경제활동과 사회통합 실태를 보여주는데,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지수 개발을 위한 기초 데이터로서 수집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경제활동과 관련해 윤여상 NKDB 소장은 “그동안의 북한이탈주민 실업률 변화추이를 보면 오랜 시간 들쭉날쭉하던 선들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반 국민과의 실업률 차이가 10% 차이에서 2% 이내로 좁혀진 조사 결과를 예로 들었다. 임순희 선임연구위원도 “전반적으로 경제활동 참여에 있어서 일반 국민들과의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라며 고용률 역시 비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이탈주민의 소득은 일반 국민의 70% 수준에 정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와 더불어 남북하나재단(통일부 산하)이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련 조사(정착실태·사회통합)를 참고해 북한이탈주민의 경제 및 사회 활동을 가늠해보았다.

북한이탈주민도 엄연한 경제활동 주체

   
▲ 북한이탈주민 2018 경제활동 실태 남북하나재단이 실시한 '2018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 및 사회통합 조하'(이하 하나재단 조사')는 2018년 기준 전체 북한이탈주민 32,476명 중, 만 15세 이상인 26,693명 중 3,000명에 대해 5월 8일부터 8월 10일까지 95일 동안 표본조사로 시행됐다.
   
▲ 남북하나재단

① 경제활동 참여도 증가
NKDB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1.8%로 수도권 경제활동 참가율 61.3%, 지방 경제활동 참가율 62.8%를 나타냈다. 이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일반 국민의 경제활동 참가율 62.2%보다 0.4% 낮은 수치로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다.

하나재단의 정착실태 조사에서도 경제활동 참가율은 64.8%이다. 이는 2017년 61.2%보다도 높은 수치이고, 고용률 역시 2017년 56.9%에서 60.4%로 상승했다. 실업률은 소폭 하락했다.(일반 국민 실업률 3.4%, NKDB 조사 4.7%)

② ‘국민 평균’과 격차 존재하지만, 좁혀지는 중
하나재단 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비율은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 직업별 취업자는 단순노무 22.5%, 서비스 18.1%, 장치, 기계 조작 및 조립 11.7%, 전문가 11.1%, 기능원 10.6% 순이다. 이는 단순 노무 및 전문가 수치에서 일반 국민과 큰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평균 임금도 2017년에 비해 11만2천 원 증가한 189만9천 원이었다(NKDB 조사는 186만4천 원). 근속기간 역시 전년보다 1.7개월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의 고용안정성은 증대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대한민국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 287만 원(2018년 8월 통계청 발표)의 65% 수준에 불과한 현실이다.

NKDB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80% 이상이 ‘전세’나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 하나원에서 배정받은 집이나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은 2017년 66.0%에서 2018년 62.7%로 줄고, 본인 소유 집을 갖게 되는 비율은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하나재단 조사) 

이러한 거주 형태 비율은 통계청이 2018년 7월에 발표한 일반 국민(자가 57.7%, 전세 15.2%, 월세 22.5%)의 거주 형태 비율과는 차이가 난다.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저소득층(자가 35.9%, 전세 17.8%, 월세 41.4%)과 비교해도 열악한 수준이다. NKDB 조사의 응답자 중 30% 이상은 ‘부채가 있다’고 밝혔으며 주택 마련(33.3%)을 이유로 부채를 안게 되었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생활비 부족(16.7%), 사업 자금(10%) 순이었다. 한편 부채 사유 중 6.7%는 ‘북한 지인에게 송금’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 남북하나재단

다양성 속 ‘통합’을 위하여
NKDB의 이번 조사는 하나재단의 조사에 비해 소규모이지만, 2005년부터 매해 지속적으로 교류해온 응답자들이 60% 이상이라 기관에 대한 응답자들의 기관 신뢰도가 높다. 그래서 ‘재입북을 생각하는지?’ ‘북한으로 송금한 경험이 있는지?’ 등 다소 민감한 질문을 던져도 유의미한 답을 얻는 편이다.
다음은 대북 송금 여부와 액수에 대한 조사 결과다.

① 대북 송금 여부
• 북한으로의 송금 경험: 있다 61.8%(256명), 없다 37.7%(156명)
• 미송금 이유: 돈이 없어서 39.7%, 재북 가족이 없어서 21.8%
• 송금 비용 마련 방법: 일을 해서 번 돈 63.9%(186명), 정부 정착금/지원금 21.6%(63명), 은행 대출 5.2%(15명), 지인으로부터 빌림 5.2%(15명)
• 송금 규모: 2018년 총 송금자 125명(48.8%), 1회 평균 약 278만 원, 연간 총액 약 3억2천790만 원

위의 송금 규모는 2018년 송금 경험이 있는 125명(전체 조사 대상 414명 중)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에 만 15세 이상의 북한이탈주민 2만 6천여 명 비율로 단순 계산해 송금 액수를 추정할 수는 있지만, 실제 값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기에 큰 의미는 없다는 게 임순희 NKDB 선임연구원의 지적이다. 또한 관련 설문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하나원을 퇴소한 해부터 1년 사이에 바로 대북 송금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 송금을 하는 이유는 생활비 지원(86.3%), 의료비·교육비 지원(5.5%), 장사 및 부동산 투자자금(1.6%), 수령자에 대한 미안함(1.2%), 탈북비용 지원(0.8%) 순이었다.

송금으로 인한 영향을 묻는 질문에 50.4%(129명)는 ‘(수령자들이) 한국 사회를 동경한다’라고 응답했고, ‘탈북 의식을 높일 것’(14.8%), ‘북한에 대한 저항 의식을 높일 것’(6.6%)이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기타 응답(12.1%) 중에는 ‘송금받는 사람들이 게을러지거나 위험해진다’ 또는 ‘돈만 받고 탈북할 생각이 없어진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한편, 송금을 하지 않은 응답자 중 39.7%는 ‘돈이 없어서’ 못했다고 답해,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송금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윤여상 NKDB 소장은 “송금은 일반적으로 브로커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사기를 당하거나 북한 보위부 등에 회수당하기도 하지만, 오랜 기간을 거쳐 검증된 브로커들이 생겨나면서 북한으로의 송금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브로커에게 집중되고 있으며 수수료율은 평균 30%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한편 전체 송금 사례의 1% 미만이지만 북한에서 남한으로 송금해주는 사례도 꾸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에서 직업을 구하지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탈주민에게 북한에서 거주하는 가족이 돈을 보내주는 것으로, 이 액수 대부분은 생활비 지출로 사용됐다.

② 다시 북한으로?
전체 응답자의 46.9%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이나 친척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들은 주로 전화 통화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연락 목적으로는 ‘송금 확인’(51.5%)과 ‘안부 묻기’(41.1%)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응답자들에게 재입북을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20.1%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다. 윤 소장은 “몇몇 언론들이 이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북한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 현재의 남한에서 정착하고 통합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입북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 주된 이유는 ‘가족이나 고향이 그리워서’였다. 기타 이유로는 ‘남한에서 사기를 당해서’ ‘남한 사회에서 차별을 당해서’ ‘남한이 생활하는 데 편리하지만 행복하지 않아서’ 등이 있었다. 한편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1.2%가 ‘이해가 된다’고 답했다.

   
 

‘통합’과 ‘동화’는 다르다
남북하나재단의 사회통합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2%는 남한에서 차별과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차별을 당한 주된 이유로는 57% 응답자가 말투, 생활방식, 태도 등 문화적 소통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남한 사람의 부정적 인식 때문’(17.1%), ‘전문 지식과 능력이 부족해서’(15.1%) 등의 응답이 있었다. 이런 비율은 NKDB 조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간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다고 응답한 경우가 18.8%에 해당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통합’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한 테오도라 큐프짜노바 NKDB 연구원은 “북한이탈주민 중 대다수는 북한의 생활 방식을 버리고 남한 사람처럼 옷을 입고, 말을 하게 되면 차별도 덜 당하고 소통도 더 잘 되리라 생각했다”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버리고 남한의 문화와 정체성에 동화되려는 성향이 강했다”고 판단했다. 북한이탈주민에게 한국 사회는 다문화가 수용되어 ‘통합’되기보다는, 주류 문화에 ‘동화’되어야 하는 사회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날 포럼의 토론자로 나선 김선화 마천사회복지관 관장도 “20년 넘게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그들 대다수는 고향에 대해서 당당하게 말하고, 북한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유지한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70% 이상이 북한 정체성을 ‘버려야 한다’고 응답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북한이탈주민들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차별 경험자보다 비경험자가 많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고용 차별에 대한 부분이 높은 것은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에 걸림돌이 된다”며 “이는 개인이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인 만큼 포용적인 정책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통계들의 세부자료는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와 북한인권정보센터의 《2018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 실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이탈주민은 온갖 설문조사에 혹사당했고, 그에 따른 대상화의 피해자였다는 게 실무 관계자들의 토로다. 그들이 한목소리로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설문 결과들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설문 대상자들을 판단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는 자료로 참고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실례로 북한이탈주민들이 더 나은 생활을 위해 필요로 하는 지원은 취업·창업(24.9%), 의료(17.8%), 교육(13.7%) 순이다.(하나재단 조사) 이는 일반 국민의 바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의 어긋난 지점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곧 북한이탈주민의 삶을 돕는 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통계를 통해 드러난 북한이탈주민의 삶은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다양하다. ‘불쌍해서 도와줘야’ 하고, ‘극우 과격 시위를 하는 모습’으로 박제된 모습의 근거는 찾기 어려웠다. ‘먼저 온 통일’이라는 표현도 정작 그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표현인 듯하다. 그들은 그저 대한민국의 경제·사회 활동 주체로, 저마다의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며 살고 있다. 나아가 북한이탈주민은 2010년 5.24 대북제재는 물론 국제적인 경제제재에도 꿈쩍하지 않고,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고향에 있는 가족의 안녕을 위해 돈과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삶이 나아지면 나아질수록, 남한 사회는 물론 한반도 전체가 분명 더 나은 사회로 한 발 내딛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