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호 에디터가 고른 책]

베네딕트 옵션
로드 드레허 지음 / 이종인 옮김
IVP 펴냄 / 19,000원

“이 책에서 전통적인 기독교적 관점에서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이나, 더욱 중요하게는 어둠이 짙어져 가는 오늘날, 기쁨 가운데 대항문화적으로 신앙의 삶을 살 수 있는 창조의 길을 개척하는 보수적 그리스도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 로드 드레허가 서문에서 책을 소개한 대목이다. 혼탁한 시대를 사는 (보수적인) 그리스도인들에게 6세기 ‘수도원주의의 아버지’ 베네딕투스가 걸었던 길을 제시하기 때문에, 책의 제목도 ‘베네딕트 옵션’이다. 드레허는 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가 《덕의 상실》에서 현대 사회와 서로마제국의 몰락을 비교하며 “우리에게 또 다른 성 베네딕투스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현대 기독교에 적용한다. 그는 세속주의의 대홍수로 떠내려갈 미국 사회와 교회를 구하기 위해 베네딕투스의 질서, 기도, 노동, 금욕주의, 안정성, 공동체, 환대, 균형 등을 재료로 방주를 만들고자 한다. 세속주의와 다원주의의 홍수로부터 도피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아름답고 진실한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실천 제안들을 매우 과감하고 단호하게 주장하는데 그래서인지 하나하나가 논쟁과 토론의 주제다. 

“많은 보수적 그리스도인은 낙태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낙태를 제한하는 법률을 강렬히 지지한다. 그런데 체외 수정을 금하거나 제한하는 움직임은 전혀 없다. 수정 순간에 생명이 시작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체외 수정은 수백만의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몰살하는데도 말이다. 무엇이 이런 위선을 가능하게 하는가? 기술 관료적 사고방식이다.” (10장 인간과 기계)

드레허의 낙태, 동성애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은 강경하다. 그러나 입장이 다르다하여 책을 덮기엔 참고할 만한 내용과 고민의 지점이 많다. 독자의 고민에 따라 다르게 읽히겠지만, 본문을 읽기에 앞서 책 끝에 실린 배덕만 교수의 해설을 먼저 읽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다. 이 책에 대한 미국 내 긍정/부정 반응은 물론, 한국 사회와 교회를 견주어 읽는 시각을 친절하게 짚어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도 선정되는 등 널리 읽히며 건설적 토론을 촉발한 모양이다. 부디 한국교회에도 논쟁할 체력과 여유가 남아 있기를.

* 본지 327호(2018년 2월호)에 로드 드레허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