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호 3인 3책]

섹스 앤 더 처치

캐시 루디 지음 / 박광호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 2012년                                    
          
성(sexuality)과 관련한 이슈들이 넘쳐난다. 오랫동안(부득이하게) 음지에서 생명력을 키워왔던 섹스(sex)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제는 밤낮없이 우리 일상 곳곳에서 드러나고, 꽤 활발히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슈의 범람과 가치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특히 기독교에서 성은, 동성애를 비롯하여 ‘불온한 쾌락’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를 일상의 언어로 나타내고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훨씬 더 어렵다. 여성이 관계, 경험, ‘세엑…ㅅ’와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릴 때, 대놓고 비판까진 못한다 하더라도 그의 평판을 걱정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실이다. 게다가 교회 안에서 조금이라도 섹스와 관련한 이야기 좀 할라치면,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밖에서 따로’와 같은 피드백을 받기 쉽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다해도, 까딱하면 거룩으로 구별되어야 하는 교회와 기독교 가치관을 흐리는 ‘음란·문란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사랑이 가득한 교회에 음란이 침범하여 물을 흐리는 일은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섹스와 관련된 일들은 거룩의 이름으로 무조건 차단하거나 개인의 문제로만 돌려야 한다. 물론 교회를 거룩으로 채우려는 의도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문제가 있다. 기독교가 음란·문란과 거룩을 정의하는 기준에 대해, 그 기준으로 내리는 판단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심과 질문 없는 섣부른 ‘판단’은 부작용을 낳는다. 예를 들어, 사람이 마땅히 가질 수 있는 성적 호기심, 성적 행동, 고민, 어려움, 즐거움,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서 이미 왜곡된 정보의 영향을 받는 섹슈얼리티(섹스, 남성/여성의 성적 욕망의 차이, 혼전순결, 동성애 등)를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결국 나와 타인을 통념에 물들게 하고 그로 인한 죄책감과 억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다. 그건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캐시 루디는 《섹스 앤 더 처치》에서 섹슈얼리티는 “영성과 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장소”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성 문제를 논의하는 데 무능했던 탓에 성관계의 영적 차원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섹스를 기독교 공동체와 하느님의 일과 관련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 섹슈얼리티와 영성의 관련성을 논의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성행위에 수반되는 기독교인의 가능성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성행위를 통해 타인과 하나가 되려는 욕구를, 하느님과 하나가 되려는 욕구로도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섹스와 영성과 공동체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밀접하게 바라본다. 

생각해보면 단 한 번도 섹슈얼리티를 제대로 다뤄보지 못한 기독교가 ‘동성애’ 문제에 그토록 적극적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성애자의 섹스도 입에 담기 힘들어 하면서 ‘항문성교’ 같은 수위 높은 표현(만)은 잘도 사용하며 혐오를 조장하는 데 앞장서니 말이다. 물론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오, 그렇다면 외려 희망적이다. 영성과 공동체와 하나님과의 밀접한 관계를 위해서라면 섹슈얼리티를 제대로 이야기하는 일에도 그만큼 적극적일 수 있다는 의미니까. 기독교가 터부시하던 성과 관련한 다양한 행위를 논할 때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구상한 새로운 창조세계에 부합하는 성 행위는 어떤 것인지, 반드시 거부해야 할 관념은 어떤 것인지 분별”할 수 있는 힘도 생길 것이다. 그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일단 《섹스 앤 더 처치》를 읽는 게 먼저다! 

 

심에스더
성을 사랑하고 성 이야기를 즐겨하는 프리랜서 성과 성평등 강사이자 의외로 책 팟캐스트 〈복팟〉 진행자. SNS 중독자.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