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호 일터 신학 2] “맘몬으로부터의 자유가 제 직업의 목표입니다”

자신의 직업 세계에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려는 그리스도인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문 직역인 회계와 재무 분야는 맘몬의 지배력이 특히 강한 영역이다. 이 분야에서 교회와 기독교 단체의 재정 건강성 및 복음의 공공성을 위해 투신하는 그리스도인을 만날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을 이끌면서 목회자납세운동과 비영리단체들의 공익 회계기준을 세우는 일에 매진해온 최호윤 공인회계사가 그런 인물이다. 그는 비영리단체의 투명한 회계 결산을 돕는 ‘나눔셈’ 프로그램을 만들고 보급함으로써 단체와 후원자가 더 긴밀히 연결되고 소통하는 기부 문화를 위해 애써왔다. 그를 만나는 날도 한 비영리단체의 회계 업무 자문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여 그제사 본업을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 최호윤 회계사 ⓒ복음과상황 김다혜

―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 진로를 바꾸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요?
학부 때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그럼 뭘 할까 고민하다가 경제 분야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워낙 관심이 있었고 수리(數理)쪽을 좋아하기도 해서, 3학년 겨울 방학 때 회계사를 해야겠다고 결정을 했죠.

― 결국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로 최종 선택을 하시게 된 셈인데, 아무리 적성에 맞는다 해도 갑자기 회계를 공부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듯한데요.
회계사에 합격하기까지 2년 반이 걸렸는데 그 과정이 다사다난했어요. 첫 해 시험 준비할 때는 평일 하루 평균 10시간을 공부했어요. 12시간 넘을 때도 있었고요. 그렇게 1년 반 동안 하다 보니까, 내가 이렇게 공부했는데 시험에 떨어지는 게 이상한 일이다 싶은 거예요. 자신감이 충만했던 거죠. 그런데 떨어졌어요. 하나님이 이 길을 막으시는 건가 생각했어요. 그러다 두 번째 시험을 준비하는데, 이번엔 시험 두 달 앞두고 어머니가 기도원을 다녀오시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6주 동안 입원을 하셨어요. 병원을 오가면서 공부를 하는데, 어머니는 당신 때문에 또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시고, 저는 내가 또 떨어지면 어머니가 상처 받으실까 봐 마음이 쓰여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아 진짜 하나님이 진짜 막으시나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때 붙은 거예요. 그 해 1차 합격자 수가 그 전 해보다 굉장히 줄어들었는데도요.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떨어질 리가 없다고 믿었던 첫 시험에서는 낙방했는데,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던 두 번째 시험에서 붙은 거예요. 그때 기적에 대해 다시 생각했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기적이라고. 안 될 일이 되는 것도 기적이지만, 될 일이 안 되는 것도 기적이구나 싶더군요. 그 생각은 이후 제 삶에도 똑같이 적용됐어요.

― 비영리단체의 재정 투명성과 건강성을 위한 회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나눔셈’이라는 회계 프로그램까지 개발·투자해오셨는데요. 사업성이 떨어져 보이는 비영리단체 회계 시스템에 굳이 뛰어드신 이유가 있나요?
나눔셈을 만들게 된 계기는 장애인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겪은 경험 때문이었어요. 처음에는 다른 봉사를 했는데 나중에 제가 회계사라는 걸 알고는 회계 관련 일을 묻는 단체들이 생기더라고요. 이 단체 저 단체 문의 올 때마다 도와줬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영역과 시간 면에서 한계를 느꼈어요. 실무 담당자가 바뀌면 제가 도왔던 일이 완전히 백지화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러면서 이 단체들에 회계 관리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게 나눔셈의 출발점이었어요. 처음엔 회계만 정리하는 단순한 도구를 생각했었는데, 여러 단체들을 만나면서 회계뿐 아니라 데이터 관리 전반적인 부분이 문제라는 걸 알게 됐어요. 예를 들면, 제가 감사를 맡은 영리 회사 대표들이 기부할 곳을 제게 소개해 달라고 해서 큰 단체들을 소개하면 거기는 이미 잘 돌아가는 것 같으니 정말 기부가 필요한 단체를 알려달라고 하죠. 그래서 소개하면 그런 곳은 또 회계 결산서가 나오지 않으니까 신뢰를 못 하겠다고 해요. 모금이 절실한 단체는 회계 시스템이 안 되어 있어서 기부를 못 받고, 기부자는 소개받은 단체에 회계 시스템이 미비해서 기부를 못 하는 거죠. 이 양쪽이 연결되는 고리가 잘 만들어지면 사회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중 해비타트운동에 참여하면서 1998, 1999년도에 비영리 회계를 어떻게 할지 해외를 다니며 조사를 했어요. 다른 나라는 나름의 체계가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전혀 없더군요. 그러다가 2003, 2004년에 프로그램 개발자를 만났고, 고액 후원자 중심이 아닌 풀뿌리 후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했죠. 비영리단체와 후원자가 서로 소통하여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회계와 후원 관리 도구를 만들자 의기투합하여 2005년 8월 나눔셈 초기 버전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 ⓒ복음과상황 김다혜

― ‘단체와 후원자의 소통’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요?
후원자와 단체가 소통한다는 것은 후원자의 후원금이 언제 어떻게 쓰였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기부/후원 문화의 문제는 기부(후원)자가 자신이 좋은 일에 기부한다는 데 만족하고 만다는 거예요. 그리고 기부금 영수증을 안 주면 세금 공제를 못 받으니까 당장 끊어버리거나, 총회 참석 요청이 와도 참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게 현재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 수준이에요. 후원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단체의 사업을 통해 사회가 개선되고 나아지는 것을 보기까지 계속 함께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비영리단체는 거액 후원자에게 끌려다니는 경우가 있어요. 그 단체만의 미션이 있음에도 이사장이나 핵심 후원자가 바뀌면 그게 바뀌어 버려요. 여기도 돈이 지배하기 쉬운 곳이 되는 거죠. 단체의 비전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합세해서 움직일 때 그 단체가 변질이 되지 않고 사회에서 바른 역할을 하게 된다고 봐요. 그렇게 하나님 나라가 조금씩 확장되지 않나 해요.

   
▲ 최호윤 회계사가 국고 운영과 국가 회계·재정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받은 표창장과 여러 단체로부터 받은 위촉장들 ⓒ복음과상황 옥명호

― 문제는 비영리 회계 시스템 구축이 사업성 면에서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건데요. 
실제로 재정적 문제가 가장 컸어요. 투자를 받기도 어려웠고. 어렵게 확보한 2~3억 원으로 첫 버전을 만들었는데, 짧은 시간에 이런 프로그램이 나왔다는 게 기적 같았어요. 자신감이 생겼죠. 개발 과정에서 배운 것도 있고 도와주시는 분도 생기고 해서 다시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직원도 뽑고 20억 원을 들여서 나눔셈 2.0을 만들었어요. 2009-2010년이었는데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아직 완성은 안 됐는데 자금은 떨어지고 더 이상 조달할 방법도 없었죠. 직원들 급여까지 밀리는 상황이었죠. 당시 그나마 행복한(?) 시간이 있었다면, 지금 인터뷰하는 이 시간 같은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 9시까지였어요. 금융기관에서 독촉 전화가 안 오니까요. 여러 군데에 연체되고 자꾸 밀리니까 피가 마르는 느낌이 드는 거죠. 사업가들이 막다른 길에 내몰려 한강 다리를 찾아가는 마음을 그때 처음 경험했어요. 사금융까지 빌렸는데, 마지막까지 간 거예요. 투자해준 지인들에게도 볼 낯이 없고… 가족이 입원했는데 치료비가 없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는 정말 너무 괴로운데 어떻게 할 방법은 없고… 지금까지도 당시 못 준 급여를 갚고 있어요.

― 그런데도 지금까지 나눔셈은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데요.
신기하게도 그 즈음에 큰 외국계 회사의 내부 감사를 용역으로 맡게 되었어요. 그 비용을 넣어서 돌아가게 한 거죠. 회계사들 사이에선 ‘저게 아직도 안 망하고 있네’ 그래요. 신용 불량으로 진작 사라져야 했을 상황이었으니까요. 여기까지 버틴 게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갚아야 할 빚은 물론 남아 있고, 그건 끝까지 갚아나갈 거예요. 2010-2013년에는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2014년부터 다시 조금씩 일어서려는 중이에요.

― 막다른 길 같은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 오셨나요?
하나님께서 제 달란트를 계속 사용하실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벌써 정리하고 끝냈을 거예요. 더군다나 그 시기에 가족들도 힘들었고, 때로 가족들이 저를 힘들게 하기도 했어요. 형님도 투병 중에 사업이 부도나고, 그 빚이 연대보증한 제게 넘어오고, 어머니도 그 시기에 크게 편찮으셔서 요양 병원으로 가시게 되고… 욥이 따로 없구나 생각할 정도였죠. 그러면서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내가 이대로 맘몬에 굴복하느냐, 아니면 돈이 없어도 하나님 나라 운동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느냐. 이 물음이 저를 붙드는 힘이었고, 지금도 제 삶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예요.

― 교회나 여타 비영리단체의 재정 문제를 오랫동안 도우시면서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나요?
교회나 단체에서 무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아예 전제를 두고 요청해올 때가 있어요. 그리고 단체의 실무자 차원에서 공부를 하거나 주체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이셔야 하는데, 너무 의존적이거나 모든 것을 알아서 다 해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참 난감하죠. 저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퇴근 이후여도 급한 일을 처리하려고 연락을 하면 전화를 아예 안 받거나, 실무자가 퇴사하고 업무 연속성이 깨지는 경우도 있어요. 정작 직접 당사자들이 외부에서 돕는 사람보다 소명 의식이 약하거나 없다고 느껴질 때는 힘이 빠져요.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을 만들어나가는 건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지요.

   
▲ ⓒ복음과상황 김다혜

―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많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저는 단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보다 어쩌면 문제를 던져주는 쪽에 가까워요. 몰라서 지키지 않았던 것들이 결과적으로 법을 어긴 일이라고 알려주면 그때부터 고민에 빠집니다. 갑자기 숨이 막히기 시작하는 거죠. 그때부터 법을 지키면서 할 수 있는 게 뭔지를 함께 찾고, 그 과정에서 단체들이 몸부림하면서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적지 않은 세금을 계속 내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 세금을 돌려받게 해서 목적사업에 쓸 수 있도록 도와줄 때가 있어요. 올해 3월에 어떤 단체의 경우, 매년 6억 원을 돌려받게 해줬거든요. 그 단체는 그 비용을 고스란히 단체의 목적에 맞는 사업에 사용할 수 있었고요. 그 돈은 제가 헌금으로 낼 수도 없는 금액이에요. 그럴 때 제 달란트가 쓰임받았다는 큰 보람을 느끼죠.

― 목회자납세운동에도 오랫동안 참여해오셨는데,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지요?
15년 전에 비하면 참 좋아졌어요. 물론 그 속도는 엄청 더디죠. 그래도 여전히 어제보다 오늘이 좋다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종교인 소득세 납부와 관련해 2005년에는 저한테 목회자랑 원수 졌냐, 이단 아니냐며 비방하는 기사도 나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몰라서 못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어느 지역에서는 세금을 내려고 하시는 목회자들 세금을 계산해 보니까 낼 세금이 하나도 없는 분들도 있어요. 물론, 근로장려금 받으려고 종교인 소득세를 거꾸로 활용하는 분들도 있고, 여전히 종교인 소득세 신고를 완전히 반대하는 분들도 있어요. 다수의 기존 교회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예요. 하지만 새로 목회를 시작하는 젊은 목회자들은 생각이 옛날과 달라요. 세대가 교체되는 게 새로운 길이예요.

― 숫자를 다루시는 분이라 늘 긴장하면서 완벽을 추구하려고 노력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혹시 기억나는 실수나 뒤늦게 깨닫고 바로잡은 경험은 없었는지요?
회계사들이 감사란 걸 하게 되잖아요. 그 당시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작년에 했던 걸 보면 낯 뜨거워지는 경우가 있어요. 처리가 잘못 되거나 놓치거나 빠뜨린 부분이 보이는 거죠.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쌓이니까 나중에 보면 스스로 알게 되는 경우들이 있어요. 전문가라고 해서 남들보다 똑똑하거나 대단한 건 아니에요. 남들이 모르는 걸 한 발 앞서서 공부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알려주는 것뿐이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지, 저도 언제든 실수가 있을 수 있고, 또 해왔어요. 30년 회계사로 일하면서 100% 완벽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아니죠.

올바른 방향은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을 때, 과정을 정확하게 못 지킨 적도 있었어요. 어떤 비영리재단을 설립할 때 내부 감사를 도와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재단에서 외부 감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 일을 또 제가 맡았거든요. 엄격하게 따지면 감사는 이사회에서 의결권이 없으니까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그래도 감사라는 측면에서 독립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봐요. 물론 이건 일반적으로 영리 회사 얘기죠. 영리 회사에서 내부 감사는 경제적인 반대급부를 받는 일인데, 외부 감사까지 한다면 경제적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독립성 위반이라고 회계사 내부 지침으로 나와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 비영리재단에서 자원봉사로 도왔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외부 감사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그 재단의 역할을 잘 알면서 외부 감사를 맡을 적합한 분이 마땅히 없더군요. 결국 외부 감사를 제가 맡게 되었는데, 원칙대로만 하면 거리낄 게 없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벌써 10년 전이니까 한창 양심을 내세우면서 자신 있어 할 때였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개인적인 문제라면 하나님과 도덕, 법 앞에서 떳떳하면 돼요. 하지만 공동체나 조직의 문제일 때는 혼자 떳떳하다고 될 게 아니라 남들이 괜찮다고 해야 괜찮은 거예요. 얼마 전 페이스북에 하늘 아래서 나는 떳떳하다는 말 자체가 위험하다는 글을 그런 마음으로 썼어요. 그 일은 전문가로서는 큰 실수였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계속 저를 돌아보고 경계로 삼을 일이 될 것 같아요.

   
▲ 교회와 비영리단체의 회계와 후원 관리 도구로 쓰이고 있는 '나눔셈' 초기화면(www.nanumsem.kr) ⓒ복음과상황

― 선의로 일을 하는데 결과까지 선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개인의 이익보다 타자의 유익을 위해 일하는데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지 않나 합니다. 
앞서 나눔셈 2.0을 개발하던 2010년 즈음에 재정 악화로 직원들한테 월급을 못 줬다고 앞서 얘기했는데요. 그때 1억5천 만 원이 밀려서 법정에 고발이 됐어요. 형사법정에서 구속 직전까지 갔다가 직원들이 탄원서와 합의서를 써서 풀려는 났지만, 가볼 데는 다 가본 거예요. 직원들한테 매달 얼마씩 보내겠다고 했는데 돈이 들어오는 대로 띄엄띄엄 보내다가, 그나마도 제대로 못 보냈죠. 그래서 직원 중에 ‘신앙인이 거짓말을 하느냐, 그러고도 기독교인이냐’ 하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들로서는 너무 당연한 얘기 하는 건데,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거예요. 그 돈 안 주고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진짜 나쁜 놈인데, 있던 집 팔고 매달 120만 원 월세살이에 사금융까지 써가면서 막아도 안 되니까 정말 답이 없었어요. 직원들이 저를 뭐라고 욕해도 저는 할 말이 없어요. 그건 제 책임이니까요. 그런 상황이 1-2년 지속되니까 직원들이 포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다 작년부터 직원들에게 밀린 임금을 조금씩 갚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도 1,500만 원을 보냈는데, 아직도 8천만 원이 남아서 계속 갚아야 해요. 직원들은 안 잊고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한 사람이 카톡을 보내왔는데, 그렇게 힘든 과정 속에서 자신에게 하나님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거예요. 제가 왜 살아가는지, 왜 힘들어도 이 일을 놓지 않는지 그런 얘길 했었나 봐요. 제 삶의 밑바닥 상황에서 하나님을 전할 수 있었다니까 굉장히 기쁘고 위로가 되더라고요. 이렇게 버틴 게 헛되지는 않았구나 싶어서요.

― 보통은 ‘성공 간증’을 하는데, 회계사님 얘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실패야말로 꼭 필요한 간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밑바닥에서, 실패한 상황에서도 깨닫게 하시고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있어요. 그분이 함께하시기에 어제보다 오늘이 좋고, 오늘보다 내일이 좋으리라 기대하는 것이 하루하루의 힘이 돼요. 제 꿈은 맘몬, 즉 돈으로부터의 자유와 공동체성 회복이에요. 두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 하나님 나라(하나님의 다스림)로 이어지는 거죠. 비영리단체 재정 투명성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작은 단체를 세우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러나 제 소망일 뿐 제가 꼭 이뤄야 하는 건 아닐 수 있어요. 하나님의 계획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모세가 가나안을 향해 갔지만, 그 땅에 들어가게 할지 말지는 하나님 몫이잖아요. 저는 그 방향으로 날마다 뚜벅뚜벅 한 걸음씩 걸어갈 뿐이에요.


 

진행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정리 김다혜 수습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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