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호 에디터가 고른 책]

   
▲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최종원 지음/ 비아토르 펴냄/ 16,000원

성경 텍스트를 내세워서 잘못과 혐오를 정당화하려는 이들이여, 제발 그것이 ‘성경적’이라고 하지 마시라. 사회적 맥락은 제쳐두고 ‘오직 성경’만 외치는 이들에 대해, 이 책에서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따끔하게 지적하고 있다.

“‘오직 성경, 오직 은총’은 자칫 이 땅의 이웃과 주변의 고통과 아픔을 효과적으로, 또한 정당하게 비껴가기 위한 도구로 왜곡될 수 있다. 성경으로 돌아간다면서 콘텍스트를 외면한 태도는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경으로 ‘도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를 비롯한 세계 모든 종교가 함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그것이 성서라는 ‘틀’이나 ‘엄정한 신학적 사유’가 아닌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사랑임을 역사적 사건들을 되짚으며 강조한다. 다시 말해, 텍스트에 매여 우리가 처한 사회를 읽어내는 일을 포기한 채 나와 다른 사람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 태도가 아니라,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더불어 함께 사는 일이 필요하다. 나아가 이를 위해 ‘콘텍스트에 대한 공부’가 절실하고 중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깊이 있는 성경공부도 필요하겠지만, 기존의 한국교회가 게을렀던 ‘사회에 대한 공부’와 ‘타자와의 만남’을 쌓아 나가며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덧붙여 저자의 글이 수록된 다른 책, 《혐오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IVP)에는 제도 교회로부터 박해를 당한 도나투스파 이야기가 나온다. 타락한 제도 교회에 실망한 그리스도인 그룹인 그들이 이슬람교로 집단 개종을 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무척이나 흥미롭고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종교가 대중의 필요와 인류 보편의 문제를 외면할 때 대중도 그 종교를 버리게 된다는 ‘역사적’ 사실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일 것이다.

책을 읽다 자연스레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성경 구절을 근거로 혐오를 정당화하는 한국교회는, 구원 받을 수 있을까.



김다혜 수습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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