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호 커버 스토리]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하며

   
▲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시위 중인 그레타 툰베리(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Anders Hellberg)

기성 세대를 향한 10대 소녀의 외침
“큰일을 하는 데 너는 결코 작지 않아!”
이는 지구를 구하는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캠페인을 벌인 10대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이야기를 다룬 책 《그레타 툰베리》의 표지에 적힌 문구이다. 이 문구는 미래세대를 향한 촉구이자, 행동에 인색한 자존감 낮은 어른들을 향한 말이기도 하다.

수십억 인구 중 하나에 불과한 내가 버리는 쓰레기, 배출하는 오염 물질, 낭비하는 에너지가 지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겠는가. ‘지구’라는 단어가 너무 커서 우리는 쉽게 그것을 관념 속에 가둬두고, 이미 틀이 견고한 삶의 방식을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를 목도하고, 코에 12센티미터 빨대가 꽂혀 죽은 바다거북을 확인한다고 할지라도. 잠시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삶을 바꾸기에는 ‘나’는 너무 작으며, ‘편리함’이 주는 혜택은 쉽게 포기하기 힘들다. 바로 내 이야기이다.

나와 같은 어른들에게 그레타 툰베리는 말한다. “당신들이 우리의 미래를 훔쳐가고 있다.” “당신들이 좋든 싫든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툰베리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이 소녀의 말대로,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후위기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고, 청소년들이 이를 막고자 일어나기 시작했다. 툰베리로부터 시작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전 세계 2,333개 도시에서 청소년 140만 명이 시위에 나섰고,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기후소송단’이 발족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캠페인도 확산되는 추세다. 제로 웨이스트는 무분별한 소비를 줄여 지구환경에 부담을 덜자는 움직임이다. 산업화 시대 이후로 사회 구조 자체가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끊임없이 소비하고 소비한 만큼 버린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이익은 자본가에게 돌아가고, 사람들은 더 소비하기 위하여 더 일을 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 사슬을 끊지 않으면 모두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자본가도 정부도, 지구 자원의 30% 이상을 써버리는 5% 가량의 제1세계 국가들도 모두, 결국 빨개진 지구에서 견딜 수 없는 상황이 곧 오고야 말 것이다.

쓰레기 문제는 기후변화와 맞닿아 있다. 생산을 위한 자원 착취에서 시작해 온갖 유해 화학 물질에 버무려진 물건들이 결국 소비되어 버려지기까지, 어느 한 단계도 지구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없다. 버려진 쓰레기가 소각되면서 발생하는 유독 물질들은 곧바로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며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쓰레기 매립은 물과 토양을 오염시킨다. 석유계 제품의 재활용률은 저조하며, 재활용을 하더라도 그 단계가 복잡하고 많은 에너지와 유독 물질을 사용하게 된다.

기후위기에 대한 세계시민의 대응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기후학자 조천호 선생은 최근 출간한 《파란하늘 빨간지구》(동아시아)에서 ‘지구 위험한계’에 대해 언급한다. 지구가 충격을 받으면 불확실의 영역으로 들어가는데, 처음에는 복원력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지나면 고위험 영역으로 진입하여 작은 충격에도 전체 균형이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지구 위험한계에는 세 가지 범주가 있는데, 그 첫째가 기후변화, 성층권 오존층의 파괴, 해양 산성화라고 말한다. 기후변화의 위험지표는 이산화탄소 농도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산화탄소는 대기의 열을 흡수하여 지구를 덥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다만 이 농도가 너무 높아지면서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고, 극지방 빙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문제이다.

지구 전체는 ‘오션 컨베이어 벨트’라는 바닷속 해류망으로 연결되어 지구 곳곳에 산소와 영양분, 온기를 이동시킨다. 이 해류망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통제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극지방이 따뜻해지면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차가운 물이 해류 깊은 바다로 가라앉지 못하게 된다. 이 차가운 물이 표면에서 이동하는 따뜻한 해류를 밀어주어 해류의 움직임을 촉진하는데, 그 역할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약 2억 5천만 년 전에 그와 같은 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온난화로 해류가 끊어져 생명체가 전멸한 사례 말이다(BBC 다큐멘터리 〈Earth - The Power of the Planet〉〔2007〕, Oceans 편 참조).

조천호 선생은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난 80만 년 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으며, 훨씬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415ppm을 기록했는데, 이런 정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과거 300만-500만 년 전까지 가야 찾을 수 있는 수치라고 말한다. 당시 기온은 지금보다 1-2℃ 더 따뜻했고 해수면은 지금보다 10-20m가 더 높았는데, 인류는 이러한 조건에서 생존해본 경험이 없단다. 파국은 한순간에 찾아올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 위험의 징후를 사람들이 과연 인식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웨덴의 한 어린 10대 소녀의 현실 인식이 잠자던 어른들을 깨우고, 미래세대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구가 보내는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삶의 방식과 산업 구조에 획기적인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온실가스 최다 배출국 미국에서도 청년들의 기후 행동단체 ‘선라이즈 무브먼트’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들은 미국에 급진적인 온실가스 감축안을 담은 ‘그린 뉴딜’의 중요성을 알리고 시민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10년 내에 미국 전력 수요의 100%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고 제조업과 농업 분야의 완전한 탈탄소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건설, 모든 공동체와 노동 분야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 등을 추진하는 제안을 담은 ‘그린 뉴딜’은, 그 재원을 부유세로 확보하자는 내용을 포함한다.

영국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멸종 저항’ 운동이 시민사회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멸종 저항’은 비준법 행동으로 런던 시내를 비롯해 영국 주요 장소들을 점거하고  교통 혼란을 일으키는 방식의 시위이다. 드론을 이용해 런던 히드로 공항을 마비시키는 행동을 예고하기도 하고, 웨스트민스터로 통하는 도로들, 철도 등을 점거하기도 한다. 이 운동의 중심에 선 로저 할람(Roger Hallam) 킹스칼리지 교수는 ‘제도를 만들고 절차를 지키며 천천히 기후변화를 논하기에는 지구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며 준법 저항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는 가장 시급한 환경 문제는 이기심, 욕심, 무관심에서 기인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화적 정신적인 탈바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럽의 많은 나라는 이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하고, 대기오염 초저배출구역 제도를 도입하였다. 뉴욕은 기후동원법(기후변화 대응 자원동원법)을 통과시켰는데, 2050년까지 중대형 빌딩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80%까지 줄여야 하고 만일 목표 달성을 못했을 경우 연간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물게 하는 법안이다. 녹색전환연구소의 이유진 박사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7위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바꿀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렇게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철강,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핵발전소 수출과 같은 기존 산업만 끌어안고 있다가는 대규모 실업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녹색평론> 167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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