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호 에디터가 고른 책] 거룩하지 않은 독서 / 김광남 지음 / 올리브북스 펴냄

   
거룩하지 않은 독서
김광남 지음
올리브북스 펴냄 / 20,000원


성경을 읽는 ‘구구단’적 방법이나 공식이 있다면? ‘말씀 읽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내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이 ‘전통’은 무려 6세기(유럽은 중세의 시작, 한반도로 치면 삼국시대 후기)부터 시작됐다. 누르시아의 베네딕토라는 사람이 만든,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라는 성경 읽기 방식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큐티와 설교 듣기라고 생각하면 쉽다.

구구단이 유용한 것처럼, 거룩한 독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구구단만 있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듯이, 거룩한 독서만으로 성경을 읽으면 문제가 생긴다. 좋은 소식(복음)을 담고 있는 책에서 조언과 충고만을 얻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석의 오류나 왜곡도 피할 수 없다. “성경의 영감은 성경의 ‘문자’에 대한 영감이라기보다는 성경 저자들의 ‘사상’에 대한 영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에서, 저자는 ‘거룩하지 않은’ 독서를 제안한다. 이는 성경 한 구절 한 구절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그리고 하나의 관점으로 성경을 읽는 방식을 말한다. ‘하나의 관점’이란, 이스라엘 민족이 실패를 거듭함에도 포기하지 않고, 그들을 통해 모든 민족들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통치 의지”이다.

이 책은 성경을 기록 양식에 따라 일곱 개 장으로 묶어서 소개하는데, 세부적으로는 각 권이 쓰인 시대적 배경을 설명한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성경을 읽는 큰 맥을 잡을 수 있다. 두꺼운 성경을 읽는 것이 막막하고 부담스러운 사람, 성경 통독이라는 거대한 목표에 닿지 못하고 매번 미끄러지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거룩한’ 독서만을 즐기는 이들의 자의적인 해석이 넘쳐나고, 그로 인한 정당화와 혐오가 빽빽한 세상이다. 이런 때야말로 ‘거룩하지 않은’ 독서가 흥해야 한다. 개개인의 거룩 이전에 성경을 큰 틀로 읽는, 지성의 눈이 절실하다.


김다혜 수습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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