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번 커버스토리도 신입기자의 기획안에서 시작했습니다. 예장통합 총회의 ‘명성교회 세습 인정 결의’가 기획의 단초가 됐습니다. 뻔한 이야기 아닌가 싶었지만, 그에겐 매우 그로테스크한 광경으로 보였던 겁니다. 사실 교단 총회의 퇴행적 결정들은 매해 들어왔기에 새로울 것 없게 다가왔지요. 그 익숙함 때문에 저는 질문을 멈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교단과 총회 시스템을 신입기자의 눈으로 ‘낯설게’ 보니 본질적인 물음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교단이란 무엇인가, 총회란 무엇인가, 꼭 필요한가…. 이에 20대 청년(이희영·김자은), 신학자(박유미), 역사학자(강성호), 활동가(이헌주)의 통찰을 담아 교단 총회의 성격과 의미를 살폈습니다. 

‘사람과 상황’에서는 허호익 대전신대 은퇴교수를 만났습니다. 수십 년 동안 한국 문화와 직결된 신학을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교단들의 ‘동성애=이단’ 프레임을 깨고자 학자적 양심을 걸었습니다. 그에게서 세습을 가능하게 한 교단 무뢰배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차마 지면에 옮길 수 없는 이야기도 많았는데요. 그들만의 리그에는 하나님이 없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청년들이 흙탕물을 보고 ‘기독교가 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한 방울 한 방울 아래서부터 샘솟는 맑은 물로 흙탕물을 밀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독교의 정수는 원래 아래로부터 솟아나는 것이라고요. 

90년대생 기자들이 복상에 새 힘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수습기간 동안 과월호를 훑은 신입기자들은 ‘그들이 사는 세상’ 꼭지를 살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합니다.) 2016-2017년에 독자들의 소소하면서도 단단한 생활밀착형 이야기를 담았었지요. 무작정 찾아가 만나거나, 우연히 만나 인터뷰한 적도 있었습니다. 인터뷰라기보다는 수다에 가까웠고, 빽빽한 지면에 청량한 기운을 불어넣던 인터뷰이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모두들 잘 살고 계시지요?)

독자들의 방울방울이 모여 ‘맑은 물’ 복상이 만들어집니다. 지난주에는 창간호부터 구독해오신 김영길 후원독자께서 소천하셨다는 전화를 받았는데요. 선생은 최고령 정기구독자로서 인터뷰(2014년 6월호)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는 방정환의 호 소파(小波)를 언급하며 “작은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왔다가 나가면서 모래에 물결을 남기는 것 같은 삶을 살자”고 말했습니다. 그때 세월호 아이들에게 건네셨던 말씀으로, 선생의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예수님이 천군천사 데리고 제일 먼저 세월호 현장에 가셨을 거다. 그 영혼들을 거두어 더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셨을 거다. ‘날 따라 오너라’ 하시면서.”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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