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출판된 성경 가운데는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붉은 색으로 강조한 편집본들이 있습니다. 그 ‘붉은 글자들’(red letters)의 권위를 인정하고 이에 순종하며 살아가려는 이들을 언제부터인가 ‘레드레터 크리스천’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름은 미국의 기독교 잡지 <소저너스> 발행인이자 작가인 짐 월리스의 인터뷰 자리에서 처음 나왔다는군요. 어느 라디오 방송국 진행자가 인터뷰 도중 월리스에게 “당신은 레드레터 크리스천 중 한 명이군요. 신약성경에서 빨간 글씨로 적힌 구절을 중시하는 사람들 말이에요”라고 했다지요.

 

그런데 예수께서 선포하신 메시지, 곧 성경의 붉은 글자들은 오늘날 얼마나 온전히 전해지고 있을까요. 짐 월리스의 말대로라면 적이 염려스럽습니다. 

“예수의 진정한 메시지는 전 세계에서 보수적인 미국종교를 설교하는 번영복음 목회자, 텔레비전 설교자, 그리고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들에 의해 철저히 위장된 채 감추어져 왔다. 그들은 예수가 가르쳤던 것과 매우 다른 종류의 기독교를 전한다.”(《레드레터 크리스천》, 대장간, 13쪽)

미국 침례교 목사이자 작가인 토니 캠폴로는 레드레터 크리스천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첫째, 그들은 복음주의적 신학을 고수하며 사도신경을 믿고 고백하는 이들입니다. 둘째, 성경이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되었으며 신앙과 실천을 위한 오류 없는 텍스트임을 받아들입니다. 가장 중요한 셋째, 역사적 예수가 모든 이들에게 살아서 현존할 수 있으며, 구원은 예수께 복종하여 그분을 우리 삶에 주인으로 초청하는 데 달려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쯤에서 한국교회의 대다수 신앙인들과 뭐가 다르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자 캠폴로는 ‘레드레터 크리스천’이 다른 크리스천과 구별되는 명확한 표지가 있다고 강조하는데, 다름 아닌 ‘사회 정의에 대한 열정적 헌신’입니다.(앞의 책, 31-32쪽)

본지는 국내외 레드레터 크리스천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담아왔습니다. 1월호는 그 가운데 해외 인터뷰만 따로 간추려 묶었습니다. 이는 본지 창간(1991년 1월) 30주년을 1년 앞둔 시점에서 특별판의 하나로 미리 선보이고자 함입니다. 물론, 그 내용이 여전히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5년도 더 지난 인터뷰도 있고, 최근 홍콩 민주화 시위에 나선 20대 청년 이야기처럼 새로 담아낸 인터뷰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따로 흩어진 이야기와 목소리들을 하나로 꿰어 한 권의 알찬 인터뷰집을 읽는 즐거움과 유익을 안겨드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우리 시대 레드레터 크리스천 이야기를 다시 소환하면서, 올 한 해도 하나님의 샬롬과 정의와 다스림이 이 땅에 임하기를 구하며 ‘착하고 충성된 청지기’의 역할을 다하려 합니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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