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호 에디터가 고른 책]

   
▲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 심에스더·최은경 지음 / 오마이북 펴냄 / 15,000원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말로 결론짓는 논의가 얼마나 많았나.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흔히 기대하는 올바른 성교육이나 성에 대한 자유롭고 솔직한 이야기를 접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아직도 성은 부끄럽고 민망하고 은밀한 것이라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망설이는 이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 최근 나온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막막하기만 한 성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언론사 편집기자이자 두 딸의 엄마(최은경)가 질문하고 성교육 전문가(심에스더)가 답하는 대화 형식으로 펼쳐진다.

‘이런 질문’을 해도 되냐며 털어놓은 고민과 답변은 누구나 겪어볼 만한 이야기라 공감을 자아낸다. 이 책엔 “‘섹스’라는 말, 해도 될까요?” “엄마와 키스하고 싶다는 아들, 어떡하죠?” “성기를 잘 만지는 성별 따로 있나요?” “야동 봤다는 아이에게 자꾸 캐물어도 될까요?” “엄마 아빠의 스킨십, 보여줘도 괜찮을까요?” 등 20가지의 질문이 담겨 있다.

두 저자는 애정표현, 다양한 몸, 성 역할, 좋은 섹스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뿐 아니라 자녀와 성 이야기를 할 때의 뉘앙스와 태도 등 자연스러운 소통 방법을 소개한다. 책 곳곳에도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인식을 뒤집어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그래서인지 평소 뻔하다고 느꼈을 만큼 당연해 보이는 말에 밑줄을 치며 읽었다.

“내가 아닌 모든 타인을 나와 같은 소중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148쪽)

특별해 보이지 않는 문장이 성 이야기의 맥락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성 담론에서 타인을 차별 없이 존중하는 가치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부모와 아이 사이를 오갔다. 어릴 때 성 개념을 깨우치던 순간들을 돌아보기도 하고, 내가 부모가 된다면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았다. 이 책은 나의 빈약한 성 이야기의 언어를 채우고 재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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