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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에 막말들이 넘쳐난다

기사승인 [351호] 2020.01.21  15: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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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1호 커버스토리] '날려버려 개소리' 운영자 김자은 씨와의 대화

   
▲ '날려버려 개소리' 페이지 로고

‘날려버려 개소리’는 기독교 내의 막말을 모아서 아카이빙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이다. “(화장 안 한 여자 교인에게) 너 얼굴이 왜 그러냐?” “동성애를 척결하자” 등 매일같이 말문이 턱 막히는 한마디가 게시물로 올라온다. 

이 페이지를 만들고 운영하는 김자은 씨는 친구와 교회에서 들은 듣기 싫은 소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날려버려 개소리’ 페이지를 시작하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교회 내 성차별적 표현을 없앨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성 평등한 교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고 ‘막말 모음집’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제보되는 글들을 보면 기독교가 너무 비이성적인 집단처럼 느껴진다고 김자은 운영자는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나 이상한 소리를 들으면서 신앙생활을 해왔냐며 놀란다. 이걸 보면서 그냥 어렴풋이 ‘개소리’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말 한마디로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 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더 꼼꼼히 살펴보고 따져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SNS 공간에서 익명의 제보자들이 모아준, 막말로 보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떨까? 김자은 운영자와 게시물을 하나씩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동성애자들은 다 죽어야 해.”

  저는 되게 센 말부터 보이더라고요. 이건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하는 데 있어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우리 사회에 있는 개인과 집단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몰아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말이에요. 당사자가 이런 말을 듣는다면 실제적 위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성애가 죄가 아니라고 하면 무조건 이단이에요.”

  이 말은 혐오 표현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동성애를 혐오하진 않지만 나는 지지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요. 이것도 혐오 표현인가요?
  그렇죠. 왜냐면 동성애는 지지하고 말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동성애 관련 ‘정책’은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겠지만, 동성애 자체를 두고 지지나 반대를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죠. 마치 이성애를 지지하는지 반대하는지 말하지 않는 것처럼요. 동성애를 반대하면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거니까 듣는 사람에겐 자기 존재를 부정당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 오른쪽이 김자은 씨 ⓒ복음과상황 정민호

“저를 포함해 총신대 구성원치고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은 씨가 총신대를 졸업하셨죠? 총장이 한 발언인데요.
  이건 혐오 표현이면서도 공동체 안에 있는 구성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왜요?
  그 집단에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성 소수자나 그와 함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교수나 목사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그 구성원의 존재를 지워버린 거니까요.
 

“저기 봐, 지금 지나가는 애들 옷 입은 거나 제스처만 봐도 딱 알아. 쟤네는 게이야.”

  이런 말도 혐오 표현일까요?
  네. “여자는 남자들보다 감성적이야” 이런 말과 비슷하죠. 이런 표현은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화합니다.


“기독교 교육과 간다고? 왜, 사모가 꿈이야? 여자애들 사모 되려고 기독교교육과 가는 거잖아.”

  누군가 이렇게 말하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제가 기독교교육과를 다니면서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실제로 나중에 사모가 되고 싶다고 하는 학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니죠. 비슷한 말인데 다른 황당한 얘기도 있었어요. 어떤 교수님께서 “남자들은 신대원이나 유학을 가니까 점수를 잘 줘야 한다”라는 거예요. 음, 여성을 그저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로 여기는 거죠.
 

“예수님 부활이 왜 빨리 소문난 줄 알아? 예수님 부활하고 여자들을 제일 먼저 만나서야. 여자들이 원래 입이 싸잖아.”

  이런 말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저 말을 한 사람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 궁금해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말을 생각했다는 면에서 아이디어뱅크 같다고 생각했어요.

  의도를 가지고 내뱉은 말 같아요. “여자들이 원래 입이 싸잖아” 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 예수님의 부활을 끌어들였네요. 교회에서는 어떤 말을 하기 위해 성경 본문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성경에는 누군가를 차별하는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절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엄청 옛날에 쓰인 책이니까요.

   
 

“여자가 남자보다 나중에 지어졌기 때문에 여자가 남자보다 못한 존재예요.”

  지난 성서한국대회에서 주강사 백소영 교수는 ‘아담’은 ‘남자’보다 ‘사람’에 가깝다고 말씀하셨어요. 성경이 ‘갈비뼈를 빼낸다’는 표현으로 남녀 분화의 내러티브를 설명한다고 하셨죠.
  이 게시물에는 재미있는 댓글이 있었어요. ‘나중에 지어진 게 업데이트된 것이다!’
 

“여자가 어디 1학년 때부터 화장하고 치마를 입어! 하나님께 회개하고 연애포기각서 제출해.”

  여자에게 뭔가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말이 많네요.
  같은 맥락에서 청소년 때는 교회 안에서 연애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모두 그 말을 듣는 여성이나 청소년에게 ‘너희는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다, 나의 통제 아래에 있어야 하는 존재다’라는 전제가 깔린 것 같아요.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처음에 고민이 많았어요. 이런 표현을 게시물로 만들어서 올려도 될지. 저는 누가 한 말인지도 밝히지 않고 제보받은 내용을 올리는 것뿐인데, 제가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이걸 전시해도 괜찮은 걸까?’

  그럼에도 혐오 표현을 필터링 없이 올리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나요?
  분위기 때문이었어요. ‘날려버려 개소리’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자주 들은 말이기도 한데 “이 말을 한 사람은 사실 굉장히 성격이 좋고 온유한 분이다. 전체 맥락과 함께 들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 발언만 골라서 보니까 문제인 듯 보이는 거다”라고 제게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저는 이 말들이 누가, 어떻게 했건, 누가 봐도 그냥 웃어넘길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교회라는 공간에선 오히려 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권위라는 이름으로 이런 말들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괜찮다는 말로 덮어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목사님 설교가 성차별적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한 명도 없어. 다 은혜로 받지. 네 마음 밭이 문제야.”

  이런 말은 성도들로 하여금 쉽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말이네요.
  맞아요. 그래서인지 제가 “이런 거 이상하지 않아?”라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저를 최대한 타일렀어요. “사실 그분은 그런 뜻이 아닐 거야,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나에게 문제 제기를 그만하라고 하기 전에 문제 발언을 한 사람에게 가서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말해주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죠.
 

“남편들 아내에게 좋은 말 많이 해주세요. 그러면 밥 반찬이 달라질 겁니다.(일동 웃음)”

  ‘(일동 웃음)’이라니, 모두가 웃어넘기는 분위기였군요. 정말 웃겼거나.
  사실 여성들에겐 기분 나쁜 표현이죠. 저는 이런 농담이 웃기지 않았어요. 이렇게 잘못된 표현에 모두가 웃을 때는 정말 그 공간에 홀로 남겨진 느낌을 받아요. 영화 보면 홀로 광장에 서 있고 사람들이 사사삭 지나가잖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날려버려 개소리’에는 특히나 목사나 신학교 교수들의 말이 많았는데요. 사람들 앞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혐오 표현의 문제가 심각한 듯해요.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이 쉽게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잖아요. 
  맞아요. 또, 분위기를 잘 몰아가죠. 웃음을 유발한다던가.
  그런 분위기가 일상에 혐오를 스며들게 하는 것 같아요.
 

“아직도 여성차별이 있다고? 내 눈에는 안 보이는데. 여자들에게 밥을 적게 준다고? 에이, 네가 잘못 봤겠지.”

  《말이 칼이 될 때》를 보면 “극심한 차별에 고통받는 소수자일수록 다양한 수위의 차별의 언사들을 차별로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라는 표현이 있어요. 반대로 차별 표현에 둔감할수록 차별받지 않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여기 여자 청년들 많은데 이 중에서 몸 팔고 술 파는 사람들은 안 나올 거 아니야.”

  이 말은 어떤 신학교의 채플에서 나온 말로 기억해요. 성매매가 이뤄지는 구조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성매매 직종으로 내몰린 사람들만을 굉장히 혐오하고 비하하는 발언이죠. 마치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한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어요.
 

“과부는 돈이 많은 게 매력이거든요.”

  성경에 과부가 나오는 본문이 있잖아요. 설교 중에 그 본문을 이야기하다가 언급한 말입니다.

  쓸데없는 군말 아닌가요?
  성경에서 고아와 과부는 사회적 약자로 표현되잖아요.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하나님께 신실하게 헌신했던 여성이 인정받는 장면을 ‘그 여성이 돈 많은 과부이기 때문에 인정받은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 여성의 서사를 없애버리고 돈이 많음을 이유로 찾은 것이죠.
 

“가톨릭은 우리 개신교에게 무너질 이단의 종교입니다.”

  이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요?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을 틀렸다고 규정하는 것 같아요.
  개신교로 나뉘기 이전에 가톨릭과 하나의 기독교였는데 그 역사를 염두에 두지 않고 내뱉는 말이죠. “가톨릭은 하나님이 아니라 성모 마리아를 믿는 거다” 이런 말 하는 분들도 정말 많이 봤어요.
 

“(어느 비기독교인 별세 후) 아 그 사람? 지금 지옥에 있잖아.”

  이건 굉장히 큰 단체에서 나온 말이더라고요. 저는 기독교가 죽음과 굉장히 가까운 종교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타종교라고 해서, 타인의 죽음이라고 해서 가볍게 농담처럼 소비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교회 화장실에도 불법 촬영 탐지를 하면 좋겠다고? 근데 가난한 교회는 화장실이 없기도 해. 우리는 감사해야 해.”

  이거 정말 아무 말 아닌가요?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막말이네요.

  불법 촬영으로 문제 삼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괜히 애꿎은 가난한 교회를 비교했어요.
  저는 이런 태도가 좀 불편해요. 타인의 빈곤이나 불행을 나의 처지와 비교하면서 감사하는 태도 말이에요. 이런 감사를 당사자가 듣는다면 얼마나 마음이 어렵겠어요.

  혐오 발언에 문제제기가 되는 요즘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종종 눈에 띄는데요.
  그런 분들이 정말로 무서워서 말을 못 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 '날려버려 개소리' 제보 링크

■ ‘날려버려 개소리’가 만든 ‘막말’ 체크리스트
1. 자신의 권위나 성경 구절을 내세워 말이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한다.
2. 타인에게 폭력적인 언어를 유머나 인사말, 타인을 위한 말로 안다.
3. 나이, 성별, 지역, 학력, 재산 유무 등으로 사람을 쉽게 평가하거나 과시한다.
4. 가짜 정보를 사실처럼 이야기한다. 
5. 여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나 폭력)을 스스럼없이 말한다.
6. 자신의 경험과 판단이 모두 옳은 것처럼 말하고 강요한다.
7. 2,000년 전에 성경에 쓰인 차별이나 폭력을 현대에 문자 그대로 적용하라고 한다.
8. 터무니없이 맞지 않는 말을 한다.
9. 타인의 고통을 쉽게 이야기한다.
10. 성희롱, 성폭력적인 말을 문제가 되지 않는 양 내뱉는다.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통해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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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김자은 goscon@goscon.co.kr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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