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호 비하인드 커버스토리] 범기자의 편집 노우트

 

이번 커버스토리를 준비하면서는 사실 방송인 박미선 씨를 인터뷰하고 싶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의 신앙 간증을 읽은 적이 있다. 수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더 새로운 간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2년 전, 박미선 씨는 EBS 〈까칠남녀〉의 메인 진행자였다. 이 프로그램은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갈등을 유쾌하고 솔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국내 최초의 젠더 토크쇼’였다. ‘성소수자 특집’편에서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보수적인 개신교인들은 이 프로그램의 폐지를 주장했고, 심지어 박미선 ‘권사’에게 하차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 방송에서 박미선 씨는 무지와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성소수자들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자체가 차별”이라고 말했다.) 보나마나 박미선 씨도 독실한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얼마 안 있어 방송은 폐지됐다.

   
▲ 〈까칠남녀〉 방송 화면 갈무리

사건 1년 6개월 뒤, 박미선 씨는 KBS 〈거리의 만찬〉에서도 메인 진행자를 맡았고, 성소수자 자녀를 둔 어머니들을 식탁으로 초대했다. 직업상 성소수자들과도 허물없이 지냈던 그이 역시, 방송이 끝날 때쯤에는 목소리가 반쯤 잠겨 이렇게 고백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요. 나도 모르게 혐오 발언을 했을 수도 있는 그들은, 누군가에겐 진짜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었던 자녀들이었다는 생각을, 오늘 여러분들을 만나 뵙고 저는 느꼈습니다.”

   
▲ 〈거리의 만찬〉 방송 화면 갈무리

박미선 씨에게 성소수자 혐오뿐 아니라, 개그 소재로 자주 활용되는 외모 비하, 성 대상화 등에 관해서도 이것저것 묻고 싶었다. 특히, 혐오를 소재로 한 개그나 성적 비하를 일삼는 힙합 노래도 점점 퇴출되는 시대에, 여전히 혐오 생산지로 기능하는 한국교회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묻고 싶었다. 각종 혐오의 늪에 빠진 성도들을 견인할 지혜를 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도통 연락할 길이 없다. 나중에라도 기회가 생기길 희망하며, 공개 섭외의 글을 남긴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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