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호 부전자전 고전] 묵적의 《묵자》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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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편지로 고전에 관한 대화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지났어요. 그새 12권의 고전을 놓고 치열하게도 얘기했네요. 아빠가 소개한 신학의 고전에 철학사의 고전을 덧대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오는 이 시간이 정말 즐겁습니다. 아빠는 제 편지를 받을 때마다 세미나 수업을 하는 기분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꼭 수업을 듣고 소논문으로 수업 내용을 정리해보는 기분이 들어요. 그만큼 어렵지만 재미있다는 거겠죠?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1년이나 남아있다는 게 기분이 좋네요.

그런데 지난 편지들을 돌아보면 제 글에 만족감도 있지만 아쉬움도 남습니다. 특히 저번 두 편지에서 나눈 플라톤의 《국가》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정치학》를 다시 읽어보니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어요. 철학사의 거장들을 읽고 쓴다는 흥분에 글을 너무 학술적인 분위기로 쓴 게 아닌가 해서요. 

그런 아쉬움이 있던 차에 니그렌의 《아가페와 에로스》를 담은 아빠의 편지를 읽고 여러 차례 감탄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장 한 구석에서 자주 보던 그 책을 택하셔서 기대가 되었는데, 신학사적 맥락에서 소개하면서도 니그렌의 삶, 책에서 비판할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와의 편지 맥락까지 잘 버무려진 글로 읽혔거든요. 기독교적 사랑인 아가페의 본질을 추적하는 책이라면 저도 꼭 읽어야겠습니다. 

아빠의 그 글에 대한 응답으로 저는 《묵자》(길)를 읽었어요. 우리 편지에서 비서구인이 등장한 첫 번째 글이 되겠네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동양철학을 더 많이 읽고 좋아했던 것 같은데, 철학과에 가면서부터 서양철학을 중심으로 공부하다보니 《묵자》는 아주 오랜만에 펼쳐봤어요. 《묵자》를 통해, 아빠가 이야기한 기독교의 핵심적이고 독창적인 개념인 아가페를 ‘묵자의 겸애(兼愛)’와 비교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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