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호 잠깐 독서]

 

반이성 시대에 대한 
단호한 반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김근주 지음 
NICS 펴냄 / 10,000원 

김근주 교수의 ‘느헤미야 렉처 시리즈 2’가 나왔다. ‘동성 성행위 본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 성경 본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동성 성행위 본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관한 논의와 결론으로 구성된다. 저자는 이에 관한 세부적인 논의와 해당 본문과 배경을 탐구하는 학문적 태도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 현실은 본문 해석을 둘러싼 논의 자체가 경직되어 버렸다. 달리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만 언급하여도 온갖 배제와 금지, 축출이 난무한다. 이 책을 출판하는 것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필자의 확고한 반대의 표현이다. 필자가 이 책에서 개진한 견해만이 옳아서가 아니라, 아예 이러한 논의조차도 이루어지지 않는 참담한 현실에 대한 결연한 반대로 여러 면에서 미흡한 필자의 견해를 감히 출판한다. 동성 성행위 본문은 논의되고 검토되고 해석될 본문이지, 한편의 손에서 일방적으로 주장될 본문이 아니며, 그런 주장에 기반해서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축출하는 도구는 더더욱 아니다. (‘들어가며’ 중에서) 생명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파괴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생명을 섬기는 데서 그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 (209쪽) 

 

 

오늘도 도서관에 가는
농사짓는 교수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박홍규·박지원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 17,000원

농사짓는 지식인, 박홍규 교수와의 대담집. 그는 150권이 넘는 책을 집필·번역했던 ‘읽는 사람’이다. 그에게 ‘독서’ ‘고독’ ‘사회’ ‘인간’이라는 키워드로 한국 사회를 물었다. 타율적이고 소극적인 고독이 아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고독을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참 책을 읽지 않습니다. 정치와 독서의 관계는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것임에도요. 한 사람의 정치인이 정치를 시작하게 되는 데 독서라고 하는 것이 참으로 큰 작용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렇게 작용해야 하고요. 히틀러든, 처칠이든, 체 게바라든, 호지명이든, 간디든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책을 통해서 자신의 정치관을 수립한다거나 자기만의 삶의 자세를 조탁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정치인의 경우엔 좌우를 막론하고 책을 읽지 않고, 책을 통해서 진지하게 자신의 정치관을 세우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89쪽) 

 

 

교회와 정치, 
교회됨을 사유하다

교회의 정치학 
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 / 백지윤 옮김
IVP 펴냄 / 13,000원

구원, 정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교회의 통념에 도전하는 하우어워스의 책. 교회의 임무는 단순히 정의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며, 이는 복음의 진리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저자는 기독교가 정의 이론을 세밀히 돌이켜보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기독교의 정치/사회 참여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정의를 위해 일하는 데 관심이 있는 그리스도인은 자유주의 사회의 전제를 통해 결정된 정의의 개념에 그들의 상상력이 사로잡히는 것을 허락하고, 결과적으로 정의에 대한 실체적 설명을 더욱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적실성을 갖고자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바람이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사회질서가 갖는 한계에 저항할 수 있는 결정적 능력을 상실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모든 사회에 앞서 우선적으로 붙잡아야 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94쪽) 

 

 

인류사 속 
예수의 모습

예수, 역사와 만나다
야로슬라프 펠리칸 지음 / 민경찬·손승우 옮김
비아 펴냄 / 24,000원

미국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지에서 선정한 20세기의 고전 100선에 오른, 역사학자 야로슬라프 펠리칸의 역작. 연구서와 문헌, 예술작품들을 통해 예수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어떻게 예수라는 인물이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는지 저술했다.

나는 역사학자로서 역사적 사건은 그 사건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분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원리에 근거해 20세기라는 시점과 예수가 활동했던 시기 사이에 놓인 수많은 세월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예수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주장을 참을 수 없다. 내 책은 바로 그 '수많은 세월'을 돌아보려는, 혹은 그 세월 속에서 흐르고 있는 것들을 꿰뚫어 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서론)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