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매주 교회를 나가려는데 몸이 안 움직이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회 안 나가는 신자를 ‘가나안’이라 한다면, 이런 저는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여러 공동체에 몸담은 제가, 특별히 교회/신앙 공동체에 바라는 모습이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신앙 공동체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가슴으로는 저 자신의 연약함을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주위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교회 다니는/남아 있는 이유를 물었고, 동료 기자와 선배들과 생각을 나누다 커버스토리의 주제가 나왔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이에 대한 다양한 분들의 답변을 담았습니다. 무신론자면서 교회를 꾸준히 다니는 한 청년은 교회가 현대사회에서 좋은 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하나님을 믿지 않지만, 교회는 좋아합니다”_차현호 8쪽). 다섯 명의 PK(목회자 자녀)가 함께한 익명 좌담회에서는 그들이 교회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말합니다(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다_정민호 52쪽). 교회에 남아 있기를 택한 분들의 자기고백적인 글에서는, 그럼에도 신앙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에 대해 말하고 싶다는 욕구를 환기할 수 있었습니다(사랑: 교회에 남겨진, 기꺼이 남은 자의 몫_안혜인 25쪽, 아직은 대형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만…_박요셉 42쪽). 나답게 사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무려 ‘교회다움’을 고민한 저의 글도 함께 실었습니다(‘비자발적’ 가나안의 나날_김다혜 34쪽). 

나아가 오랫동안 한국교회 신뢰도 추이를 연구해온 조성돈 실천신대원 교수의 ‘사람과 상황’ 인터뷰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기사입니다(극우 광풍과 침묵, 한국교회 공멸의 시그널_이범진 66쪽). 이를 통해 교회에 지속적으로 나가기 어려웠던 개인적 이유가 다름 아닌 사람들의 ‘분노’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진영과 진영, 이편과 저편이 갈라져서 싸우고 어떤 사회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날선 비판과 분노를 쏟아내는 ‘감정화하는 사회’가 주는 피로도가 컸습니다. 교회에서 쉼과 안식을 얻고 싶었지만, 정치적 분노는 교회 안에도 들어와 있어 이를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그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았던 예수의 언어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을까요? 

여느 때처럼 복음과상황은 한 달 이르게 봄을 맞습니다. 이번 3월호부터 새 기획 ‘편애하는 리뷰’(오수경)와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김진수), ‘우종학 교수의 과신문답’도 연재를 시작합니다. ‘독서일기’도 새로운 필자(박용희)를 맞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한 요즘, 멀리서 독자님들의 건강을 빕니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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