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호 커버스토리]
외투를 걸치고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었다. 시간이 지나도 일어날 수 없었다. 어차피 지금 출발해도 지각.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렸다. 갈 준비를 하지 않았으면 더 자기라도 하지. 왜 나는 밖을 나서지 못하는 걸까. 알 수 없었다.
‘가나안’이 된 지 5년 차. 가끔 예배를 드리기도 하지만 속한 교회는 없다. 이 시기, 4년 동안 캠퍼스 선교단체에서 활동했지만 이마저도 졸업하고 나니 공동체가 없었다. 느슨한 주거 공동체에서 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지만 무슨 일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꼭 교회에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 ‘경건 생활을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지’ 하는 생각들을 오랫동안 했지만, 정작 연결된 신앙 공동체가 없으니 결핍감이 들었다.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데, 그 ‘뭔가’는 뭘까. 가나안은 쿨해 보이기라도 하지, 교회를 다니고 싶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건 무슨 증상인지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었다. ‘비자발적 가나안’이라는 요상한 무엇이 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