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 넘게 한국교회 신뢰도 연구해온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2월 7일 발표한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두드러진 점은 이념 편향이다. 응답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정도가 급격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10년 넘게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 관여해 온 조성돈 실천신대원 목회사회학 교수(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를 만나, 이번 조사 결과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정치 관련 토론이나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는 오랜 원칙을 깨고, 한국교회에 부는 극우 광풍에 대한 논평도 덧붙였다. 

 

   
▲ "유언비어가 정설이 되어서 돌아다니고 있다. 목사들이 자기 교회 시끄럽게 하지 않는 데에만 신경 쓰고 있는데, 한국 기독교 전체가 공멸하는 상황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심각성을 좀 알 필요가 있다. 가만히 있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  ⓒ복음과상황 정민호

‘2020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의 특징을 하나만 꼽는다면? 
안 좋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 이번 조사에서 ‘보통’이라는 선택지를 없애면서 확인된 것은 ‘신뢰하지 않는다’ 쪽으로 더 기울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32.4%)가 늘었다. 분명한 의지를 갖고 한국교회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우리 국민 중 30%가 넘었다는 뜻이다. 

응답자의 정치 성향(진보/중도/보수)에 따라서도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가 급격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 조사와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심해졌다. 중도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긍정 30.2%, 부정 64.2% 정도로 두 배 차이였는데, 진보는 23.2% 대 74.6%, 보수는 43.7% 대 51.8%로 나타났다. 이념 성향에 따라 특정 종교가 다르게 보일 수는 있다. 그런데 이처럼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 

한국교회가 이념 성향에 있어서 보수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의미로 봐도 되나. 
적어도 그렇게 여겨진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교회가 깊이 연루되어 있다. 쉽게 말해 지나치게 정치에 관심이 높다. ‘정치 과잉’이다. 한국교회가 보수 성향을 대표하는 종교가 되어버렸다. 젊은 사람들이 교회를 안 나가는 게 이해가 된다. 교회에서 ‘다음 세대’ 언급을 많이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젊은이들이 교회 나오기 어렵다. 다 도망가게 생겼다. 
 

   
   
   
▲ 이번 조사는 2008년 첫 번째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여섯 번째로 진행되는 추적 조사 연구로서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여 총 1,0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1월 9일부터 3일간 (주)지앤컴리서치의 조사로 진행됐다. (출처: 2020년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 자료집)

극우적 발상과 가짜뉴스에 기반한 주장들이 교인들 사이에서 진리처럼 공유되는 현실이다. 
어르신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분들의 나라 걱정은 진심이다. 단순히 누군가에 의해 현혹되거나 선동당한 거로 생각하고 비웃으면 심도 있는 대안은 나올 수 없다. 간혹 젊은 사람들이나 진보 성향의 사람들도 내부 논리에만 갇혀 있는 경우를 보는데, 서로 비웃고 비난한다. 어르신들의 확고한 진정성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진지하게 살피지 않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할 텐데, 너무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 이슈와 관련한 인터뷰나 패널은 하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원칙을 깨고, 최근 KBS 〈시사기획 창〉에서 전광훈 목사를 다룰 때 인터뷰를 하셨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꼈던 것인가. 
지난해 여름을 지나면서부터였다. 광화문에 태극기를 들고 모인 기독교인들을 봤을 때, 이건 그냥 해프닝으로 지나갈 수 없겠다 싶었다. 이들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상징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을 받았던 것은, 교수들도 ‘전광훈 목사가 참 용감하다’는 말을 할 때였다. 심지어 교회에 안 다니는 사람들도 ‘전광훈 목사 참 훌륭하다’고 말하더라. 〈시사기획 창〉 인터뷰가 방송에 나가고, 교회 안 다니는 지인들로부터도 ‘그 훌륭한 분을 왜 안 좋게 보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이게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기독교 정당의 원내 진출도 가능하다.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다고 생각해보자. 그 정당의 입장, 주장, 행동들이 한국교회를 대표하게 될 거다. 복음과는 상당히 먼 모습일 것이다. 복음을 전한다는 게 뭔가? 십자가, 희생이다. 그런데 저들의 방법은 베드로의 칼이다. 칼과 폭력으로 예수의 복음이 전해질까? 저들이 칼을 휘두르는 것을 누가 막을 것인가? 참 어려운 문제다. 

   
▲ 〈시사기획 창: 교회 정치, 광장에 갇히다〉 영상 갈무리

이번 조사에서는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묻는 문항도 있었다. '심각하다'는 답이 90%에 가깝더라.(가짜뉴스가 ‘매우 심각하다’는 인식은 40-50대 연령층, 개신교인 그리고 이념적으로 진보성향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실, 손봉호 장로가 ‘좌파’로 낙인찍히는 상황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가짜뉴스를 굳게 믿고 열심으로 유통시키는 이들이 있는 탓이다.

저들은 소강석 목사도 ‘좌파’라 한다. 우리는 그게 가짜뉴스이고 선동이라 생각하지만, 어느 지역 사람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지 오래다. 다 순수하게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온 분들인데도 그렇다.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다지지 못한 분들이 정치 과잉일 때 그런 선동에 쉽게 설득되는 듯하다. 지난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여론에 한번 밀려났던 분들의 울분이 작용한 것 같다. 한국교회에서 보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인물이 가짜뉴스 때문에 어느 대형교회에서 잡혀 있던 강의가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  

대형교회 목사들이 한목소리로 그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면, 적어도 그 교회 교인들은 극우 광풍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텐데 다들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닌가 싶다.
예전에 기윤실에서 ‘한기총 해체 운동’을 한 적이 있다. 내 담당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그 운동을 통해 주요 교단들이 대거 탈퇴하는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이동원 목사가 목소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참여 안 할 것 같은 인물이 등장하니, 그때 딱 판이 뒤집히더라. 이번에도 누군가 그런 인물이 나오면 좋을 텐데, 어렵다고 본다. 다들 몸을 많이 사린다. 손흥민 선수가 70m 단독질주를 해서 골 넣은 영상을 봐라. 잘 보면 수비하려고 6명이 달려들었는데, 태클하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대형교회 목사들이 아무 말 못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담임목사가 한마디 하면 교인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날 게 뻔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반대의 효과도 있다. 전광훈을 지지하지만, 밝히지 못하는 목사들도 있을 거다. 물론 이제 전광훈 류가 대세가 되니까 커밍아웃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기는 하다.

   
▲ "노인은 노인대로, 청년들은 청년대로 불안하다. 노인들은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데 뚜렷한 노후계획을 세울 수 없고, 청년들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인 분노가 쫙 깔려 있는데, 누군가가 이 분노 에너지를 선동하면 그 방향으로 이끌릴 수밖에 없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지켜만 보기엔 심각한 상황인데, 교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심각하다. 유언비어가 정설이 되어서 돌아다니고 있다. 목사들이 자기 교회 시끄럽게 하지 않는 데에만 신경 쓰고 있는데, 한국 기독교 전체가 공멸하는 상황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심각성을 좀 알 필요가 있다. 가만히 있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한국교회가 이승만 대통령의 3·15 부정선거 때 전체적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고 보는데, 지금 그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거라 본다. 

자기들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보수 인사들을 돌아가면서 좌파로 낙인찍는 것 같은데, 조직적인 움직임인지 의심이 든다. 
글쎄,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돈을 누가 대는지는 알아봐야겠지만, 특정 구심점 없이 우후죽순 튀어나오는 것들이라 조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들 나름으로는 나라를 지키고 구하려는 진심에서 나오는 행동들일 거다. 그래서 더 어렵다. 방법이 없다.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통하는 것이 개개인이기 때문에, 바로잡기도 어렵다. 지금의 분위기가 더 심해질 것인데, 활로가 안 보인다  

원인은 복합적일 텐데, 특별히 주시하는 요인이 있는지?
근저에 분노가 있다. 주최 측 통계이지만, 조국 사건을 통해서 광화문에 300만 명, 서초동에 200만 명이 한 주에 모였다. 합치면 500만 명이다. 우리 국민 10명 중 1명이 모였다. 직접민주주의 수준이다. 이렇게 모일 수 있는 동력의 근저에는 분노가 있다. 분노가 쌓이면 어떻게든 표출이 되는데, 그게 타자를 향하면 폭력으로 드러나고 자기를 향하면 자살로 나타난다. 노인은 노인대로, 청년들은 청년대로 불안하다. 노인들은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데 뚜렷한 노후계획을 세울 수 없고, 청년들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인 분노가 쫙 깔려 있는데, 누군가가 이 분노 에너지를 선동하면 그 방향으로 이끌릴 수밖에 없다. 이런 분노는 세계 전반에 확산되어 있다. 사람들이 〈조커〉 〈기생충〉 등에 열광하는 이유도 심리 기저에 쌓인 울분 때문 아닐까. 울분이 쌓이면 분노가 되고 한(恨)이 된다. 한국교회는 이런 사회갈등을 통합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쪽 편이냐 저쪽 편이냐 패를 가르고 있다.  

교회가 균형을 잡고 통합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교회다운’ 모습을 회복해야 할 텐데….
여러 번 조사를 거치면서 눈에 띄는 게 있다. 우리 사회가 교회에 가장 바라는 것이 과거부터 쭉 ‘봉사’였는데, 2013년부터 순위가 바뀐다. 윤리/도덕 운동을 해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다. 이제는 사회복지나 봉사는 전문기관에 맡기고, 교회는 윤리/도덕 기준을 잡아달라는 거다. 산업화시대 때는 교회가 다양한 차원의 사회운동을 한발 앞서 이끌었지만, 이제는 일반 시민단체/기관이 더 전문적으로 잘한다. 이제는 사회에 대한 응답도 느려지고, 버겁게 쫓아가는 중이다. 사회의 발전이 더딜 때는 교회가 어떻게든 그 사회에 개입하는 게 중요했다. 반면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쟁점과 해석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포스트모던 시대다. 양극화, 이념 갈등이 고조된 시대에 사람들은 교회가 초월의 가치를 말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 2020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세미나에 주제 발제 논평을 맡은 조성돈 교수. ⓒ복음과상황 정민호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하는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은 개인적으로 체감하기도 하고, 여러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목협(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가장 최근 조사 결과(2017년)를 보면, 매년 10%대였던 가나안 성도가 갑자기 23.3%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가속도가 붙었다. 각 교단별 조사를 봐도 교인 수는 무섭게 줄고 있다. 고신 교단은 1년에 3만 명, 통합은 2년 사이 17만 명 줄었다. 다 합치면 교단 하나 없어지는 수인데, 어느 교단 총회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평신도가 희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른 길?
여러 길이 있겠지만, 교회론에 대한 원론적인 인식부터 새롭게 하면 좋겠다. 새로운 형태라 할 수 있는 ‘교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교회가 나와 안 맞는데 계속 다닐 필요 있을까. 한국교회 교인들이 참 착한 게, 교회를 욕하면서도 십일조는 꼬박꼬박 낸다. 난 ‘그 교회에서 장로 될 거 아니면 내지 말라’고 한다. 그 십일조를 좋은 일 하는 기독교 NGO나 복상에 내면 얼마나 좋은가. 연봉 2억 원 정도 되는 전문직 평신도가 한 곳 정해서 십일조를 하면, 실무자들이 큰 교회 가서 굽실거리지 않아도 된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니까, 친한 목사들은 그러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조용히 나만 실천하고 있다.(웃음) 해보니까 너무 좋다. 교회 안 나가는 사람들이 기독교 사회운동 단체에 꾸준히 사회적 헌금을 한다고 하면, 그것도 하나의 교회 모습 아닐까. 이런 힘으로 기독교 단체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충분히 이바지할 수 있고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겠나. 특히 지금처럼 전 국민이 특정 정파나 정치인들에 휩쓸려 다닐 때, 기독교 단체들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  

기독교 자살예방 센터 ‘라이프호프’의 대표를 맡고 있다. 벌써 8년째인데. 
사회 전체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곳이 없었다. 딱 한군데 ‘생명의 전화’가 있었는데, 거긴 규모가 큰 곳이었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하는 데가 없어서 시작하게 됐다. 지금 한 해 2만 5천 명 정도 자살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인증 프로그램이라서,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강의를 많이 한다. 돈 없이 성장을 많이 했다. 장관상도 두 번이나 받았다. 협력하는 목사님들이 월급도 안 받고 정직원처럼 일했고, 직원들도 헌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워낙 이 일을 하는 단체가 없어서 보건복지부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줬는데, 문재인 정부가 자살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니까 다른 힘 있는 단체들도 많이 들어왔다. 우리는 그 단체들에 자리를 빨리 내주고 빠지는 중이다. 유가족 관련 지원은 아무래도 우리가 제일 잘되니까, 지금은 그 일만 복지부와 함께하고 있다.

   
▲ 인터뷰는 조성돈 교수가 대표로 있는 라이프호프에서 진행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유가족이 신학적 해석을 요청하는 일이 많을 것 같다. 그분들을 위한 장례 예배 순서도 만들었던 걸로 안다.
일단 장례 안 치러주는 교회가 많아서 상처받은 유족이 많다. 나와 교단도 다른 예장통합에서 자살에 대한 목회 지침을 만들어 달라 요청해서 부록으로 장례 예식서도 만들었는데, 그게 통과가 됐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난 의미 있게 생각한다. 적어도 장례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된 거다. 유족들 상처가 정말 크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부터 시작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처를 교회에서 받는다. ‘하나님이 눈동자처럼 지키신다’는 말씀에도 상처를 받는다. ‘그런데 내 아들은 왜 안 지켜주셨지?’라고 생각하는 거다.   

보건복지부에서 유가족 단체 지원을 맡겼는데, 종교성이 방해가 되진 않는지?
진정성이 있을 때, 종교성은 오히려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우리가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고, 진심으로 다가가니까 알아주신다. 자살예방 관련한 정부 단체 행사에 가면 유족들이 찾아와 인사한다. 나를 ‘목사님’이라 부르는데, 그게 참 보람된다. 유족들은 사람들 앞에서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분들이다. 남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다. 자식 죽고 영화 한 편 못 본 분도 여럿 계셨는데, 그분들을 위해서 영화관을 대관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 높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데. 
단순히 높은 수준이 아니다. 다른 나라보다 월등하게 높다. 한 해에 약 1만 3천 명이 죽는다. 충격을 받았던 통계는 20대 사망자 중 47%가 자살이었다는 거다. 아주 심각하다. 최근에는 40-50대 남성의 자살 비율도 늘었다. 경쟁사회에서 오는 좌절, 경제 문제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통계를 보다 보면,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의 자살에 의외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실 2011년에 자살률이 피크를 찍은 뒤, 자살예방 관련 법안을 만들고 2017년까지 20% 이상 줄었었는데, 유명한 사람이 죽으면 또 자살률이 쭉 올라간다. 예방 정책도 효과가 있고, 베르테르 효과도 있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민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변수에 따라서 확확 달라진다. 바람에 나는 겨와 같다. 

얼마나 신뢰하나, 한국교회.
…. 나는 꽤 많이 신뢰한다. 내가 만난 성도들은 훌륭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 분들 생각하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라이프호프’를 꾸려갈 수 있었던 이유도 그런 성도들 덕분이었다. 한국 사회는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대학교도 중퇴이고, 교단 신학교를 나온 사람도 아니다. 운동의 기반이 거의 없는데, 그저 자살 예방이 중요하니까 뜻을 모아준다. 이건 정말 큰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상한 몇 사람이 광장에 나와서 심하게 물을 흐리는 상황이지만, 능히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믿는다. 이런 힘을 확인했기 때문에 기독교 시민단체들을 위한 펀드를 만들고 싶은 막연한 꿈도 꾸고 있다. 큰 교회 찾아다니면서 후원해달라고 요청하는 것, 참 힘들고 어렵다. 연줄 없고, 돈 없는 평신도 단체들이 더 생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펀드가 있으면 좋겠고, 나는 가능할 거라고 본다.

지금 교회에 가장 필요한 윤리적·도덕적 덕목은 무엇이라 보는지?
희생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서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진영이 다르더라도 서로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자기를 낮추고 서로를 세워주면서 구심점을 찾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희생이 필요하다. 나는 기윤실에 회개 운동 하자고 제안을 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것, 진보든 보수든 함께할 수 있는 것은 기도회이고 예배 아닌가? 물론, 더 종교적이고 평범한 방식의 예배를 드릴 필요가 있다. 가톨릭 예배가 감동을 주는 이유가 그런 것들인데, 개신교는 진보든 보수든 광장에서 기도회 하면서 감정이 격해져 소리를 많이 지른다. 상당히 어설프고 어색해 보인다. 오히려 사람들은 평소에 우리가 드리는 일상적인 예배를 보며 초월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기독교가 특정 정파의 정치에 지나치게 휘둘려서 일을 그르친 사례가 얼마나 많았나. 

 

 진행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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