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호 에디터가 고른 책]

   
▲ 필 비셔 글·저스틴 제라드 그림/ 정모세 옮김
IVP펴냄 / 10,000원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은 무심코 표지와 속지를 넘겨버린다. 그리고 활자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림책을 읽을 때는 읽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그림책은 앞표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해 대개 뒤표지에서 끝나며, 그림이 말하고 있는 바를 활자로는 굳이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의 이야기도 두 마리의 돼지가 ‘대비’되는 표지로부터 시작한다. 

깔끔한 돼지 ‘노먼’과 엉망진창 돼지 ‘시드니’는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다. 노먼은 모든 것이 우수해 주위 사람들에게 예쁨 받아왔고 자신감이 넘친다. 반면 시드니는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기 일쑤이며 그런 자신을 미워한다. 그렇게 다른 두 돼지는 어느 날 하나님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다음 주 화요일 편한 시간에 엘름가 77번지로 나를 만나러 와 주길 바란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두 돼지에게 하나님은 동일한 말을 건넨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러나 이는 둘 모두에게 예상 밖의 ‘사건’이다. 노먼은 자신이 이러한 장점들을 갖고 있고 어떤 일들을 해내 왔기 때문에 사랑 받는 일이 당연한 것이었고, 시드니는 모든 것이 부족하기에 사랑 받는 일을 꿈꾼 적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노먼은 ‘교만하다’ ‘이기적이다’라는 말도 함께 듣고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하나님은 조건 없는 사랑을 말한다. 혈연이라서, 외모가 뛰어나서, 공부를 잘해서, 돈이 많아서, 직업이 좋아서 등등의 이유가 없다. 더불어 어떠한 행위나 존재적 조건 때문에 우리를 차별하지도 않으신다. 오히려 너무도 부족한 사고뭉치 시드니에게 하나님은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기독교가 말하는 가장 큰 가치인 사랑이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건과 차별, 배제 없는 사랑은 인간으로서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씨름을 놓아버린다면, 그리스도인이라고 스스로를 정체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서로 사랑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덧붙여,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를 소개한다. 두 돼지는 저자 자신과 아내를 생각하며 만든 캐릭터로, 아내와 주위 사람들을 지적하던 스스로의 교만함을 깨닫고 나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노먼’과 ‘시드니’에게 자신과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부러운/부족한’ 사람을 대입해보면 어떨까?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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