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호 에디터가 고른 책]

▲ 김근주 해제 / 봄이다 프로젝트 펴냄

성경을 ‘거룩한 경전’이 아닌 ‘교양서’로 읽는다면 ‘참람한’ 일이 될까? 다양한 성경 번역판(translation version)이 나오고, 번역판 본문을 활용하여 다채롭게 펴낸 편집본(일러스트 성경, 바이블 스터디, 큰글씨 성경 등)도 꾸준히 출간되었다. 최근 나온 ‘BIBLE in Hand 교양인을 위한 성경’도 대한성서공회의 ‘새번역판’을 채택한 편집본 성경이다. 

구약 창세기(《세상의 모든 처음》)와 잠언·전도서·아가(《지혜와 삶과 사랑》) 두 권이 먼저 나왔는데, 단행본 형식의 시리즈물이라 읽기 편한 가독성과 가볍고 손에 잡히는 휴대성이 돋보인다. 성경 원문의 뜻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옮기되 쉽게 읽히는 새번역판 본문이라 신뢰가 가고, 독자의 이해를 돕는 구약학자 김근주 교수의 충실한 해제도 유익하다. 

“남편이 너를 다스릴 것이다”(16절). 이 대목은 남성의 지배를 선언하는 것인가요? / … 욕심을 따라 산 결과로, 이제 여자와 남자는 서로를 지배하고 다스리고 제 뜻대로 하려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누가 누구를 지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 죄악의 결과입니다. 양쪽의 갈등으로 남자가 여자를 지배하는 현실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죄악의 결과이므로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27쪽, 창세기 3장 ‘본문 해제’에서)

출퇴근 지하철 안이나 여행 길에서, 검정 ‘가죽성경’이나 반짝이는 ‘금박성경’을 꺼내 읽기란 실로 부담스럽다. 28년차 신앙인도 그럴진대 교회 바깥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라도 그런 형태의 성경을 펼쳐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산뜻한 단행본 디자인의 ‘교양인을 위한 성경’은 이런 상황에서 슬기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기획과 출판 과정에 오랜 수고가 느껴지는 이 새로운 성경‘책’은 교회 밖 지인이나 가족에게 선물하기에도 부담 없어 보인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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