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사교라 불리는 단체에서는 극단적 신념을 가진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따릅니다. 이들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존재해 왔죠. … 신념 체계 그 자체는 논외예요. 집단적 행동이 문제죠. 다양한 영향력과 통제 방법으로 구성원을 조종하고 착취하는 방식 말이에요.”

사이비 종교집단 전문연구자인 잔자 랄리히(Janja Lalich)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사회학 교수의 말입니다. 그에 따르면, 사이비 집단에는 3가지 주요 특징이 있습니다. 절대적 카리스마로 자신을 신적 존재로 따르기를 요구하는 권위주의 지도자, ‘사상 개혁’(thought reform)이라고 부르는 세뇌 프로그램, 신도에 대한 재정적·육체적(심지어 성적) 착취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사이비에 넘어가는 걸까요? 사회과학자들은 이를 ‘사이비 종교집단에 세뇌당하는 7단계’로 설명합니다. 고통의 시기를 노려〔crossroads〕, 부드러운 설득으로 끌어들인 뒤〔soft sell〕,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여 보여주고〔new reality〕, 지도자의 유일무이성을 강조하여 의존하게 하며〔dear leader〕, 외부 세계를 적으로 설정하여 스스로 가두게 하고〔enemy〕, 동기간 압력을 사용하여 이탈을 막으며〔peer pressure〕, 결국 반사회적 자아도취자의 변덕에 순응하게 만든다는〔sociopathic narcissist〕 것이지요. (넷플릭스 다큐 <믿음의 함정> 참조)

위대한 기독교 지도자 중에도 사이비 종교에 빠졌던 이가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마니교에 심취해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교주 마니가 자신을 ‘하나님의 성령·보혜사’라고 가르치며 믿고 따르게 한 마니교는 조로아스터교와 기독교, 불교 등의 혼합 종교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 과정에 당시 밀라노 감독 암브로시우스가 큰 영향을 끼친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당초 세간의 평판을 확인하고자 암브로시우스의 설교를 들으러 갑니다. 과연 설교가 유창한지, 언변이 뛰어난지 비평해보려 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의 마음을 움직인 건 암브로시우스의 진심 어린 환대와 친절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사회 이면에 숨어 세력을 키워온 사이비 종교집단의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낸 건 역설적입니다. 한 지인은 ‘친구가 신천지나 교회나 같은 거 아니냐 묻는데 말문이 막혔다’더군요. 중요한 건, 오랫동안 사이비에 빠져 있었거나 착취당해온 이들이 다시 가족 곁으로, 건강한 신앙 공동체로 복귀하도록 돕는 일일 겁니다. 이야말로 코로나19 사태가 한국교회에 일깨우는 바 아닐는지요.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바이러스가 시시각각 인류를 위협하듯, 사회 곳곳에서 사이비 이단이 두루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여 다시금, 비상한 시절에 비상한 영적·사회적 각성을 간구하는 마음입니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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