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호 에디터가 고른 책]

   
▲ 조정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 15,000원

“돌아가신 경비원의 심정만은 제가 알 수 있습니다. 그분도 살기 위해 노동을 한 것이지 그렇게 죽으려고 노동을 한 것이 아닙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의 경비원이 입주자의 폭행·폭언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이 알려지자 이 책을 쓴 ‘임계장’은 자신을 취재한 주간지에 메일을 건넸다. 위 인용문은 그 일부다.

‘임계장’은 저자의 이름이 아닌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준말로, 실제로 일터의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말이다. 이는 ‘고.다.자’(고르기도 다루기도 자르기도 쉬운) 인력과도 의미가 같다. 공기업 정규직이었던 그는 퇴직 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구한다. 각종 일거리가 넘쳐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눈칫밥 때문에 사무직은 붙는다고 해도 계속하기 어렵고, 신체 조건도 “뼈와 근육이 튼튼한 자”가 아니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고분고분”한 노인들을 받는 ‘틈새시장.’ 자녀들이 비정규직이 되는 것을 막고자 더 일하는 노인들 가운데 그는 그나마 젊은 축이기에 금세 일자리를 얻는다.

그리하여 단기간에 영세 버스 회사의 배차 계장, 아파트와 빌딩을 오가는 경비원, 대기업 하청업체의 터미널 보안요원을 거친다. 고용주의 인원감축으로 몇 명의 몫을 해내고, 모호한 규정 탓에 과중한 ‘잡무’를 하고, 죽은 경비원처럼 입주자로부터 폭행·폭언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다 VIP의 바뀐 차량을 몰라봐서, 일을 하다가 몸이 다쳐서 계속 일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산재처리는 ‘당연히’ 받을 수도 없다), 잘린다.

이 책이 더 아픈 이유는 저자가 매사에 매우 ‘성실’했다는 점이다. 회사를 걱정하고 버스 노선과 요금표는 물론 근처 공연장의 스케줄과 내용, 외국인들을 위한 간단한 외국어까지 외울 정도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일상적 모욕과 상해, 그리고 해고 통보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갑질’ 정도가 아닌 ‘시스템의 취약성’에서 비롯한다. 경비원의 잡무를 금하는 경비업법이 마련되었으나 아파트 관련 이익집단의 입김에 주춤하는 지금, 그의 호소를 옮겨 적는다.

“이 책에서 내가 전한 체험의 기록은 이번 논의에도 참여할 길 없는 수많은 경비원들의 절박한 외침이다. 이 작은 목소리에 잠시라도 귀 기울여 주기를 소망한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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