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호 에디터가 고른 책]

   
▲ 박용희 지음
꿈꾸는인생 펴냄 / 12,000원

서점을 홍보하는 책은 아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비법을 전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를 모아 엮은 기록이다. ‘역곡동 용서점’이 시작할 즈음부터 3년 동안 서점이 일구어 온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소소한 서점의 일상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의외의 일들로 가득하다. 동네에 작은 서점이 생겼을 때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부터 서점 주인을 당황하게 했던 순간들까지 좌충우돌 ‘책방살이’를 그린다.

서점 이야기라고 하면 책 판매나 독서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등장할 것 같지만, 결국 손님들, 사람들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밤이 되어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긴 하루의 끝에서야 잠깐의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 근처에 책방이 있어도 매일의 책임과 역할이 많아 책방을 찾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런 이들에게 이곳이, 늦은 저녁 혹은 밤, 아주 잠시라도 쉬어 갈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90쪽)

또,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일을 겪는지 엿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동네책방이라 하면 떠오르는 막연한 낭만이나 빡빡한 영업 사이에서 이쪽저쪽 부딪혀가며 서점의 모양을 가꿔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책들이 너무 어렵네. 나 같은 사람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책도 좀 있으면 좋을텐데요.’ 아차 싶었다. 아무리 책의 양이 많지 않다고 해도 책 좋아하는 이가 몇번이나 둘러보고도 보고 싶은 책이 없다는 건 문제가 아닌가. … 이후 나는 ‘서점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서가의 책들은 누구 보기에 좋아야 하는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기 시작했다.”(75쪽)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에피소드마다 ‘아!’ 하는 탄성을 자아내는 지점이 있는데, 이게 저자의 글쓰기 기술인 것 같다.

“기존에 서가에 꽂혀 있던 책도 독자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만, 그중에 고르고 골라 결국 남겨진 책들엔 주인에 대한 훨씬 많은 힌트가 담기곤 했다. … 여기서 한 가지 수줍은 고백을 하자면, 내 방에는 책들이 넘쳐난다. 이런 게 바로 ‘내로남불’인가 싶다.”(36쪽)

동네책방의 비하인드를 엿보고 싶거나 손님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낯선 풍경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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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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