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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 5분 27초〉라는 시가 있습니다. 제목만 있고 내용은 없는 시입니다. 1980년 광주, 학살이 끝났던 그 시간, 5월 27일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시를 접한 충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말할 수 없음’ ‘어찌할 수 없음’, 비극 앞에서 마주한 언어의 무용성을 충격적으로 전달해주고 있죠. 참담한 사건과 시간 앞, 유려한 시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말을 잃은 채 묵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숱한 사건이 떠오릅니다.20대 때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서 가장 긴 시’
동교동 삼거리에서
강동석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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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부터 최신호까지 다시 훑어보면서 다달이 옥고를 주신 수많은 필자들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들의 애정에 무어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필자 여러분, 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복상을) 자라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오직 이것이 현재의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고백이다.”“(이미 오래 전에 폐간되었어야 할 잡지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그 불가사의는 기실 숱한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들’이 힘을 보탰기에 가능했을 터입니다.”위에서부터 각각 100호(서재석), 200호(박찬주), 300호(옥명호) 권두에 쓰인 글입니다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400호 (202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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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호를 한 호 앞두고서야 서둘러 역사를 돌아봐야지 마음먹습니다. 무심한 것이 아니라, 한 달 한 권을 내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고 핑계를 대봅니다. 33년째 그래왔던 것처럼 말입니다.괜히 먼지 쌓인 과월호를 꺼냅니다. 처음 시작부터, 100호, 200호, 300호… 여기저기서 들은 복상의 비화를 떠올리면, 기록된 역사보다 그렇지 않은 역사가 더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 행간에는 차마 담지 못한 아픔과 상처도 있습니다.이런 때가 되면 꼭 창간호로 손이 갑니다. 창간사의 비장함은 평균 나이 33.8세의 지금 실무진에게는 버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99호 (202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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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성공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우연히 식사를 함께했는데, 맛집 요리를 먹으면서도 맛을 알 수 없었습니다. 밥 먹는 내내 자기가 어떻게 성공을 했는지, 왜 돈이 많은지, 하나님을 위해 어떻게 쓰고 있는지 성공담을 늘어놓았거든요.(밥 좀 먹읍시다!) 그는 세밑을 맞아, 어느 후원처를 끊고 어느 곳을 새롭게 후원할지 거룩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복상을 봐주세요!) 결과적으로 제게는 물심양면 영양가 없는 시간이었습니다.저는 성공한 이야기보다 실패한 이야기에 더 끌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사람들도 저와 크게 다르지
동교동 삼거리에서
복음과상황
398호 (202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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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렇게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나 파랗습니다.”엔도 슈사쿠 문학관이 있는 소토메의 ‘침묵의 비’에 적힌 이 문구는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는 표현입니다. 굳이 비문 앞에 서지 않더라도, 문장만으로 하나님의 침묵과 인간의 슬픔을 묵상하게 됩니다.이번 커버스토리는 엔도 슈사쿠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성찰에 기대어 우리의 신앙을 낯선 방식으로 갈무리해 보았습니다. 그는 소설 《침묵》의 작가로 유명하지만, 삶과 신앙의 비극과 희극, 희로애락의 굴곡을 들춘 수많은 작품을 썼습니다. 특별히 이번에는 3명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97호 (202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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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방송인 조나단은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암살 개그’를 하며 놀았다고 합니다. 암살 개그란, 예를 들어 친구가 “이거 조나단 흑역사인데?” 하면, 조나단이 정색하면서 “흑?”이라고 되물으며 곤란에 빠뜨리는 유머입니다. 다크서클, 짜장면 등 피부색 연관 단어가 나오면, 여지없이 암살 개그의 대상이 됩니다. 조나단은 오히려 친구들이 자기를 대할 때 ‘흑인’이라는 단어조차 피할 정도로 경직되어 있어서, 긴장을 풀고 거리감을 좁히고자 암살 개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조나단이 “옐로카드”라는 단어를 쓰자, 친구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96호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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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무언가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과 용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심지어는 중요하게 여겼던 기억조차 왜곡되곤 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지요. 특히나 요즘처럼 이슈나 담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때는 우리의 뇌가 휘발성 기억장치가 되어가는 것만 같습니다.책임지는 이 없이 미해결 상태로 쌓여온 이슈들이 한 가득입니다. 1년 전 10월 29일은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던 날이었습니다. 지난여름의 지하차도 침수 사고, 잼버리 사태, 교권침해 논란과 무차별 이상동기 범죄, 일본의 오염수 방류 등… 쏟아지는 사건과 사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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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진
395호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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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안식월을 보내고 돌아와 보니, 9월호 소재가 ‘개인주의’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기획 단계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 입장으로 주제를 맞닥뜨린 것인데요. ‘개인주의’라는 단어를 속으로는 ‘이기주의’로 읽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고 지향한다는 사전적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그 진정한 의미를 일상에서 체득하지 못한 탓입니다. 삶의 촘촘한 맥락과 다양한 감정선 속에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별하는 것이 아직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심오한 단어 하나를 더해 이번 호의 주제가 무려 ‘개인주의 영성’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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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진
394호 (2023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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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6·25 전쟁 정전(7.27.) 70주년이라고 합니다. 부끄럽게도, 올해 초 누군가 일깨워주기 전까지는 이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정전 체제와 6·25 전쟁에 대해 다양한 서적을 통해 공부했고, 전쟁과 통일 문제를 고민하게 하는 장소들도 제법 방문해왔다고 자부했었는데 말이죠.‘한반도 평화’ 문제에 한창 관심을 기울였다가 고민 없는 일상의 나날로 돌아왔던 2020년(6·25 전쟁 70주년)의 제 모습이 떠올라서 한층 더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북한과 대치하는 이 체제 속의 삶에 무감해졌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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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석
393호 (2023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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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호(제375호)에 커버스토리로 다뤘던 ‘돈을 모아보자’의 반응은 참 뜨거웠습니다. 이런저런 의견들도 평소보다 10배가량 많았고, 서점 판매량도 많았습니다. 2주 만에 동이 났고요. 당시 독자들의 의견은 여럿이었지만, 공통된 지향은 신앙 공동체에서 돈에 대한 서사들이 더 풍성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다시 1년 반 만에 돈을 주제로 커버스토리를 꾸립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필자들이 모두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복상 독자라는 공통점도 있었습니다. 이왕이면 세 편의 글을 한 호흡으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92호 (2023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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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신학은 내게 ‘대유잼’이다.”이번 호 김자은 필자의 글을 읽다가 멈칫했습니다. ‘대유잼’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기 때문인데요. 몇몇 온라인 사전에도 등록된 신조어였습니다. 아무도 설명을 덧붙이지 않은 걸 봐서는, 에디터들 중 저만 모르는 단어가 분명했습니다. 본문에 각주를 달면, 글의 분위기를 해칠까 봐 그냥 두었는데요. 저처럼 대유잼의 뜻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 지면을 통해 짧게 설명을 드립니다. 대유잼, 발음은 [대ː유잼], 형태는 [大+有+재미]입니다. 즉 ‘노잼’(No+재미)에 대비되는 ‘아주 재미있음’이라는 뜻이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91호 (202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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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표지 그림 어떻게 보셨나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미드저니’가 ‘복음과 상황’을 키워드 삼아 만들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이렇게 창의적인(?) 생성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전혀 몰랐습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으로 화가, 사진작가 등을 꼽았습니다. 예상이 크게 빗나갔네요. 현재 인공지능은 논문뿐 아니라 문학 작품까지도 그럴듯하게 써냅니다.이제 막 인터넷에 홈페이지들이 생겨날 때 복상은 “사이버스페이스도 다스리라”(1996년 3월호)라는 특집을 다뤘고, 스마트폰이 팔리기 시작했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90호 (202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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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회를 다닙니다. 거의 5년 만에요. 복상에서 일하면서 교회를 안 다녔다니? 놀라셨을 수 있지만, 쉼이 간절했습니다. 코로나가 그 기간을 연장했고요. 교회만 가면 괴로워서, 꾸준히 다닐 곳을 찾기 어려워서, 열심히 공동체 운동을 했던 캠퍼스 선교단체 졸업 후 탈진해서…. 시기마다 이유는 달랐습니다.그 5년 안에는 공동체에 소속되기 버거워 주일예배 출석만 한 날도 있고, 한 개인으로서 거리 예배만 드린 날도 있습니다. 다양한 집회 현장에 참여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여긴 날도 있고, 서로를 돌보는 주거 공동체를 경험하며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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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389호 (2023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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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저마다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30여 년 전, 아들을 잃고 구순을 훌쩍 넘긴 어느 노모는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하고는 “젊은 애들인데 불쌍해서 어떻게 해. 나 같은 늙은이나 데려가지, 한창 젊은 애들이 뭔 죄가 있다고…”라고 했다지요.(박래군 활동가 ‘페이스북’)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죄스럽다 느껴지는 그 긴 세월을 가늠하는 일조차 겁이 납니다.문제는 죄를 느끼는 깊이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데서 발생합니다. 처한 위치와 환경 때문이기도 하겠고, 본성의 영향도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88호 (2023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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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스는 줄은 모른다.’손톱 밑에 가시가 박히는 작은 고통은 예민하게 알아차리지만, 심장에 파리가 알을 까는 것은 모른다는 뜻의 속담입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일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큰 피해가 시작되는 상황은 깨닫지 못할 때 쓰이는 말이지요. 인간 운명을 총평하는 말 같아 마음 한쪽이 써늘해집니다. 본디 인간 문명은 손톱 밑 가시를 빼내기 위해 심장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축조되었는지도 모릅니다.그러니 ‘위험의 외주화’라 불리는, 기업들이 위험한 업무를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87호 (202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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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나님은 고난을 허락하시는가’ ‘선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왜?’ ‘응답되지 않는 기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최근 마음 한쪽에 내려앉은 말이자, 한 번쯤 진지하게 다뤄보고 싶었던 물음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아주 명확한 해답을 찾게 되리라고 기대하는 일은 욕심이겠지요. 답 없는 문제를 끊임없이 묻고 따지며 읽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앞선 물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생겨납니다. 신형철이 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는 ‘사고’와의 비교를 통해 ‘사건’을 설명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사고에서는 사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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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386호 (2023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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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 나는 전투에서 우리는 희생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이 정당한 것이기에, 우리는 기쁘게 희생할 것입니다.”콘스탄드 빌욘 장군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권 운동이 가장 격렬했을 때 남아프리카방위군의 사령관이었습니다. 극우 집회의 단상에 선 그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으며, 넬슨 만델라의 대통령 취임을 막겠다는 사명을 선포합니다. 피와 공포의 시대, 그에겐 훈련받은 10만 명의 군대가 있었기에 “전투”와 “희생”, 그리고 “피비린내” 등은 결코 비유가 아니었습니다.당시 집권당의 지도자였던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85호 (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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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수발신 장애를 경험하면서 카톡을 통해 주고받았던 대화, 사진, 영상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한한 사이버공간’이 아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의 한 건물에 그 많은 자료들이 보관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지요. 사건과 추억들, 그 무한한 감정의 맥락들이 물건처럼 보관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IT 전문가 나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나오는 표현처럼 ‘기억을 아웃소싱’하는 시대를 살아왔구나 실감합니다. 그는 “기억을 아웃소싱하면 자아의 깊이는 물론 문
동교동 삼거리에서
이범진
384호 (202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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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중인 9월 14일, 20대 여성 역무원이 신당역 화장실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피의자는 3년간 그를 괴롭혀온 스토킹 범죄 가해자입니다. 여자 친구들끼리 하는 이야기, 제가 겪었던 일들이 겹쳐졌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사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커버스토리 주제는 매달 달라지지만,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매번 만나는 기분입니다. 이번에는 우리 주변 동물들로 시선을 넓혔습니다. 동물을 둘러싼 사람들 반응은 다양합니다. ‘귀엽다’ ‘무섭다’ ‘신기하다’ ‘혐오스럽다’…. 그런
동교동 삼거리에서
김다혜
383호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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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둘째 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9월호 마감을 시작하는 가운데, 내리꽂듯 쏟아져 들이닥친 빗줄기는 매서웠습니다. 비가 무섭다는 생각을 정말 오랜만에 했습니다. 생에 몇 차례 겪은 물난리를 떠올리며,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공간을 마주했을 이들에게, 참변을 당한 이들과 유가족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임하길 간절히 바랐습니다.가슴 시리게도, 중부지방과 달리 남부지역은 가뭄과 폭염에 말라가는 상황이었죠. 올해는 가뭄이 세계적 현상이라는 소식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이런 날들이 지속·심화되는 기후재난 시대에 ‘배움’을 이야기
동교동 삼거리에서
강동석
382호 (2022년 0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