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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갑자기 장례가 잡혀서요. 인터뷰를 미룰 수 있을까요?”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복음과상황 남양주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춘수 목사였다. 이 목사는 올해로 5년 차인 장례지도사다. 이날 늦은 오후에 만난 그는 흐트러짐 없는 머리에 로만 칼라를 하고 검정 양복을 입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그의 휴대전화가 자주 울렸다.24시간 운영되는 동네 주민들의 ‘서재’남양주시 별내동, 큰길에서 한 블록 들어오면 마주하는 주택가에 오롯이서재가 있다. 통유리창 너머로 책과 식물들이 보였고, 층고가 높은 내부 따뜻한 조명 아래 우드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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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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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상황 김포 독자모임엔 특별한 구석이 있다. 구성원의 절반인 세 명이 동네책방을 운영한다는 것. 김포 독자모임을 이끄는 ‘화창한서점’ 김나영 지기는 가톨릭 신자다. 그가 ‘좌파 목사’라는 별명을 붙여준 김영준 목사는 ‘민들레와달팽이’ 지기. 20대 여성인 가혜민 ‘코뿔소책방’(꿈틀책방 2호점) 매니저는 9개월 차 서점 지기다. 이들은 김포의 서점 여섯 곳이 모인 우리동네책문화협동조합(이하 ‘우동책’)에 소속돼있다. 복상 독자모임과 동네책방 협동조합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토론 좋아하는 지기를 만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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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398호 (202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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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은 콜센터였어요. 통일성 없이 이 직장 저 직장 다녔고,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도 이것저것 했죠.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2년 가까이 수입이 전혀 없었고요.” 서점을 열기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묻자, 눈앞의 30대 청년은 그렇게 답했다.10월 6일, 화성시 영천동 LH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자리한 갈피책방을 찾았다. 문을 열자마자 높은 천장과 오렌지빛 조명, 목재로 통일된 가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널찍한 책상에 마주 앉은 강은혜 서점 지기는 엷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 시간 동안 매일 죄책감 느끼면서 살았어요.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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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396호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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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희끗한 여성들이 돋보기를 낀 채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천병희 옮김)를 읽고 있었다. 서울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1시간 달려 도착한 이곳은 수원 ‘표현치유연구소 우리서로책방’(이하 ‘우리서로책방’). 조정연 대표가 이삼십 년 된 두 벗과 함께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 모임이 열리는 날이었다.조 대표의 두 친구는 모두 비기독교인이지만 성경을 완독했다. 한 사람은 선물로 받은 성경책이 너무 비싸 아까워서 읽었고, 다른 사람은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여러 질문을 던지며 기독교인 여동생과 함께 읽었다. 두 사람은 성경도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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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392호 (2023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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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박관용 목사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살펴보시고 이야깃거리가 없으면 다른 데 가셔도 저희는 정말 괜찮아요.” 김요한 목사가 그를 말렸다. “기자님 곤란하게 하지 마. 이런 책방도 경험해보셔야 다른 책방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지.”3월 30일,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에 위치한 ‘책방난달’을 찾았다. 버스에서 내리자 시장의 활기가 느껴졌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적한 주택가가 펼쳐지고, 작은 수선집 옆에 서점이 있다. 박 목사가 낮때를, 육아를 하는 김 목사가 저녁때를 지키며 이곳을 함께 운영한다.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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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390호 (202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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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을 여행하게 되었다.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적잖은 이들이 지역 서점이나 도서관 등 책이 있는 공간에서 일한다는 걸 발견했다. 잡지 만드는 일을 하고 있기에, 이들의 삶과 노동을 조명해보고 싶었다. 서울을 포함해 지역 곳곳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첫 번째 방문지로 경기도 연천의 ‘오늘과내일’을 선택했다. 서점, 빵과 커피를 파는 카페, 게스트룸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 최전방에 위치한 연천은 군사적 요충지 성격이 강해 오랫동안 개발 제한지역으로 묶여왔으며, 인구소멸 위험지역이기도 하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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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389호 (2023년 0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