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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장 무력함을 느끼는 일이 뭘까.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감각해본 적 없는 감각, 눈앞에 성큼 다가온 죽음 앞에 놓이면 비로소 도망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진실로 느낄 것이다. 무력감, 그 감각이 일상화되는 시공간이 곧 전쟁일 거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인적 드문 길 위를 달리던 9인승 밴이 멈추고 문이 열린다. 몸으로 운반할 짐만 챙긴 사람들이 빈 좌석을 채우기 시작한다. 밴은 두세 번 다른 목적지를 경유하며 승객을 다 태웠는데,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종종 멈춰선다. 파손된 도로, 끊어진 다리 때문이다. 지뢰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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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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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어디에 있을 때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무더운 여름이었다는 것은 또렷하다. 그야말로 삼복더위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할아버지는 충청남도 조치원(현 세종시), 살던 집에서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산골 깊은 곳에 자리한 마을이라고 하여 ‘안골’로 불리는 동네에서 사셨던 할아버지를 뵈려면 서울역에서 무궁화 열차를 타고 조치원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탄 뒤 종점에서 내려 또 한 번 버스를 갈아타고 내려서 걸어 올라가거나, 마중 나오시는 큰아버지 트럭을 타고 가거나, 그렇지 않으면 택시를 불러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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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400호 (202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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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의 뒤척임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뇌가 깨서 일어났다. 어제 단 복숭아색 커튼이 눈앞에 있고, 대각선 왼쪽에 자리한 원목 책상엔 아직 정리 못 한 물건들이 그대로다. 원래는 책상만이 유일한 내 공간이었다. 그 옆에 새로 들어온 장롱은 흰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느낌을 연출한 빈티지풍, 동그란 돌출형 체리색 문고리가 주는 귀엽고 따뜻한 분위기에 마음을 뺏겨 선택한 물건이다. 비로소 이 공간이 진짜인 게 실감 난다. 수사자 얼굴이 회전하는 쓰레기통, 강아지 모양 전화기도 이곳에 있다. 예닐곱 살 때부터 본능처럼 갈망해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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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399호 (202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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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형 인간은 아니지만, 계획을 세울 때면 기분이 좋다. 빳빳하고 부드러운 종이에 잘 굴러가는 펜으로 성장·희망·완성 같이 기분 좋은 말들을 떠올리면서 한 해의 계획을 쓸 때 벌써 꿈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이다. 2024년도 어김없이 새로운 다이어리를 활짝 펼쳐 ‘올해 계획’을 적어볼 참이다. 유난히 올해 더 기운찬 이유는 2023년 덕분인지도 모른다. 지난해 세운 계획 ―체력을 기르자, 영국에 가자, 출판을 하자― 을 모두 이루었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오래도록 두고두고 꺼내 볼 소중한 성취는 영국 방문이었다.10년 전, 나는 서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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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398호 (202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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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피아노가 사라진 건 16년 전이다. 4인 가족의 이사 앞에서 결국 팔려나갔다. 당근마켓도 없던 시대, 중고 거래가로 봐도 덩치를 생각해도 존재론적 지위가 아슬아슬하던 용품. 기억에도 생생한 엄마 말로 피아노는 성인 남자 여덟 명이 붙어도 낑낑댈 정도로 무거운, 자리도 많이 차지하는 물건이었다. 황동색 굵은 돋움체 영어 로고가 교본 받침대 아래 박힌 갈색의 업라이트 피아노. 서로 다른 시기 피아노를 배운 8년 터울의 언니와 내가 연습하고 연주도 한 이 건반 악기는 25년 넘게 눌리고 눌리면서 한 번도 조율된 적이 없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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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397호 (202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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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꿈이라니. 내 꿈은 오주아파트였다. 오주아파트가 ‘되고 싶다’는 말은 아니고, ‘갖고 싶다’라는 것이 아직 분명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오주아파트의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우리 동네에서 꽤 높은 건물이었던 오주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경비 아저씨의 삼엄한 수비를 뚫고 잠입에 성공한 날이면 하릴없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무섭기도 했지만, 신기했다. 그렇다고 자주 타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엘리베이터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 아파트 주민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고, 볼 일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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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396호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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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는 조용하고, 인적은 드물다. 동네 초입에 있는 슬레이트 판 지붕 아래 어느 가게 출입문 유리엔 빛바랜 우편물 도착 안내 스티커가 여러 장 붙고, 우편물 뭉치가 문고리에 수북이 쌓였다. 철물점? 아니면 조명 가게였나. 나무 창틀, 쇼윈도 너머의 레트로풍 유리 갓 조명이 눈에 띈다. 전구 상자, 전선, 소켓 같은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인 선반은 먼지가 뽀얗다. 알루미늄 새시로 된 문이 굳게 닫힌 바로 옆 공간은 블라인드로 반쯤 가렸다. ‘세탁기 칼라TV 수리 매매.’ 여전히 견고해 보이는 옛 간판을 보니 꽤 오래전 시작한 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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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395호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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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가능하다면, 카페를 열고 싶다. 가끔 일상에 지침과 피곤이 몰려올 때 이 상상만으로도 단숨에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열고 싶은 카페는 두 종류인데, 하나는 아침 6시부터 10시까지만 여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365일 동네를 지키는 당산나무 같은 카페다.아침 카페는 공간이 좁아도 상관없다. 커피머신 한 대 놓고, 아침 식사가 될 만한 간단한 샌드위치나 크루아상과 함께 커피 및 음료를 판매하고 싶다. 오고 가는 고객들과 아침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오늘 하루의 행운을 빌어주는 곳. 회의 때문에 긴장도가 높아지거나, 신나는 주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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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394호 (2023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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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여행 자금을 모으려 창고형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델리 부서에 배치받은 나는 매일 출근 토큰을 찍고 방한복을 챙겨 입고 장화를 신은 채 냉장고에서 대량 조리와 패킹 등을 하곤 했다. 근무한 지 3주 정도 지났을 때였나. 그날도 냉장고에서 땀에 축축해진 채로 오전 작업을 마치고 40대 언니와 식판 밥을 비웠다. 잠시 다리를 뻗고 쉬는 중에 그녀가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좋겠다, 넌. 끝이 있어서.”그녀 앞에 앉은 알바, 번들거리는 얼굴이어도 여전히 탱탱한 젊은이는 2주 후면 나타나지 않을 것이었다. 돈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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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393호 (2023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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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시작했다. 15년 전에 배운 적이 있으니 ‘다시’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휴가철 물놀이를 가끔 즐기긴 했지만, 그동안 영법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탓에 긴장됐다. 몸을 씻고 수영복을 착용한 뒤 수영장으로. 그 냄새다. ‘락스냄새’로 불리는 염소 함유 수영장 물 냄새가 가장 먼저 마중 나왔다. 수업 시간보다 15분 일찍 준비를 마친 나는 수영장에 혼자 덩그러니 서있었다. 스트레칭하며 몸을 풀었지만, 어색함은 풀리지 않았다.수영을 시작하게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돈 내고 누리는 스포츠에 대한 저항감이 있었기 때문에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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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392호 (2023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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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왔다. 4월에서 5월. 이 시기 동네 공공도서관의 정원은 스스로 소생하고 자란다. 죽었나 싶던 마른 가지에 어느 날 새순 하나둘 돋으면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이 풍성해진다. 작은 잎은 커지기도 많아지기도 하다가 이내 뭔가 피우고 더러는 떨어뜨리다가 전보다 쌩쌩해진다. 그 속도가 개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보니 도서관이라는 유니버스는 오늘과 어제가, 어제와 그제가 또 다르다. 그렇게 식물들이 따로, 또 같이 이루는 장관을 목격하기 특히 좋은 때이면 나는 더 자주 도서관으로 걸어간다. 내 삶은 높은 확률로 늘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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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391호 (202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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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은 왜 항상 뭐가 많을까. 김치 가지러, 핸드폰에 애플리케이션 설치해드리러 등 엄마네 집에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갈 때마다 짐이 많고 복잡하다고 잔소리를 늘어놓게 된다. 내 집도 아니면서.20평대 방 3개 기본 구조 아파트에 엄마 아빠 두 분이 살고 있지만, 살림은 다섯 식구가 살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우선 부엌. 주방의 핵심은 냉장고다. 냉장고를 중심으로 동선이 짜인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함께한 냉장고를 은퇴시키고 4도어 대용량 냉장고를 장만하셨다. 언니들과 필요한 일 있을 때 사용하려고 가족보험 목적의 회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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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390호 (202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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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자기도 독한 사람이구나~”냉온욕을 권한 미순 씨가 말했다. 벌게진 몸으로 냉탕에서 나오다가 독하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미 나는 아홉 번째 냉욕 중이고 온탕에 한 번만 더 들어가고 다시 냉욕으로 마무리할 거라고 미순 씨에게 대꾸한 참이었다. 안 그래도 늘 독하게 할 뭔가를 찾는 나에게 독한 사람이라니. 분명 칭찬이다. 덕분에 가뿐하게 마지막 온욕을 하러 가는데, 미순 씨는 목까지 푹 담그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이 목욕탕에 독한 사람이 꽤 있나 보다.미순 씨는 오늘 목욕탕에서 처음 만났다. 적어도 나보다 30년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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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389호 (2023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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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문화도서관에 갔다. 예배를 마치고 천천히 걸어 만리동 시장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신 뒤 찾아간 이 도서관은 마라톤선수 손기정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 안에 있는 중구구립도서관이다.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 외관과 쾌적한 실내 공간이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무엇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의 공통점이랄까. 옅은 회색에 연두색과 주황색으로 포인트를 준 효율성 높은 가구 대신, 곡선형 원목 책장에 높은 층높이, 캠핑 의자와 라운지 소파, 그리고 조명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공간을 보고 마음속으로 ‘와!’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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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388호 (2023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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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서울)에 대한 추억이 있다. 작년 봄부터 집에서 꽤 먼 회사에 다니던 때의 일이다. 3년 만의 정기 출퇴근인 데다가 가장 효율적인 이동 수단이 1호선뿐이라 새 출근 전날부터 바짝 긴장했다. 1호선 이용 경험이 많은 친구가 내 소식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탓도 있다. 고장이 잦고 열차가 안내 시간을 맞추지 않기 일쑤라면서 그는 ‘1호선의 위험’을 예고했다. 안 그래도 출근지까지 가는 열차는 한 번 놓치면 기본 10-20분은 기다려야 해서 출근 초기 10분 더 일찍 집을 나서곤 했다.매일 이용해본 1호선의 위험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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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387호 (202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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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을 보내고 계묘년을 맞이하는 요즘,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토요일 저녁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생활에 몰두하다가 (직업 특성상 주 6일 일한다.) 저녁에야 비로소 안식이 시작된다. 해가 빨리 지고 늦게 뜨는 계절 탓에 잠도, 이불 속 꾸물거림도 늘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휴일이 더 꿀맛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토요일 저녁을 기다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영화. 티브이 없이 지낸 지 5년이 넘었다. 종일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일하는데, 일을 마치고 휴식하는 시간까지 영상과 화면에 붙들리고 싶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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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386호 (2023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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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회에 대한 기억이 있다. 이제는 반상회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없는 사람도 많겠지만 1990년대 중후반까지 살았던 아파트에서는 동마다 반상회가 주기적으로 열렸었다. 불암산 아래 위치했던 12층짜리 중앙하이츠 아파트. 그 시절 초등학생이던 나는 지금 내 나이보다 몇 살 더 많은 엄마 손을 잡고 반상회에 참석(?)하곤 했다.반상회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야쿠르트지만, 아마도 함께 마시던 기억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처럼 엄마 따라와서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요즘은 설탕 덩어리라고 하여 천덕꾸러기가 됐지만, 당시에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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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385호 (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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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짧아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절기의 신비로움을 몸소 경험한다. 약 1천 3백 세대가 사는 우리 동네의 아침 풍경은 시간대별로 달라진다. 아직 희붐한 아침은 일터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바쁜 발소리로 시작된다. 더러는 양복에 구두 차림이지만 대개는 점퍼에 운동화처럼 활동하기 좋은 복장이다. 아마도 자영업에 종사하는 분들일 것 같다. 아침을 여는 이들이 어둠을 가르고 떠나면, 그다음으로 30·40세대의 분주한 움직임이 동네를 채운다. 이곳은 지하철역까지 도보로 15분, 마을버스를 타면 세 정거장인 애매한 거리와 위치 때문에 임대차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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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384호 (202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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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손목 통증이 재발했다. 작년에 치료 후 쓸 만해진 손목이 다시 아파진 것이다. 효과가 가장 빠르다는 유전자 주사를 병원에서 ‘원샷 원킬’도 아니고, 서너 방이나 맞은 후에야 그냥저냥 쓸 만해진 손목이었다. 10년 전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나았는데, 지난해 치료받고도 이렇게 금방 손목이 다시 말썽일 줄은 몰랐다. 올해 무리하게 쓰지도 않았는데, 왠지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한 달 정도 버티다가 평일 점심시간에 이용할 만한 정형외과를 검색했다.사무실에서 걸어서 6분도 안 걸리는 그 정형외과 병원은 최근 완공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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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383호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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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카페는 집과 일터만큼이나 중요한 공간이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일 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정리하고 일과 공부도 하는 복합공간이다. 커피도 좋아하고 공간에 관심도 많은 나로서는 카페만큼 가성비 높은 공간도 없다. 커피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블렌딩하는 곳이 많아서 다양한 커피를 경험할 수 있고, 또 공간디자인의 흐름과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영감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꽤 고가의 디자이너 의자를 갖춘 곳도 있고, 대중적으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의 그림이나 예술품을 전시해놓은 카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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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382호 (2022년 0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