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호 최은의 시네마 플러스]

1년 전 남편과 사별한 에밀리(다이앤 키튼)는 런던 북부의 녹지대인 햄스테드의 고급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 제법 우아한 생활을 했던 흔적이 보이지만 실상 남편이 에밀리에게 남긴 것은 빚과 세금, 그리고 젊은 애인과 버젓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어요. 배신이었죠. 영화 〈햄스테드〉는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삶이 온통 껍데기뿐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노년의 이야기입니다. 중년과 노년 사랑 전문가인 감독 조엘 홉킨스는 전작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2008)에서 그랬던 것처럼, 에밀리에게도 뜻밖의 사랑을 선물합니다. 미국남자 하비(더스틴 호프만)가 영국여자 케이트(엠마 톰슨)를 만났듯이, 이번에는 미국여자 에밀리가 아일랜드남자 도널드(브렌던 글리슨)를 만나는데요. 둘 다 태생적으로 주류 영국 사회의 일원이 되기는 어려운 형편이었던 거지요. 하지만 좀 더 유심히 보게 되는 것은 한 쪽이 낯선 곳으로 멀리 떠나와서 시작된 관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널드는 에밀리의 집 건너편 숲에서 17년째 살고 있었거든요. 그동안 전혀 보이지도, 보려고도 않았던 무언가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순간, 역사는 시작되지 않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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