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호 에디터가 고른 책]

   
▲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 / 김기현 지음 / 성서유니온 펴냄 / 15,000원

“저는 30대의 절반이자 후반을 죽음에 대한 묵상으로 보냈습니다. 죽이도록 미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 그냥 가만히 있다가는 죽든 죽이든 할 것만 같았습니다. … 분노의 감정에 사로잡히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갖은 악한 상상을 했답니다. 그런 저를 살린 것은 성경이었습니다.”(15쪽)

상처로 인한 증오와 살의에 시달리며 자살까지 떠올리던 저자를 살린 것은, 그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기뻐하신다는 성경 말씀(막 1:11)이었다. 성경 묵상을 통해 사망의 골짜기를 벗어나 소생한 경험을 가진 이가 묵상 안내서를 쓴 건 적절하고도 맞춤해 보인다. 쉼 없이 읽고 쓰는 성실한 독서가요 글쟁이인 저자가 들려주는 ‘성경 묵상법’은 초보 신앙인이나 묵상을 시작하려는 이들도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고 세세하다. 나아가 묵상을 가르치는 이들에게는 ‘지도자용 안내서’로도 유용해 보인다. 아예 한 장을 떼어 묵상과 독서, 주석 활용 등을 자신의 목회 경험에 비추어 소개하는 “목회자를 위한 묵상 전략”(5장)도 담았다.

특히 일과 일상에 쫓겨 묵상할 여유가 없다는 직장인들을 위한 ‘한 구절 묵상법’은 “발을 동동거리며 사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꽂힐 만큼 실제적이다. 특히 마틴 로이스 존스를 인용한 대목이 와닿는다. “만일 한 구절이 유별나게 부딪쳐 오면 계속 읽어나가지 마십시오. 즉시 멈춰서 그 구절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 구절이 여러분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126쪽)

무엇보다 기독교는 ‘눈의 종교가 아닌 귀의 종교’이기에, 묵상은 “본문을 소리 내어 반복해 천천히 읽기”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묵상이란 성경을 눈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하고 숙고하는 것을 넘어 “되풀이해 읽는 것, 본문 거듭 읽기”라는 얘기다. 눈보다 ‘입’으로 읽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소리 내어 읽는 것은 말씀을 듣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으려면 그 말씀이 내 귀에 들려야 합니다.”(39쪽) 묵상은 “본문을 읽고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본문이 말하는 바를 가만히 듣는 것. 잘 듣기 위해 소리 내어 천천히 되풀이해 읽는 것”(45쪽)이라는 정의가 인상깊게 남는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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